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제주가 제철이라지.나이 50의 주부가 제주 한달 살이 하는 내용의 책.50에는 직장을 꼭 그만 둬야지.직장 그만 두면 바로 어디든 (특히 제주) 한 달이라도 꼭 살고 와야지.라는 목표로 하루하루 살고 있는 내 나이도 어느덧 46.내 희망을 먼저 실행한 사람이 쓴 책이라 너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그런데 재미 뒤에 저자의 슬픔이 왜 자꾸 느껴지던지. 왜 울지. 술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남편과 뭔가 좀 틀어져있는 것 같네.그냥 막연히 이런 생각들도 자꾸 들었는데.마지막까지 다 읽고나니 모든 의문이 다 풀렸다. 의문을 가진 적도 없는데 의문이 풀리는 엄청난 반전이랄까.지난 달에는 독후감이 밀려 책을 대충 빨리 읽었다. 힘들어서 독후감 숙제를 줄였더니 이 책 부터는 여유가 있었다.그래서 그런가 이 책 읽는 내내 참 좋았다. 느리게 읽으며 저자와 함께 제주를 걸었다. 세 달 전 갔던 제주의 오름들을 떠올렸다. 완독한 책의 갯수가 뭐라고..1년 100권이라는 갯수가 그리 채우고 싶으면 차라리 만화책을 몇 권 끼워놓고 나머지 책들은 이렇게 찬찬히 음미하며 읽는 게 훨씬 낫겠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언젠가 꼭 제주에 다시 가리라.언젠가는 꼭 혼자 여행해보리라.<책 속 문장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이 맑아요-누가 못 생긴 남편 보고 오징어 같다 했지. 가지런히 마른 오징어가 남편보다 예쁘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길을 걸었다. 공짜로 갖다 쓰는 자연이 감사하다.-오름 오르듯 살면 좋았을걸. 낮은 오름 하나 오르듯, 그리 살면 되는 것을. 세상 모든 일이 다 한라산이고 백두산이라도 되는 것처럼 위축돼서 살았다.-아버지는 책으로 사랑을 주셨다. 하굣길 버스 내리는 길목 '양지서림'에 돈을 맡겨 놓으시곤 보고 싶은 책을 언제든지 들고 오라고 하신 일화를 언니들에게서 들었다. 저녁마다 먹을 것 대신 책을 한 권씩 사들고 들어오시던 아버지는, 이제 생각하면 좋은 아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