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 집단을 마치고 사무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마음치유 상담소입니다.

. 거기 원장님 계신가요?

. 제가 원장인데요. 목소리가 아주머니인 것 같다.

. 안녕하세요?

. 말씀하세요?

제 아들 때문에 전화 드렸어요.

아들이 병으로 누워 있어서 거동을 못하는데 상담을 받고 싶어 전화 드렸어요. 원장님께서 장애인들 상담을 전문으로 하신다고 하시기에. 혹시 집으로 와 주실 수 있나요?

, 네 갈 수 있습니다. 아드님이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몸이 굳어가는 병으로 3년째 집에서만 지내요. 아직까지는 말은 하는데 전신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그러시군요. 찾아뵙겠습니다.

시중은 전화를 끊고 실습생인 김소랑에게 상담소를 맡기고 알려준 주소로 차를 몰고 간다.

집에 도착하여 거실에 앉는다. 어머니가 차를 내와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한다.

우리 아들이 33세살인데 어느 날 갑자기 손에 힘이 없어지면서 물건을 자꾸 떨어뜨리더니 서서히 온 몸에 힘이 빠져 저렇게 3년째 누워 지내요.

어머니는 이야기를 하며 눈에서 눈물이 글썽 거린다.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나요?

병원에서는 아직까지 원인을 알 수없는 병으로 고칠 약이 없다고 하며 진행을 늦추는 약만 처방해줘요.

그러시군요. 어머니께서 많이 힘드시겠어요.

그럼 아드님을 볼까요?

아들이 누워있는 방으로 인도하여 시중은 인사를 하며 방문을 닫으며 둘은 상담을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강시중입니다.

. 선생님 저는 조명석입니다. 제가 누워 있어 이렇게 말로만 인사해요.

아니요. 그런 건 상관없고 명석씨가 이렇게 상담 요청을 하셨다니 반가워요.

명석은 키가 큰 편이고 몸집이 호리호리 한편이다. 인상도 좋아 보인다. 명석은 침대에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얼굴도 강직되어 입만 움직이는 것 같다. 웃는 얼굴도 웃었는지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저 목소리만 낼 뿐 인 것 같다.

그럼 우리 상담을 시작해 볼까요? 시중은 조용히 말을 하며 명석을 본다.

명석씨가 지금 어느 것이 제일 불편한지 또 마음은 어떤지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이야기 해 볼래요?

명석은 시중의 말을 듣더니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시중은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며 고개를 미세하게 움직이며 명석의 눈과 마주한다.

명석은 천천히 자기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제가 왜 이런 병이 걸렸는지 이해가 안 돼요. 저는 나쁜 일도 안하고 살았어요. 남을 속이지도 안았고 학교 다닐 때에도 그저 열심히 공부만 했어요. 집에서는 장남으로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아들로 살았어요. 그런데 왜 제가 이런 병에 걸려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요.

시중은 명석의 눈에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며 명석의 팔을 쓰다듭는다.

이렇게 되기 전에는 건강이 어땠나요?

건강했어요. 나 혼자 산에도 다니고 가끔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며 지냈어요. 그런데 어느 여름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오른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바닥에 철석 주저앉는 거여요. 그래서 그때는 운동을 무리하게 해서 그러려니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직장에서도 앉았다 일어날 때 나도 모르게 힘이 풀려 주저앉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이야기를 하며 진찰을 했더니 근육이 원인도 모르게 힘이 빠지며 굳어가는 병이라고 하며 이병은 치료약도 없다고 하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그저 진행만 늦추어 주는 약만 처방해 주더라고요. 저는 황당했어요. 그래서 직장도 그만두고 이렇게 서서히 몸이 움직일 수 없이 굳어져 지금은 입만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조금 있으면 이 입도 벌리기가 힘들어 진다고 의사 선생님이 절망적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집에서 TV를 보는데 마음이 안 좋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며 마음을 추스르는 것을 보고 저도 마음이나 편안하게 해 볼까 해서 엄마에게 말을 한 거여요.

잘 했어요. 우리의 마음은 우리의 몸을 지배하기도 하지요. 몸이 이렇게 됐지만 마음과 살아있는 정신은 명석씨의 감정을 지배하지요. 그래서 슬픔과 기쁨과 또 자신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니까요. 단지 지금 명석씨는 몸만 움직임이 없어졌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어쩜 명석씨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몸이 좋아 질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기적이 존재하니까요. 혹시 종교가 있나요?

. 교회 다녔어요.

그렇군요. 나도 교회 다녀요.

그럼 우리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고요.

명석씨가 상담 받기를 선택했으니까 나도 도울 게요. 우리 힘내요.

. 선생님 고맙습니다.

자 계속 해볼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무미건조하게 살아 온 것 같아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봐도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없었어요. 나와 상관없는 일들은 무관심 했어요. 그리고 저는 내 일만 했어요. 학교 다닐 때도 공부에만 집중을 했고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을 간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어요. 그냥 공부하다 지치면 잠간 혼자 나가 걸어 다니고 했어요. 그래서 친구도 많지 않아요. 직장 들어가서도 동료들과 어울려 술자리 하는 것이 싫었어요. 저는 누가 옆에 있는 것이 싫었어요. 그냥 나 혼자 공부하고 나 혼자 있는 것이 좋았어요.

명석씨! 왜 혼자 있는 것이 좋았을까요?

명석은 시중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저는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저도 모르게 불편 했어요. 왜 그러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저 혼자 있는 것이 편하고 좋았어요.

그럼 명석씨 왜 그랬는지 다시 천천히 생각해 볼래요? 왜냐하면 그런 것이 원인이 됐는지도 모르니까요?

다시 생각에 빠지더니 명석이 말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네요. 제가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하다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가는 복도 끝 구석에서 우리 반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돈을 빼앗기며 구타를 당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화장실 가는 척하고 화장실 문 쪽에서 애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욕을 하며 돈을 뺏으며 또 내일도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이야기를 듣고 저는 갑자기 아이들이 무서워졌어요. 나도 저렇게 당하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서 친구 사귀는 것이 싫어졌고 그때부터 자율학습도 안하고 집에 와서 공부하곤 했어요. 또 원래 제 성격이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그때부터 아이들을 피했던 것 같아요. . 그때부터인 것 같아요. 혼자 있기 좋아 한 시기가요. 그리고 내 물건에 누가 손을 대는 것도 싫어했고요. 결벽증까지 있었나 봐요. 그리고 사람들 많은 곳에 가면 내가 어떻게 될까 봐 그 자리를 저도 모르게 피하곤 했어요.

그럼 명석씨도 모르게 불안해 졌던 시기가 고등학교 때 그 시기였네요?

. 그런 것 같아요. 그러면서 가끔 꿈을 꿨어요.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잡으려 쫓아오는 꿈을요. 그 꿈을 꾸고 나면 몸에 힘이 다 빠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어나 화장실 갈 힘도 없을 때가 많았어요. 그리고 갑자기 나도 모르는 공포가 밀려와서 소리를 지르곤 했어요.

그런 증상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계속 되었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인 것 같아요.

직장 다닐 때는 어떠했나요?

가끔 그랬던 것 같아요.

명석은 이야기를 하는 내내 동공이 커지며 눈물이 눈꼬리를 따라 흘러내린다.

많이 힘들었겠네요?

명석은 눈을 감았다 뜨며 눈물 고인 눈으로 눈물이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내리 듯 흘러내리며 애처롭게 쳐다본다.

시중은 명석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을 한다.

일단 명석씨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는 심한 불안을 가지고 살아 왔던 것 같아요. 정신이 몸을 지배한다는 말처럼 명석씨가 너무 오랫동안 마음에 불안증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것이 신체화 즉 몸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 볼 수 있네요.

선생님 저는 이대로 죽어가야 하나요?

명석은 시중을 보며 간절한 눈빛으로 시중에게 물어본다.

명석씨 그것은 본인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명석씨처럼 원인도 모르는 병으로 앓아 누운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 모두가 힘없이 세상을 떠나는 것은 아니에요. 자기가 살아보려는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기적적으로 났기도 하고 죽어가기도 하지요. 또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믿음의 기도로 병이 났기도 하고요. 명석씨는 눈이 살아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명석씨의 병의 근원이 심리적인지 유전적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를 만났으니 나와 상담을 하며 하나하나 풀어가 봐요. 심리적이든 유전적이든 아니면 환경적이든 상관하지 말고 먼저 명석씨의 그 아픈 마음부터 치료해보도록 해요. 마음과 정신이 올바로 살아 있으면 육체의 병도 사라질 수 있다고 믿고 우리 같이 노력해 봐요. 그리고 병원 약도 꼬박 챙겨먹고요.

듣고 있는 명석은 눈물과 콧물이 얼굴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리며 시중을 보며 눈을 깜빡 거린다.

그런 명석을 시중도 동생을 달래 듯 손을 어루만지며 화장지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명석씨 눈을 감아 볼래요?

명석은 눈을 스르르 감는다.

그렇게 눈을 감은 상태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에 불편한 것들을 쓰러버린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자신 안에서 모든 불편한 것들을 밀어버리는 손이 있다고 생각하며 정수리부터 쓰러내려 보세요.

아주 천천히. 이 작업을 10회 반복해 봐요.

명석씨의 몸에 있는 나쁜 것들을 다 쓸어 밖으로 밀어 버린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해보세요.

명석은 누운 자세에서 눈을 감고 시중의 말을 들으며 10분이 넘도록 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 천천히 눈을 떠 보세요?

명석은 눈을 천천히 뜬다. 눈을 뜨는데 시야가 맑아지는 느낌을 갖는다.

선생님 앞이 맑아 보여요. 그리고 몸도 조금 강직 된 것이 풀리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요. 그런 좋은 느낌이 생기면 신체가 요동한다는 증거여요. 이 작업을 수시로 해 보세요. 단순히 생각을 하자면 우리 몸은 피와 물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피가 우리 몸에서 깨끗하게 순환이 되 면은 병이 안 걸리는데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고 오염된 공기에 시달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우리 몸에 있는 피가 둔탁해 지고 묽어져 각 종 병이란 놈이 찾아오지요. 그래서 이것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정신인 것이지요. 우리의 정신이 몸을 컨트롤 하면 몸은 거기에 좋은 반응을 일으켜 우리의 몸에 좋은 에너지를 공급하여 피가 맑아져 각종 병에 걸리지 않도록 저항력을 높여주지요. 명석씨는 이미 이렇게 됐지만 그래도 이 작업을 계속하면 피가 더 나빠져 순환되지 않는 것들을 막을 수 있을지 누가 알아요. 또 인체의 신비스러움은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깨끗하고 총명한 정신과 몸이 하나가 되면 안 좋은 몸이 반응을 일으켜 좋아질 수도 있어요.

시중은 그렇게 명석과 상담을 마치고 방을 나와 거실에 명석의 어머니와 마주 앉는다. 시중은 명석의 어머니에게 묻는다.

어머니 혹시 가족들 중에 유전병으로 고생하신 분이 계신가요?

어머니는 시중의 말을 들으며 잠시 생각한다.

명석은 모르지만 아들 고모가 신경이 약해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명석이 5살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시중은 들으며 명석의 어머니를 보며 안됐다는 눈으로 미간을 조이며 숨을 들이 쉰다.

명석씨는 마음의 스트레스를 자신도 모르게 많이 가지고 살아 온 것 같아요. 마음이 정상인 보다 약한 상태가 돼 있었던 것 같아 보여요. 다른 말로 말하면 신경 쇠약증이라 말 할 수 있어요. 어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유전적인 것도 있는 것 같네요.

명석의 어머니는 시중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다.

제가 일주일에 한번씩 이 시간에 와서 상담을 하겠습니다. 어머니께서도 힘드실 텐데 힘내시고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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