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 N년차 독립 디자이너의 고군분투 생존기
김파카 지음 / 샘터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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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살 이란 숫자를 바로 코앞에 둔 50대 중년여자인 내가 <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란 제목에 눈길을 주었다. 첫째 이유는 작가 김 파카의 글과 그림을 함께 이용한 내용이 궁금했다. 요즘 내 생각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글과 함께 그림을 표현하는가 하는 거였다. 때마침 샘터서평단에서 이 책을 보내주었으니 즐거운 맘으로 소위 MZ세대 젊은 작가의 마음을 읽었다.

 

책의 날개편 저자소개란에 쓴 글이다.

-김파카, 서울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시작해 5년간 일했으나 독립을 꿈꾸며 주체적으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이후 6년간 작은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며, 재주껏 먹고살기 위한 일들을 하나씩 수집하고 있다.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글 쓰는 사람, 얕은 재주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먹고사는 중이다. 앞으로 또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림으로 먹고사는 일에 가장 긴 시간을 쏟고 싶다.-

 

먹고사는 일에 있어서 참으로 부러운 단어들이 보인다.

독립’, ‘주체’, ‘재주’, ‘글쓰기’, ‘그림

이 단어들로 살아가고픈 작가의 내심에 공감하고 싶은 나의 맘, 하지만 장벽이 가로 놓여있다. 연어는 매년 바다와 강물을 거슬리며 고향으로 돌아오는 아름다운 운명으로 우리 사람들을 감동시키는데, 사람인 나는 지나온 시간을 거슬릴 수 없는 장벽만 매년 두껍게 만든다.

하지만 물리적인 환경을 배제하고 보면 글로라도 작가의 자조적 푸념에 공감한다.

 

-퇴사하고 자주 걷다보니, 일하는 것도 걷기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혼자 걸을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갈지, 평지로 갈지, 산으로 갈지, 지름길로 갈지, 뛰어갈지, 천천히 돌아갈지 모든 게 선택이다. 기왕이면 누구와, 어디를, 어떻게 걷고 싶은지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P.22)

 

산책길에서 매번 나 자신에게 던져지는 질문을 30대의 작가처럼 나도 그때 할 줄 알았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달라져 있을까 아닐까...달라졌다면 더 나아졌을까 아닐까...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매일 만나면서 매일 되새김질 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불안이다.

나이먹는 것을 더욱더 가중시키는 강력한 조미료를 손 꼽으라면 한다면 불안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 불안 덕분에 도망치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서 솔깃하며 문장에 시선을 담았다.

 

-멧돼지가 무사히 도망칠수 있었던 이유는 불안때문입니다. 불안은 없애야 하는 것, 떨쳐내야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존에 꼭 필요한 감정이었다. 잡아먹히지 않겠다는 의지와 불안 덕분에 멧돼지는 민첩함을 얻었다. 나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인간관계라면 늘 참지 않고 빠져나왔다. -(P.66)

 

-어차피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면... 더 재미있어 보이는 곳으로 부지런히 움지였다. -

(P.69)

 

- 구독자 3명뿐이지만 할 말이 있소! 세상 밖으로 글이나 그림을 열심히 쏟아내면서 멧돼지처럼 도망칠 근육을 단련하기도 했다. -

(P.70)

 

나는 가끔 내일이 오는게 무서워. 너도? 그럴 땐 혼자 웅크리지 말고 사람들을 만나 불안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관계 속에서 내 불안함도 조금씩 가벼워진다. -

(P.73)

 

불안에 대한 생각의 전환비법을 제시해준 작가의 가벼움이 좋았다.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기편에서 작가는 그림으로 먹고 사는 법을 말했지만 그림에 마이너스 제로도 채점하기 아갑다고 생각하는 나는 글쓰기의 SNS구독자의 마음에 편승하는 법을 읽었다.

 

-사람들은 꾸준한 걸 참 좋아한다. 심지어 남이 꾸준히 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했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방식, 그래서 매일 계속할 수 있는 방식, 어쩌면 이게 자기만의 방식을 찾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

(P.91-94)

 

글을 쓰고 남에게 공개한지 3년째이다. 그 사이 독립출판으로 소소한 책도 두 권이나 냈다. 모두 글쓰기 플랫폼(블로그, 브런치, 잡지 등)에 꾸준히 올린 글 중 그나마 남들이 인정해준 글만 모아 출간의 형식을 빌렸다. 아직도 SNS에 둔감한 아날로그 세대라서 11초의 핫 이슈를 따라잡지 못하고, 열심히 타인의 일에 관심을 두지도 못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글 쓰기에는 꾸준하다.

 

아마 김파커 작가가 나의 SNS중 하나라도 본다면

? 이 아줌마도 글쓰기는 꾸준하게 하시네... 나도 친구신청해야지라고 해줄성 싶다.

 

21<나 이제 좀 알 것 같아!>를 따라가보니 나만의 방식을 찾는 법에 용기를 얻었다.

 

-롤 모델을 찾고, 그 방향으로 가면 새로운 문이 열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훈련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하다보면 겨우 발견하게 된단다. 촌스럽고 이상한 것, 나만의 방법! 아무리 이상한 것이라도 쌓이면 제법 괜찮아 보인다.-(P.115)

 

10년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10년 뒤에도 이 사람 아직도 하고 있어?라고 물어보는 이가 있으면 성공한 삶이겠다. 더불어 작가 김파커의 10년 뒤 삶의 모습에 미리 축하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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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라이프로의 초대
박모니카 지음 / 진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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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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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일상 - 천천히 따뜻하게, 차와 함께하는 시간
이유진(포도맘) 지음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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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한테 간격을 두겠다고? 정말 서운한데. 내 향기는 어떤 것도 따라오지 못할거야.”매일 다섯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내가 커피향에게 부분적 별거선언을 했다. 완전히 헤어질 수 없으니 만남의 루틴을 설정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엄청 서운한가보다.

 

티 소믈리에 이유진작가의 <차와 일상>에 대한 서평단으로 올라온 내 이름을 보고, 이번에도 좋은 책 한권을 받겠구나 했다. 작년부터 글쓰고 책을 출간한다고 늘 개인적 일상에 대한 글만 보다가 왠지,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지구별로 내려온 어린왕자가 손짓하며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 지친 하루하루야.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따뜻하게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을 가져봐.”

 

그랬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책 하나를 출간하고, 또 지역사회의 봉사활동으로 바쁜 매 순간은 어느새 나를 넉다운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날 다가온 <차와 일상>의 표지를 보며, ‘참 말쑥한 세상, 평화로운 공간이구나 싶었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한번 루틴을 만들어 볼까. 위로와 고요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차 한 잔과 함께라면 어떨까. 습관으로 베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일상이 매일 일어나듯, 습관도 매일 하면 저절로 내 몸에 남겠지 하며 한 장 한 장 <차와 일상>을 읽어나갔다.

 

세상에나, 차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니... 하긴 매일 몇 잔씩 마시는 커피의 종류도 모르고 그냥 물처럼 마시는 성격이지만, 책을 통해 차의 이름과 지역을 알게 되니 갑자기 세상이 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기껏해야, 녹차는 중국, 홍차하면 영국, 우리나라의 보성지방의 녹차 중 우전차의 맛이 여리고 부드럽다 정도의 상식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홍차를 가장 먼저 생사한 지역은 당연히 중국이고, 그 다음은 인도, 스리랑카이다. (p.34) -

 

그렇네. 영국인이 홍차를 마시는 모습의 이면에는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일본과 중국의 차를 수입해서 퍼지기 시작했다는 역사가 떠올랐다. 유럽인에게 동양의 차는 하나의 상류 문화를 형성했고 상류층 귀부인들의 티 파티는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최초의 차 판매점이 생기고 18세기 중반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중산층까지 차를 즐기는, 특히 여성들이 홍차를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커피를 매일 달고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카페인이다. 못지 않게 카페인이 많은 것도 녹차이다. 그러나 향이 진한 커피가 늘 나의 손을 먼저 잡는다. ‘우아한 카페인 충전’(p.61)이란 소제에 구미가 당겼다. 카페인이 필요한 아침, 좋은 녹차를 우려서 정신을 깨운다는 작가의 글을 보고 일부러 나도 마시고 아들에게도 한 잔 권했다. ‘, 녹차다!’라고 말하지 않고, ‘으음 그냥 심심하네. 풀 냄새.’라고 아들은 말했다. 그래도 녹차 카페인으로 아들과 대화한 아침이었다.

 

함께 글을 쓰는 문인 중에 다도생활만 30여년 하신 분이 있다. 며칠전 처음으로 그 분의 집을 방문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분만의 공간이 다도실에 초대받았다.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한 각종 다기세트만 봐도 그의 다도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앉으며 따라주시는 차를 마셨다. 홀짝거리며 마시는 나를 보고 차를 마시는 기본적인 예법을 설명해주셨다.

 

현대인들은 모두 바쁘다. 바쁘다는 것은 그만큼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현대인들은 쉬어갈 시간을 찾기 위해 한 잔의 차, 캘리그래피, 그림 같은 취미생활을 누린다. 그 시간을 통해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여러 생각을 멈추고 머릿속을 비워내며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태를 마음챙김, 마인드풀니스라고 한다.(P.156)-

 

함께 차를 마신 문인은 마음챙김을 솔선수범하시는 분이다. 차 한잔을 마셔도 향을 음미한 후 입안에서 차를 품고 있다고 부드럽게 천천히 마시라고 알려주신다. 정말로 그렇게 따라하니 차 향이 한동안 머물렀다. 저절로 나의 움직임도 느려지고 고요해졌다. 차를 마시는 방법 하나만 바꾸었는데 나의 마음이 한가지로 몰입되었다. 마음챙김이 바로 이런 것인가

 

냉동고에는 올봄에 따 놓았던 매화꽃이 있다. 텃밭에 있는 청매화의 향기가 얼마나 진했던지 남편이 매화꽃을 따 왔었다. 저녁에 들어가서 꽃잎 두 장을 커피잔에 담고 차를 마시자고 남편을 불렀다. 꽃의 향기는 봄의 시작을 알렸던 바로 4월의 어느 날로 우리 부부를 데려갔다.

 

우리 커피를 좀 줄여보면 어때요? 당신이 따다 놓은 이 꽃으로 하루 한잔 매화꽃차를 먹어봅시다. <차와 일상>이라는 책을 읽는 중인데, 자연의 향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처럼 풍요로운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라고 책 이야기를 내 얘기처럼 했다.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을 읽어야겠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급자족하는 소박한 삶을 사는 친 환경주의자였다고 한다. P.214쪽에 써 있는 이들의 좌우명은 나에게도 큰 울림이었다. 50대 중년이 지나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부부 역시 실천해야 할 것들이다. 헬렌니어링이 마셨던 허브차 캐모마일, 라벤더, 바질, 민트류등은 티백으로 쉽게 만날 수 있으니 이 차 또한 가까이 두어야겠다.

 

떢볶이에 물대신 우롱차를, 아들의 비염치료엔 작두콩차를, 한여름 더위엔 시원한 아이스티를, 인절미엔 육계를, 냉장고에 우유가 있다면 크림티를 마시고 싶다...

 

티 소믈리에 이유진이 전하는 나와 가족을 돌보는 차 생활 그리고 매일이 향기로워지는 순간들이라는 표지의 글은 진심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더욱더 진하게 채색되어간다. 가을하면 떠 오르는 국화를 보고 국화차 한잔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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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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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위에 놓인 요리를 보며 내 혀가 움직여 보여주는 세상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의 요리는 소고기와 새우를 합한 일명 비프감바스였다. 며칠 전 후배가 추석 선물이라고 보낸 새우를 다양한 형태로 요리했다. 소금구이, 새우탕, 새우튀김, 심지어 새우장까지.

마지막 남은 십여마리의 새우로 무엇을 해 먹을까 조언을 구하니 감바스(새우)를 하란다. 냉장고에 잠자던 소고기를 꺼내 나만의 감바스 비프감바스를 했다.

 

사람의 손이 가장 정직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곳은 바로 부엌. 요리할 때다. 사람의 머리와 오감의 감각기관이 가장 창의적으로 변화할 때도 역시 요리할 때다. <미각의 번역>이란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 도리스되리는 요리가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세상을 일반인이 알기 쉽도록 번역해주었다.

 

-부엌은 문명의 길을 탐구할 수 있는 소우주이다. 요리는 자연의 쇠퇴를 막고 그것을 변화시킨다. 신화와 의식과 문화의 관계처럼. 부엌은 한 사회의 문화와 구조를 읽어낼 수 있는 곳이다 .- (44-45)

 

인간이 사는 주거공간에서 인간 문명의 발전을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한 곳이 바로 부엌이라는 말이겠다. 먹고 사는 일, 이 단순한 원리를 벗어나는 샘명체가 어디에 있는가. 게다가 날 것이라는 먹거리를 진화시켜 요리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문명을 만들어온 인간에게 찬사를 보낸다.

 

작가가 말한 요리에 대한 이미지는 놀랍다. 양배추의 단면을 보면서 생물의 뇌를 생각하다니!

양배추쌈이 몸에 좋다고 수다를 떠는 지인들의 방에서 퀴즈를 냈다.

양배추를 보면 무엇이 떠 오를까요? 맞추는 사람에게 추석 선물로 커피 한잔.”

 

스페인에서 한달살기를 실천하고 돌아온 아들이 말했던 스페인 볶음밥 ‘ Paella 파에야

상그리아(스테핑 칵테일)만큼이나 즐겨 주문하는 대표음식이란다. 코로나가 풀리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유렵, 그중에서 스페인과 로마다. 세계적인 성당이 가득한 곳이어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 꼭 가보고 싶은데, 각 지역마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요리를 먹고 여행기를 남기고 싶다. 유럽에서 타인에게 관대한 나라, 스페인에서 아들과 함께 파에야를 먹기를!

 

-양배추만큼 독일적인 것은 없을 거다. 아주 오래전 겨울만 되면 집집마다 양배추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양배추로 만든 요리는 내가 좋아하던 양배추롤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양배추롤이 식탁에 오르면, 먼 데서도 양배추롤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냄새는 독일에서 사라졌다. -(92)

 

양배추를 보면서 중국의 배추, 한국의 김치를 생각하는 것은 아마도 작가가 옛 시절에 먹었던 양배추요리가 발효과정을 거친 음식이어서 그럴 것이다. 한국에선 김치 없는 삶은 있을 수 없다고 믿는 것처럼, 독일에서 가장 독일다운 요리가 양배추란다. 다행히도 작가가 바라본 한국의 김치는 그 무엇도 넘볼 수 없는 탁월한 음식이라고 극찬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양배추가 대중화되어 다양한 요리로 변신한다. 비록 독일식 요리로 사랑받진 못할지라도, 한가지는 배웠다. “, 양배추가 가장 독일적인 재료구나!”

소제목에 달린 놀이하는 인간, 놀이하는 문어가 눈길을 끌었다. 문어가 놀이를 한다고? 어부이셨던 아버지 덕분에 문어는 우리집 식탁의 단골손님이었는데, 놀이를 할 수 있다고?

 

오징어과의 한 종류로 지능이 가장 뛰어난 문어. 영어로 Octopus를 말하면서 다리 숫자가 왜 8개인지를 알려주면 학생들은 아하! 라고 답한다. 다리 한 개가 긴 이유와 몸 색깔이 바뀔 수 있음을 알려주면 더욱더 신기해한다. 이 책에서 색다른 사실들을 배워가서 또 학생들에게 말해줘야지. 아마도 서로 문어가 되고 싶다고 말할지도 몰라.

 

문어는 심리적 상태에 따라 몸 색깔을 바꾼다. 기분이 안 좋을 때, 그리고 죽기 직전 매우 창백한 빛깔을 띈다. 반대로 기분이 좋거나 신이 날 땐 주위 배경과 같은 몸의 색깔과 문양을 바꾼다. 문어는 지루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루하게 있느니 어렵사리 돌려 닫은 병 뚜껑을 능숙한 솜씨로 열며 노는 걸 더 좋아한다. 그 솜씨가 얼마나 능숙한지 주방 보조원으로 두고 싶을 정도다. 사람을 알아보기도 하고, 신이 나면 친구의 얼굴에 물을 분사하기도 한다. - (139)

 

 

오후 2, 왠지 몸이 나른하고 눈이 살짝 감긴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커피를 한잔도 안 마셨네. 드립커피를 내리면서 이 물 한잔에 의지하는 내 감각에 불신이 생긴다. 하지만 어쩌랴. 그 감각이 원하는 것을. 커피의 종류도 가지지다. 원액인 에스프레소(도저히 마실 맛이 안난다)부터 카푸치노, 아이스커피, 커피라떼, 아메리카노 등. 난 오로지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미국식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냥 물과 커피 몇 알이면 되는 편리함 때문이다. 커피는 맛으로서가 아니라 나의 감각을 깨워주는 주범, 카페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커피가 몸에 좋다는 학설까지 나와서 대중없이 자주 마신다. 작가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가 광고하는 캡슐 커피머신까지 가지고 있다는데 난 그냥 편의점 커피를 마신다.

 

요리의 세상을 구경하다면 저절로 식탁예절, 음식을 대하는 예절에 민감해지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제안처럼 아주 약간의 우아함을 식탁 위에 놓을 수만 있다면, 요리세상으로의 여정은 늘 환대받을 것이다.

 

거리낌없이 마구 음식을 먹거나, 접시 앞에 팔을 올려놓고 있거나, 주먹 쥐듯 포크를 잡거나, 음식 바로 곁에 휴대폰을 두는 걸 보면 점점 더 격하게 반응한다. 나를 불쾌하게 하는 건 음식과 음식을 먹고 마시는 과정에 대한 경시이다.- (296)

 

이제 혼자 식사하는 것에도 지루함과는 전혀 다른 가능성이 열렸다. 한국에선 젊은이들이 식탁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서 영상으로 내보내는 것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기발하지 않은가? 이 트렌드를 먹방이라고 한다. 먹방에선 식탁예절은 완전히 포기한다.- (299)

 

- 우리가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자기 앞에 놓인 그릇 위에 음식이 담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과 동물, 식물의 수고와 협력, 희생이 있었는지 식사때마다 들려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될거라고 나는 믿는다. 내 안에 있는 아주 약간의 우아함을 찾아 꺼내어 놓고.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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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당신에게
김수현 지음, Sky Kim 그림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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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작가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첫 장을 펼치니 수필영역의 최고명사 피천득작가가 김수현의 첫 수필집 <세월>에 써준 추천의 글이 보였다.

좋은 수필은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수필은 서정적 에세이다. 섬세하고 재치있고 재미있고 아름다워야 한다. 우리는 김수현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첫 수필집 이후 20년만에 다시 쓴 수필집 <아름다운 당신에게>에게도 이 추천사는 유효하리라는 믿음이 앞섰다. 아니 오히려 더 영글대로 영글어진 가을의 결실을 듬뿍 맛볼 수 있을거라 믿었다. 첫 수필 <세월>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주 내용이었던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 책에서 다시 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10여년 전 돌아가신 나의 친정아버지를 회상하며 사진 한 장을 꺼내보는 시간이 함께 있었다. 또 작가의 말한 삶의 키워드인 이 보여주는 세상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상심한 이들뿐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잔잔한 빛의 번짐이 느껴진 시간이었다.

 

-아버지는 임금님이 거니셨던 궁을 지키고 관리하는 공무원이었다. 어린시절 아버지를 따라 자주 궁에 갔다. 아버지의 투박한 손을 잡았다. 뜰을 거닐던 임금님도 공주님도 부럽지 않았다. -(p.33)

 

작가가 그리워하는 아버지는 투박함이 가득한 듯 했다. 예전의 가부장적 아버지들이 가진 대부분의 모습처럼, 권위, 순서, 명령, 질서를 중시하는 아버지 상이었다. 그런데 그 속에는 묵직하고 고소한 냄새가 있었다. 작가가 귀가길 아버지의 손을 바라보고 마당에 있던 강아지가 작가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냄새가 있었다.

 

생각해보니, 내 어릴적 아버지도 그랬다. 거의 말이 없었던 아버지가 어느 겨울날, 군고구마를 사 가지고 들어오셔서 따로국밥의 우리 오형제를 한 방에 둘러앉게 만들었었다. 하얀이 드러내며 씩 한번 웃으시며, “누나 형 먼저 먹고..”라는 단언이 있었어도 아무도 거부하지 않았다.

-삼십여 년간 함께 아이들을 키웠고, 함께 어르신들을 모셨던 이웃에 대한 정으로 철거현장의 먼지와 소음을 참는다. 사람 없는 건물은 으스스한 기운이 감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라고 했던가. 환하게 빛났던 것은 이웃 덕이었음을, 그들이 떠난 후 알게 되었다. -(p.51)

며칠 전 딸과 함께 바다로 경계한 나의 어릴 적 동네로 들어갔다. 이미 3년 전에 그곳의 마을은 다 없어지고 빈 공터에 시에서 주관하는 주차장과 쪽밭이 있는 줄을 알면서도 가고 싶었다. 지금의 내 발걸음으로 스무남짓 밖에 되지 않은 골목길인데 어릴 적 기억에는 길고 긴 터널처럼 길었고, 온 동네 사람들의 희노애락은 그 터널 위에 뿌려졌었다.

 

골목 가장 앞머리에 있던 동네수퍼 반장할아버지, 마당에 갓 잡아온 생선을 펼쳤던 아버지, 나무공장의 성실한 펜잡아 고아저씨, 삼립 빵 수레를 끌던 최아저씨, 동네의 산신령 이 할머니 등의 모습이 스쳤다. 벌써 사십여년이 지났으니 그들이 그곳에 있을리 만무하건만, 아직도 그들의 모습은 골목을 채웠다.

 

-아버지 가신 지 십 년, 엄마 가신 지 오 년인데 가신 분들의 빈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비어있는 자리를 바라보지 않고 살아갈 뿐이고, 명절이면 바라보게 된다. 꿈에 아버지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낡은 구형 휴대론을 들고 계셨다. 왜 진작 아버지 전화기를 안 바꾸어 드렸을까 울음이 나왔다. 하루하루 시간은 흐르고, 시간여행은 재미있는 열차를 타고간다.-(p.78)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후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못했다. 2년 가까이 가끔씩 전화를 걸어보았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았다. 어느날 모 남자의 소리에 놀라,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사과하고 끊었다. 그 전화번호를 지워내면서 차가운 바람이 드는 가슴 한쪽을 쓰다듬었다. 진짜 이별이구나. 시간은 그때도 흘렀고 지금도 흐른다. 그때의 슬픈 여행이 기쁜 여행으로 바꿔지지 않는다. 그런가보다. 이별에는 늘 슬픈 시간여행만 존재하는가 보다.

 

앞만 보고 왔던 지난 시간들. 글을 쓴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나를 바라보는 일, 주변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참으로 사랑했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못하면 후회하는 날이 오는 것처럼,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면 감사가 날아가버릴 것만 같아서 글을 쓴다. 글을 쓴다는 것 소중한 것을 정갈하게 담아두는 과정이다. -(p.144)

 

얼마나 다행인가 싶을 때가 있다. 글로 나를 대신할 수 있음이. 지금이야 조금 덜 하지만, 말로서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이 아깝다. 좀 더 일찍, 말의 유용성에 기대어 솔직했더라면, 소중한 것들과 사람을 더 많이 지킬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지금은 글로나마, 부끄러운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래서 외로움과 괴로움이 줄었다. 가까이는 가족부터 친구, 지인, 단 한번 만난 사람에게도 따뜻한 말과 글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김수현 작가는 <아름다운 당신에게>Part6에 첫 수필집 <세월>에 썼던 친정얘기를 썼다. 지금은 절판이 된 책이어서 구입하지 못하지만 이 짧은 몇편의 글로나마, 피천득 선생님이 추천사를 써준 이유가 있음을 알았다. <세월>에서 작가가 표현한 서정적이고 섬세한 글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갈무리로 쓴 친정가는 길을 읽으면서 20여년 만에 친정엄마가 있는 동네로 다시 돌아온 나를 본다. 학생때의 내가 세상에 나가서 또 하나의 가족으로 돌아왔다. 내가 할머니 뒤를 따라다녔던 것처럼, 지금의 내 딸은 친정엄마의 친구가 되었다. 친정가는 길은 굽이굽이 돌아 아무에게도 생채기를 내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처럼, 내 삶에 안옥하고 포근한 길이다.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 더 아름다운 삶의 근원을 말한다. 멀리 있지 않고 내 안에 내 주변에 행복이 있음을 전한다. 결실을 거두고 싶은 이 가을, 꼭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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