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중이 비장애인인
53세 여성의 개인 상담을 하기 위해 상담실로
내담자와 같이 들어간다.
시중은 내담자가 작성한 차트를 하나하나 읽어
본다.
이윽고 시중은 말을
한다.
네.
부부간에 갈등이
있어서 오셨네요!
성함이 김
마리이시네요?
네.
그럼 상담을 시작해
볼까요.
편안하게 김마리님의
이야기를 말씀해 보시죠.
마리는 시중의 얼굴을 보며 지긋한 미소를
띄우며 말문을 연다.
저는 결혼 한지 27년이 넘어요.
그리고 남편은 직장
생활하다 5년 전에 권고사직으로 퇴임하여 집에
있어요.
저는 동네에서
20년째 옷가게를
하고 있고요.
네.
그런데 남편이 신혼 초기부터 저의 사생활을
간섭하기 시작하는 거여요.
또 제가 가게에서
늦게 일을 마치고 동네 여자들과 맥주한 잔 먹고 들어가면 왜 그 사람들하고 어울리느냐,
여자가 집에 일찍
들어와 집안 일을 해야지 뭐하느냐,
아이들은 챙겨 보는
거냐 이런 잔소리를 오늘 날까지 계속 하는 거여요.
그리고 여태까지
집안의 경제권도 남편이 가지고 생활비를 조금씩 타 쓰며 살고 있어요.
마리님께서 장사를 하시는데 생활비를 타
쓰신다는 말씀이세요?
네.
내가 가게를 하는데 남편이 직장 다닐 때는
직장을 마치고 가게로 와서 그날 판돈의 결산을 보며 체크를 해요.
그래도 저는 젊었을
때는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데 정신없었고 또 남편이 그렇게 해도 나름 자상한 면이 있어서 참고 살아 왔어요.
그러시군요.
그런데 지금 50이 넘고 아이들이 다 자라고 보니까 내
인생이 불쌍하고 처량한 것이어요.
젊었을 때 마음 놓고
여행한번 못 다니며 돈 만 벌었는데,
그것도 벌면 돈
관리는 남편이 관리를 하고요.
그렇게 살아 온
날들을 생각을 해보니 내 인생이 없었던 것이에요.
마리는 말을 하며 서러운 마음이 올라오는지
눈에 눈물이 고여 바닥으로 떨어진다.
도대체 내가 여기까지 왜 살아 온
거지?
회의 가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마음이
답답해지고 그냥 어디론가 남편 없는 데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들어요.
나도 모르게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복받쳐 올라 올 때가 많아요.
그래서 요새는 남편
얼굴 보는 것이 짜증나고 정말 싫어요.
많이 힘드셨군요.
그래서 이혼을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사람답게
살아 보려고요.
내가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은데 이 남자랑 살아가는 것이 싫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이혼 결심을 하신
거군요?
네.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온 날들이 너무 아깝고 서러워서 참지를 못하겠어요.
그럼 남편 분에게 이혼 하자고
말씀하셨나요?
아니요.
아직 말 안
했어요.
이제
말하려고요.
그러시군요.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여기 와서 말을 하고나니 좀 살 것 같아
마음이 좀 후련해지네요.
그럼.
남편 분을 사랑한
적이 한 번 도 없나요?
사랑요!
우리 나이에 사랑이란
감정이 있나요?
아니 제가 말하는 것은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를 말하는 것입니다.
나는 신혼 초부터 사랑이란 감정이 무언지
모르고 살아 온 것 같아요.
그냥 남편이 나를
좋아하고 예뻐했고 결혼하자고 귀찮게 따라 다녔기에 이 남자면 되겠다 싶어서 결혼 했어요.
남편하고 나이 차이가 얼마나
나나요?
많이 나요.
10년
차이요.
그래서 남편이 나를
얘 취급을 할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땐 기분이
나빠서 혼자 씩씩 대곤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렇게 멍청하고 바보같이 살았는지 후회가 너무 되요.
선생님!
지금이라도 내 인생을
찾는 게 맞지요?
마리씨께서 지금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시는
것 아닌가요?
네.
저는 이혼하고
싶어요.
남편한테서 벗어나고
싶어요.
남편만 보면 분노가
올라와요.
그럼.
한 번도 남편을
사랑한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나요?
네.
사랑이란 단어를 저는
몰랐던 것 같아요.
그냥 남들 사니까
나도 애 낳고 사는 건지 알았어요.
그때는 또 아이들
키우느라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러셨군요.
이혼의 두려움은
없으신가요?
마리는 조금 주춤
거린다.
실은 그것 때문에 걱정이 살짝
되요.
주위에선 나를 볼 때
착한 여자,
현모양처,
아무 문제없는 부부로
보는데 내가 이혼 한다면 나를 어떻게 볼까 하고 조금 걱정은 되요.
그러시군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시네요?
네.
그러고 딸은
직장생활하며 엄마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알기 때문에 걱정을 안 하는데 군대 가있는 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되요.
자식들이 걱정이 되시는
거구요?
네.
그래도 이혼 할 마음이 드시는
거구요?
네.
그래도 내 남은
인생을 지금부터 살아가도 30년은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데 이렇게는
억울해서 못 살아요.
남편분하고 잘 살아 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런 경우에
부부상담을 받으면 부부가 서로 좋아져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아니요.
선생님.
난 그 사람 태생을
알고 느끼기 때문에 싫어요.
생각이 확고하시네요?
네.
남편하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러시군요.
남편 분이 생각하기에
마리씨와 나이 차이가 있어서 젊었을 때부터 그렇게 했던 것이 아마 아내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요?
선생님!
설사 그렇게 생각했다
하더라도 제가 살아 온 세월은 창살 없는 새장과 같은 것이었어요.
사랑하면 다 구속하고
속박해야 되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지요.
다만 저는 마리씨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편하고 또 자식들이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남편의 입장을 가상해보는 것입니다.
마리씨께서 지금
생각만하고 계신거지 실천에 옮기신 것은 하나도 없으시잖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남편분과
30여년 살아 오셨으니 좋은 방법이
없을까를,
좀 더 생각해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선생님 말씀은 알겠어요.
그런데 나는 남편
곁을 무조건 떠나고 싶어요.
마리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결심을 했다는 듯
힘이 있다.
그러시군요.
오늘 저하고 상담을
하시며 어 떠 셨나요?
네.
내 마음이 이렇구나
라는 것을 더 알고 느꼈어요.
내가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구나 하는 것도 느꼈어요.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네 선생님 감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