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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므파탈
이자벨 알론조 지음, 이승환 옮김 / 지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치명적인 남자라는 뜻의 옴므 파탈. 여성을 농락하고 파멸시키는 남자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나 매력이 철철넘치는 마초일 게다.
이 작품 속에 나오는 남자 막스는 매력적인 남자라기보다는 매력적인 조건을 가진 남자다. 로맨틱하거나, 동물적인 매력을 가진 남자가 아니라, 돈과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남자로 묘사된다. 이 남자가 옴므 파탈이라는 데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막스는 여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전형적인 바람둥이가 아니다. 이 남자의 행동은 다분히 수동적이다. 명품을 좋아하고, 호텔이나 성에서 식사하고, 해외여행에 동경을 품는 여성들이 이 남자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이 여자들은 막스와 사귀는 동안, 여러남자와 육체적인 관계를 가지다가 이 남자가 결별을 선언하면 배신당했다고 분개한다.
내가 남자여서 그런지, 난 이 남자가 옴므 파탈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옴므 파탈이라기에는 너무 성실해 보이고, 별로 매력적인 감성도 느껴지질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 남자가 옴므 파탈이라면, 이 남자가 상대하는 여자들 역시 팜므 파탈이라고 정의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자벨 알론조라는 여성 작가는 자신의 판타지를 구축한 듯하다. 돈이 많고, 잘 생기고, 자신의 남성편력을 이해해주는 남자가 자신이 동경하는 남성성일지 모른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충실한 남자.....
참으로 궁금한 건, 왜 요즘 패미니스트들은 수많은 남녀평등 중에서 성적 자율권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이 책은 패미니스트들이나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드라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관심이 갈 수도 있는 내용이다.
골수 마초들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한국 남성들은 이 작품이 굉장히 편협한 여성적 시각에서 그려진 작품이라는 데 동의할 거 같다.
주인공 막스의 내면심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듯하다. 이 남자의 성적 취향도, 내면적 고민도 실존적 차원에서 그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왠만하면 책에 대해 평가를 나쁘게 하지 않으려는 나이지만, 이 책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인간의 삶의 내용이 애정문제에만 국한되어 있고, 작중 인물들은 대다수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다. 거기에는 애정 외에 다른 인간 실존적 고뇌는커녕 고민도 거의 읽히지 않는다. (이런 내용들은 작가 자신이 젊은 시절 금융컨설팅 회사를 설립하여 성공을 거뒀다는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내용을 쓰는 것은 이해하지만, 문학적 소재로는 삶의 성공보다는 실패 쪽을 그리는 것이 소재로 적당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