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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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모르고 지나갔으면 어쩔 뻔 했나.
다정하고 소박하고 따뜻하고 가슴저린 이 책을.

이 책 한 권에는 사람이 있고 추억이 있고 옛날이 있고 그리움이 있고
무엇보다 가장 크게 박완서 작가가 있었다.

작가가 남긴 660여 편의 산문 중 가장 글맛 나는 대표작 35편의 모음집인데
작가의 글이 너무 좋아서 찾아 읽어야 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독서를 하는데 정서보다는 지식에 중점을 두었던 내가 '문학'이라는 것의 힘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게 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다음은 1931년에 태어나 2011년에 생을 마감한 작가가 70세즈음에 쓴 글인가보다.
"70년은 끔찍하게 긴 세월이다. 그러나 건져 올릴 수 있는 장면이 고작 반나절 동안에 대여섯 번도 더 연속 상연하고도 시간이 남아도는 분량밖에 안 되다니, 눈물이 날 것 같은 허망감을 시냇물 소리가 다독여준다."

왠지 나도 맘이 아려온다.

병환으로 남편을 잃던 그 해에 겪어야 했던 외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은 작가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날마다 포동포동 살이 찌는 내새끼를 내 손으로 씻기면서 날로 굳세고 아름다워지는 몸을 보면서 느낀 사랑의 기쁨을 무엇에 비길까"
.
정말 그 무엇에 비길 수 있을까.

죽음의 길에 아들이 마중나올거라고 확신했고 마중나오면 왜 먼저 갔냐고 종아리를 때려줄거라 하셨던 작가의 10년 전 그 길은 행복했겠지.

이 소중한 책 잘 간직하고
이제 나도 작가님의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
아들을 잃고 쓴 책도 있던데
과연 그 책만큼은 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이아몬드에는 중고라는 것이 없지. 천년을 가도 만년을 가도 영원히 청춘인 돌 -박완서

너무 추운 날들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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