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가 서로에게 쓴 편지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이런 형식의 책을 몇 번 보았었지만 서로에게 쓰는 편지가 나에게도 재미있을까? 라는 의심(?)으로 선뜻 읽게 되진 않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참 좋았다.미리 작가는 주5일은 도시에서 주2일은 시골에서 지내고 귀찮 작가는 아예 시골에서 지낸다.한 계절 한 계절 지나며 시골살이에 대한 얘기를 오가는데 이게 꽤 흥미롭다.두 작가도 처음부터 많이 친하진 않았는지날씨 얘기로 이야기를 시작하곤 한다.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살이를 하는 사람답게 식물키우기에 관심이 많고 자연스럽게 환경문제도 신경을 쓰게 된다.그 중 73페이지쯤 인간이 소를 키워 잡아먹는 것에 대한 얘기와 다이옥신 관련 얘기는 알면서도 충격적이었다. 얼마 전 인상깊었던 어떤 강연에서 최재천 교수님이 지구살리는데 더이상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소를 기르는데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걸 오래전 부터 들어왔지만 변하지 않는 세상에 마음이 참 답답해졌다.그럼에도 이 책이 좋았던 건 자연에서 위로받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나도 약간의 대리만족이 되는 것 같아서였다.🏷 그럼에도 이 불편한 삶을 고집하는 건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로 자연에서 얻는 위로와 감상이 삶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때문 같아요. 저 역시 막막하고 두려운 일들, 경솔했던 행동,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대한 후회가 자연 속을 거닐다 해결될 때가 많거든요. 물결처럼 일렁이는 논,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운 산등성이, 홀로 마을을 비추는 달. 자연이 선물한 순간을 만날 때마다 머릿속에 꽉 차 있던 문제를 한 걸음 떨어져 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깨달아요. 그 모든 게 사소한 일임을요. 이런 자연 속에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느껴졌던 일과 덤덤히 마주할 용기를 주더라고요. (P 209) 책을 읽는 내내 자연이 그리웠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고 주2일이라도 시골살이 하러 가는 것이 부러웠다. 시골의 자연이야기를 머릿 속에 그리며 읽는 것이 좋아서 조금씩 끊어읽기를 반복했다.멈췄다가 다음날 맑은 컨디션에 읽으면 책 속 장면이 더 잘 그려지는 것이 좋아서.책은 좋았지만 후유증이 남는다. 떠나야겠다. 자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