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어릴 적부터 수영을 배웠다고 한다. 중학생이 되고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수영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이 끝나고 주저앉기를 여러 번.그렇게 발견하게 된 타카야수동맥염은 전신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고 20대 미만, 동양인, 여성에게 주로 나타나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환자수가 한 손에 꼽힐 정도의 희귀병이라고 한다.학교를 결석하는 날이 많아지고일반병실과 중환자실을 오가고약 부작용으로 인해 몸이 퉁퉁 붓는다.활동을 많이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참여하지 못 하는 행사가 종종 생기기도 한다.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남동생은 엄마가 누나와 병원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지니 사실 누나 아픈 게 싫었다고 얘기한다.어느 날 학교에서 희귀난치병 얘길 했더니 대뜸 "인생 망했네"라고 대꾸하는 친구에게 화도 낸다.많이 다른 경우지만 나도 작년에 코로나걸렸을 때 주위 시선때문에 서운하고 화나고 짜증나고 분명 내가 잘못한게 아닌데 미안하고 그런데 미안하단 말은 안 어울리는 그런 여러 상황이 있었던 터라 저자의 맘이 너무 이해가 됐다.저자는 대형 병원 두 곳을 정기적으로 다닌다. 그 중 하나는 서울대 희귀난치센터 어린이병원인데 그 곳의 채혈실은 다른 곳과 다르게 조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너무 큰 병을 앓기에 주삿바늘 정도는 아이도, 부모도 무덤덤해진 것이다. 그리고 환자복 보다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아이들이 많다고 하는데이 부분을 읽을 땐 너무 울컥했다...분명 저자 소개를 먼저 읽었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자 소개 정도는 금새 까먹는다. 그렇게 읽다보니 자꾸 고등학교 얘기가 나와 다시 소개글을 보니 2004년생. 우리 딸보다 한 살 어린 아이가 이 책의 저자였다니...아프고 힘들었을 것이 안쓰럽고어린 아이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내 몸에 이상이 있지.어쩌면 심각한 일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반드시 우울함에 잠겨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구나. 병은, 아픔은 내 즐거움을 막을 수 없었다. (P 54)남의 인생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건, 아무리 긍정적 방향이라도 조심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P 89)취미나 여가 생활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책 읽기'라고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책 읽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서, 책 읽기를 취미 삼아 한다고 하면 나에게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P 235)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수업시간에 배운 시를 해석한 노트(자습서인가)를 보고 마치 해부된 시체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한 부분이었다. (어느 페이지인지 못 찾았다)무엇보다 아프지 않는 게 좋긴 하겠지...만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은 있는 법이다.나도 나이도 들어가고 지치고 그립고 그런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평범한 일상이 있고 즐거움도 있다는 거 이 책 읽고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