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너의 트라우마인 줄 알아?
알아! 알면서도 그게 잘 안 고쳐져. 남자만 보면 다 똑같지 라는 생각뿐이 안 드는 걸 어떻게.
알 것 같아. 하긴 나도 내 장애에 대해 트라우마가 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면 불쑥불쑥 올라오니까! 이해해. 그래서 결혼 생각 없어?
응. 또 모르지. 시중과 같은 남자가 나타면 모를까!
시중은 바해의 말에 바해가 옛날에 했던 말들이 떠올라 주춤거리며 말을 한다.
야. 나 같은 사람이 머가 좋다고!
시중이 어때서? 넌 못하는 게 없잖아.
그래도 장애인이잖아?
그게 어때서! 누구나 살다 장애인이 될 수도 있어?
내가 시중을 좋아하는 건 시중의 정신과 마음이야.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가고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사람 사는데 그거면 멋진 인간이라 난 생각해. 비장애인들도 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드물다고 생각해.
오! 이거 바해 말을 들으니까 내가 으쓱해지는데?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 주는 줄 몰랐어.
시중은 말을 하며 바해와 잔을 부딪치며 맥주를 마신다.
시중도 어쩜 바해의 그런 말들을 듣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또 시중도 바해를 잊지 못하는데 아름이가 있기에 마음을 감추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맥주가 네 병째를 넘고 둘은 아까 먹은 술과 짬뽕이 되어 술기운이 올라오는지 얼굴이 빨개진다.
시중은 심각한 듯 말을 한다.
왜! 사람들은 장애인을 볼 때 삐딱하게 볼까? 다 같은 사람인데 말이야. 단지 몸의 일부분이 좀 불편하다는 것뿐인데 말이야.
그러게. 근데 나도 시중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을 볼 때 다르게 봤거든. 마치 몸에 장애가 있으니까 정신도 장애가 있는 줄 알았어. 그런데 시중을 만나고 내 생각이 잘 못 됐구나 하는 것을 알았지. 그저 나와 신체적으로만 다를 뿐이지 정신세계는 같다는 것을 말이야. 나는 여기서 가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상담할 때가 있어. 상담해 보면 정말 비장애인 학생들 보다 생각하는 것들이 순수하고 깨끗하며 깊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 그럴 때면 자연히 시중 너가 떠오르곤 해.
바해는 말을 하며 시중을 바라보며 지긋이 웃는다.
시중도 그렇게 말하는 바해를 보며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말을 한다.
그러니까 바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왜 세상엔 만치가 안느냐 말이야.
그러게 세상이 참 살아가는 것이 쉽지가 않지 응?
하지만 시중같이 몸에 장애를 가졌어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장애인들도 찾아보면 있을 거야.
아마 그 사람들도 나 같은 고민들 속에 살아가겠지?
그러겠지! 아마 어쩌면 시중보다 더 많이 힘겨운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을 거야. 그래서 시중과 같은 의식 있는 장애인들이 더 세상에서 성공을 해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장애인에 대한 잘 못된 편견의 의식을 바꿔나가야 되는 거 아니겠어?
그렇게! 말을 하는 바해를 시중은 자기에 대해 아니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깊은 것에 놀라며 말을 한다.
바해! 언제 그렇게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
치. 내가 제일 좋아하고 아끼는 친구가 장애인인데 그 정도는 생각해 줘야지!
너는 나에겐 장애가 있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 그저 한 사람이거든.
시중은 그렇게 말하는 바해의 얼굴을 보며 잠시 생각하며 말에 뜸을 드리며 천천히 입을 연다.
바해! 사실 나도 너 좋아해. 옛 날 그 이후로 내 마음도 널 있지 못하고 있었어. 하지만 아름이가 있기에 너하고는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려 했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