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일상 - 천천히 따뜻하게, 차와 함께하는 시간
이유진(포도맘) 지음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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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한테 간격을 두겠다고? 정말 서운한데. 내 향기는 어떤 것도 따라오지 못할거야.”매일 다섯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내가 커피향에게 부분적 별거선언을 했다. 완전히 헤어질 수 없으니 만남의 루틴을 설정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엄청 서운한가보다.

 

티 소믈리에 이유진작가의 <차와 일상>에 대한 서평단으로 올라온 내 이름을 보고, 이번에도 좋은 책 한권을 받겠구나 했다. 작년부터 글쓰고 책을 출간한다고 늘 개인적 일상에 대한 글만 보다가 왠지,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지구별로 내려온 어린왕자가 손짓하며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너무 지친 하루하루야.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따뜻하게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을 가져봐.”

 

그랬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책 하나를 출간하고, 또 지역사회의 봉사활동으로 바쁜 매 순간은 어느새 나를 넉다운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불러일으켰다. 어느 날 다가온 <차와 일상>의 표지를 보며, ‘참 말쑥한 세상, 평화로운 공간이구나 싶었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한번 루틴을 만들어 볼까. 위로와 고요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차 한 잔과 함께라면 어떨까. 습관으로 베어지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일상이 매일 일어나듯, 습관도 매일 하면 저절로 내 몸에 남겠지 하며 한 장 한 장 <차와 일상>을 읽어나갔다.

 

세상에나, 차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니... 하긴 매일 몇 잔씩 마시는 커피의 종류도 모르고 그냥 물처럼 마시는 성격이지만, 책을 통해 차의 이름과 지역을 알게 되니 갑자기 세상이 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기껏해야, 녹차는 중국, 홍차하면 영국, 우리나라의 보성지방의 녹차 중 우전차의 맛이 여리고 부드럽다 정도의 상식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홍차를 가장 먼저 생사한 지역은 당연히 중국이고, 그 다음은 인도, 스리랑카이다. (p.34) -

 

그렇네. 영국인이 홍차를 마시는 모습의 이면에는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일본과 중국의 차를 수입해서 퍼지기 시작했다는 역사가 떠올랐다. 유럽인에게 동양의 차는 하나의 상류 문화를 형성했고 상류층 귀부인들의 티 파티는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최초의 차 판매점이 생기고 18세기 중반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중산층까지 차를 즐기는, 특히 여성들이 홍차를 마시는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커피를 매일 달고 사는 이유 중 하나는 카페인이다. 못지 않게 카페인이 많은 것도 녹차이다. 그러나 향이 진한 커피가 늘 나의 손을 먼저 잡는다. ‘우아한 카페인 충전’(p.61)이란 소제에 구미가 당겼다. 카페인이 필요한 아침, 좋은 녹차를 우려서 정신을 깨운다는 작가의 글을 보고 일부러 나도 마시고 아들에게도 한 잔 권했다. ‘, 녹차다!’라고 말하지 않고, ‘으음 그냥 심심하네. 풀 냄새.’라고 아들은 말했다. 그래도 녹차 카페인으로 아들과 대화한 아침이었다.

 

함께 글을 쓰는 문인 중에 다도생활만 30여년 하신 분이 있다. 며칠전 처음으로 그 분의 집을 방문했는데, 자연스럽게 그분만의 공간이 다도실에 초대받았다.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한 각종 다기세트만 봐도 그의 다도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앉으며 따라주시는 차를 마셨다. 홀짝거리며 마시는 나를 보고 차를 마시는 기본적인 예법을 설명해주셨다.

 

현대인들은 모두 바쁘다. 바쁘다는 것은 그만큼 몸과 마음을 돌볼 시간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여유를 가질 수 없는 현대인들은 쉬어갈 시간을 찾기 위해 한 잔의 차, 캘리그래피, 그림 같은 취미생활을 누린다. 그 시간을 통해 마구잡이로 떠오르는 여러 생각을 멈추고 머릿속을 비워내며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상태를 마음챙김, 마인드풀니스라고 한다.(P.156)-

 

함께 차를 마신 문인은 마음챙김을 솔선수범하시는 분이다. 차 한잔을 마셔도 향을 음미한 후 입안에서 차를 품고 있다고 부드럽게 천천히 마시라고 알려주신다. 정말로 그렇게 따라하니 차 향이 한동안 머물렀다. 저절로 나의 움직임도 느려지고 고요해졌다. 차를 마시는 방법 하나만 바꾸었는데 나의 마음이 한가지로 몰입되었다. 마음챙김이 바로 이런 것인가

 

냉동고에는 올봄에 따 놓았던 매화꽃이 있다. 텃밭에 있는 청매화의 향기가 얼마나 진했던지 남편이 매화꽃을 따 왔었다. 저녁에 들어가서 꽃잎 두 장을 커피잔에 담고 차를 마시자고 남편을 불렀다. 꽃의 향기는 봄의 시작을 알렸던 바로 4월의 어느 날로 우리 부부를 데려갔다.

 

우리 커피를 좀 줄여보면 어때요? 당신이 따다 놓은 이 꽃으로 하루 한잔 매화꽃차를 먹어봅시다. <차와 일상>이라는 책을 읽는 중인데, 자연의 향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처럼 풍요로운 것은 없는 것 같아요.” 라고 책 이야기를 내 얘기처럼 했다.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을 읽어야겠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급자족하는 소박한 삶을 사는 친 환경주의자였다고 한다. P.214쪽에 써 있는 이들의 좌우명은 나에게도 큰 울림이었다. 50대 중년이 지나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부부 역시 실천해야 할 것들이다. 헬렌니어링이 마셨던 허브차 캐모마일, 라벤더, 바질, 민트류등은 티백으로 쉽게 만날 수 있으니 이 차 또한 가까이 두어야겠다.

 

떢볶이에 물대신 우롱차를, 아들의 비염치료엔 작두콩차를, 한여름 더위엔 시원한 아이스티를, 인절미엔 육계를, 냉장고에 우유가 있다면 크림티를 마시고 싶다...

 

티 소믈리에 이유진이 전하는 나와 가족을 돌보는 차 생활 그리고 매일이 향기로워지는 순간들이라는 표지의 글은 진심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더욱더 진하게 채색되어간다. 가을하면 떠 오르는 국화를 보고 국화차 한잔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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