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시골의 전형적인 풍경인 아침이다.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른 낙엽 타는 냄새가 도심 속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들의 오감을 부드럽게 풀어주며 정신의 향연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어 준다.

이틀째 계속되는 집단상담은 지금-여기에 있는 우리들의 시간 속에서 그 누구하나 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아침 시간이라 첫째 날 보다는 모두 안정이 되어있는 자세로 서로가 서로를 온 몸으로 탐색하고 있다.

마음이의 자세는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좌정 그 자체로 아침 시간을 맞고 있는 것 같았다.

 

탐색시간이 5분을 넘어가고 있을 때 지평선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입을 뗀다.

오늘 제가 먼저 말을 하지요.

저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지금까지 부모님의 따스함 속에서 살아 온 것 같아요. 저는 어제 모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숲의 말과 같이 세상엔 내가 모르는 삶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어쩜 저런 삶들이 있을 수 있을까? 저는 너무 충격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여기 집단원들에겐 미안한 이야기겠지만 감사하는 마음, 안도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때부터 제가 해보고 싶었던 건 거의 다 해보며 살아왔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제 적성에 맞는 상담을 공부하고 있고 즐겁게 살고 있어요.

지평선은 주위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세로 담담히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럼 지평선은 아무 부족함 없는 행복한 삶만을 살아오고 있는 거네요?

샘물의 질문에 지평선은 뭔가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하며 말끝을 흐린다.

마음이 순간 들어오는 느낌으로 부드럽고 조용하게 말을 잡아챈다.

지평선 좀 불편한 얼굴이 보여요?

지평선은 마음이의 눈을 보며 누군가에 잘못하여 들킨 눈으로 대꾸를 한다.

그러네요.’

제가 잘못도 안했는데 전 있는 사실 그대로 말을 한 것뿐인데 뭔지 모르게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마음이 다시 아주 조용하게 지평선에게 말을 건넨다.

그 마음을 아주 천천히 들여다볼래요? 왜 그런 마음이 올라오는지.

지평선은 갑자기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들켰다는 듯 표정이 바뀐다. 그러더니 갑자기 구슬 같은 눈물이 뚝뚝 턱밑으로 떨어지며 소리 없는 흐느낌에 젖어 든다.

순간 집단원들은 영문을 모른다는 듯 눈들이 커진다.

지평선은 휴지로 눈물을 훔치며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제 이야기를 피상적으로만 하려고 했는데 샘물의 물음에 뭔가 들킨 기분이 들어요.

그러더니 지평선이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진다.

다시 지평선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목소리를 크크 하며 말을 이어간다.

저는 사실 2살 때 입양되었어요. 부모님께서 아이가 없으셔서 저를 입양하셨대요. 저는 그 사실을 초등학교 들어갈 때 알았어요. 하루는 부모님이 저를 앞에 앉히시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알려 주시는 거여요. 그리고 저를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엄마가 멍하니 있는 저를 꼭 안아 주셨을 때의 그 전율이 지금도 느껴져요. 그리고 제가 어떻게 입양되었는지도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셨고요. 하지만 저는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고 충격으로 한 동안 멍해지더라고요.

내가 왜? 입양아라고?

한동안 부모님 몰래 많이 울었어요. 그런 저를 부모님은 아동상담을 받게 하셨어요. 부모님은 두 분 모두 대학 교수셔서 인지적으로 지각하시며 행동하시는 분이시라 어느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잘 판단하시는 분들이시죠. 부모님의 돌보심으로 상담을 받으며 저의 존재의 가치성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때 받은 상담 때문에 상담이 이렇게 좋은 것이라는 것도 크면서 알게 되었어요. 나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 비록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은 아니시지만 그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하시고 또 나도 부모님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마음이 편안해 지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진로를 결정할 때 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상담학을 선택했지요. 또 지금도 저에게 큰 힘이 되어가고 있거든요. 그런데 점점 살아가며 간혹 이런 생각은 해봐요.

내 친부모는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왜 나를 버렸을까?

혼자서 질문을 해보곤 해요.

지평선은 말을 하는 내내 담담한 어조로 처음 말할 때의 눈물은 찾아볼 수 없다.

지평선은 축복받은 사람이네요. 마음이의 코멘트다.

친부모님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나요? 새가 말을 건넨다.

그 말에 지평은 고개를 젓는다.

궁금은 한데 찾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저는 지금 부모님을 제 친부모님이라 생각하며 지내거든요. 또 행복하게 살고 있거든요. 저는 상담을 배우며 많이 생각했어요. 지금-여기에 충실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가 살아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참 좋으신 부모님을 저에게 주셨잖아요. 또 저는 오늘이 부족함이 없이 살아가고 있잖아요.

지평선은 자신의 모든 것들을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마음이 한번 지평선의 마음을 건드려본다.

그래도 나 같으면 나를 낳아주신 분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서라도 찾아보고 싶을 텐데요?

모두 지평선에게 눈들이 간다.

지평선은 모두에게 쏠리는 시선이 갑자기 숨을 턱 막히게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순간 주위를 한번 눈으로 둘러보며 담담하다는 어조로 말을 한다.

제가 더 나이를 먹으면 모를까 지금은 좀 그래요. 또 저는 지금 부모님을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거든요. 부모님들과 같이 공부를 많이 해서 상담학 교수가 되는 것이 제 목표에요.

마음이는 지평선의 마음을 알았다는 듯 미동의 목 사레의 흔들림만 할 뿐 좌정한 자세 그대로를 유지한다.

 

주위를 둘러보다 마음이의 눈과 마주친 가시가 숨을 한번 오롯이 내쉬더니 자기 차례가 됐다는 듯 입을 뗀다.

저는 매사에 소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모르게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떨리고 두려워요. 그래서 저는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수많은 가시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면서 살아가고 있어요.

부랑아가 말을 건넨다. 언제부터 그런 느낌들이 들었나요?

중학교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마음이가 지그시 눈을 뜨며 가시를 보며 말을 건넨다.

지금 어떤 느낌이 드나요?

가시가 다시 한 번 마음이의 눈을 불안에 떨 듯 바라보며 말을 받는다.

지금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려요.

언제 고여 있었는지 가시의 눈에서 눈물이 바닥으로 급속하게 고공 낙하한다.

모두 가시를 바라보고 있다.

코를 훌쩍거리며 가시가 말을 잇는다.

저는 삼남매인데 중학교 때 가족이 모두 여름 방학 때 차를 몰고 피서를 가고 있었어요. 고속도로를 지나 시골 국도에 접어들어 천천히 달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삼톤 덤프트럭이 급한 속력으로 질주하면서 우리 차를 받았어요. 아빠는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차는 논두렁으로 전복되고 말았어요. 운전석에 아빠가 계셨고 둘째 동생이 조수석에 있었고 나와 엄마 막내 동생은 뒷좌석에 있었어요. 차가 갑자기 전복 되는 바람에 엄마와 막내 동생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어요. 저는 그 광경을 보고 놀라 눈이 휘둥그레 졌어요.

가시가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두 손은 꽉 쥔 상태로 미세하게 떨며 천천히 말을 잇는다.

저는 그 사건으로 한 동안 말문이 닫혀서 한참 동안 생활하기 힘들었어요. 졸지에 우리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고 남은 가족은 1년 정도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았던 것 같아요.

집단 원들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가시를 눈으로 어루만져주고 있다.

코끝이 시큰한지 코를 지긋이 화장지로 밀어내며 새가 말을 건넨다.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가시가 그 힘든 시기를 어떻게 보냈었을까 생각하니 가슴까지 져려 오는 것 같아요.

새의 말에 가시가 또 한 번 눈물을 쏟으며 이야기를 잇는다.

저는 그때부터 사람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두려웠어요. 대학교 들어 올 때까지 집과 학교만 다니면서 공부만 했어요. 그래서 아직 친한 친구도 거의 없어요. 사실 엄마가 안계시니까 공부할 생각도 없더라고요. 근데 아빠가 우리는 돌아가신 엄마와 동생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는 거예요. 우리 남매를 정말 지극정성으로 챙기세요. 아빠는 재혼도 안하시고 그냥 우리 남매만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살아가시고 계시죠. 근데 저는 엄마가 안계시다는 허전함과 충격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하는 것들이 겁이 났어요. 그냥 어느 때부터 나 혼자 있는 것이 좋았고 혼자 노는 것이 편했어요. 누가 옆에 있으면 나 때문에 해를 당할 것 같은 강박적인 생각이 너무 괴롭고 싫어서 나도 모르게 얼른 그 자리를 피하곤 했어요.

마음이 가시를 보며 말을 건넨다.

요새는 어떤가요?

대학에 들어와 교수님께 개인상담을 받으며 많이 그런 강박적인 현상들이 적어졌어요. 저는 상담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상담심리학과를 들어오게 된 동기도 그냥 단순히 배워 볼게 마땅치 않아 아버지가 대학은 나와야한다는 말에 눈에 띄는 학과가 상담심리학과였어요. 그래서 내 심리도 알아 볼 겸 지원해 들어오게 됐어요. 들어와 공부하며 상담을 받으며 상담이 이런 거구나 느꼈고 상담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집단상담을 한번 체험해 보고 집단상담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같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럼 지금은 어느 정도 내면의 아픔이 치유돼 있는 상태인가요? 벌레가 말을 건넨다.

네 좀 전에 말했다시피 개인 상담을 받으며 많이 좋아졌어요.

마음이 좌정한 상태로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인다.

 

자 쉬었다 하자 말이 떨어지자 다 들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부엌에서 사모님이 나오시며 우리를 보자 쟁반에 식혜와 다과를 접시에 담아 방으로 들어가시며 모두 들어와 차 한 잔씩 해요 말씀하신다.

'네...' 

밖에서 한 사람씩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차 마시는 방안의 공기는 윤 교수와 방안에 앉아 있는 4명의 집단원들의 고요를 깨지는 못했다. 좀 있으니 나머지 집단원들이 들어와 앉으며 식혜를 손에 들고 마신다.

영희가 오! 교수님 식혜 정말 맛있어요.

미간에 주름이 잡히며 윤 교수가 웃으며 말을 한다.

이거 집사람이 만든 거야.

! 그래서 이렇게 맛있나 봐요. 정우가 웃으며 대답을 한다.

모두 정우의 응답에 웃으며 다과와 식혜를 먹는다.

자 또 들어가 볼까?

윤 교수의 말이 떨어지자 다과와 찻상은 밖으로 내보내고 우리는 집단속의 여행으로 다시 모든 것을 던져본다.

 

어김없이 침묵의 시간들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넓은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정막이 좀 지났을까?

부랑아가 입을 뗀다.

제가 얘기 할게요. 조금은 어눌한 어투로 말을 잇는다.

집단원들은 어느 시간보다 귀를 쫑긋 세우는 것 같다.

저는 제 몸에 대해 불만이 많아요. 어째서 장애인으로 태어나야만 했는지. 이 답답한 마음을 누구한테 털어놓고 해결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를 이렇게 세상에 태어나게 한 하나님이 미워요.

부랑아는 말하는 내내 담담한 표정이다.

저는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손해 보는 것이 너무 많아요. 사람들로부터 부지불식간에 도외시 당하는 때가 너무 많아 그때마다 속상하고 화가 나요.

졸지에 방안 분위기는 무거워, 좀 전보다 더 긴 침묵이 흐른다.

평소에 부랑아의 호탈하고 웃음 많은 성격인 줄만 알고 있는 친구들이라 의아해 하는 표정들이다. 그래도 장애인으로 장애인 같이 내색을 안 하며 모든 면에 적극적이고 호탕한 성격으로 알고 있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부랑아는 무엇이 떠오르는지 눈에 눈물이 글썽 고인다.

저는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나의 겉모습인 몸만 보고 판단해요.

장애인이기 때문에 너는 안 돼.

할 수 없어.

못해.

여기까지가 너의 한계야.

이런 말과 행동을 하며 저의 기를 죽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는 이렇게 취급받을 때마다 저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요.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냥 현실이니까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나?

아니면 모든 것에 전투하듯 투쟁하며 살아가야만 하나 생각이 많아요.

부랑아의 눈에서 눈물이 몽글몽글 맺혀 떨어진다.

마음이도 그냥 눈을 감은 채 좌정하고 있다.

집단원들도 말없이 그저 앉아 있을 뿐! 또 침묵이 흐른다.

새가 입을 연다.

부랑아는 자신의 몸에 대해서 많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이해해요. 그러나 자신의 몸을 그대로 인정하면 좀 살아가는데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방안의 집단 원들이 다 새의 말에 부랑아를 주시한다.

그 말은 아까 제가 말했다시피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란 이야기로 들리네요?

부랑아의 어조는 좀 날카로웠다.

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부랑아가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 좀 더 편하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어요.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현실이잖아요?

그 말의 의미가 어떤 의미인지 잘 납득이 안 되는데요?

부랑아는 좀 불쾌하다는 어조로 말을 한다.

새가 좀 당황한 어조로 말을 한다.

아니 부랑아가 너무 자신의 신체에만 집착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하는 말이었어요.

부랑아는 그제서야 자신도 모르게 올라오는 감정을 누르며 알았다는 듯 말을 한다.

저는 생각을 해봐요. 세상 살아가는데 있어 제일 중요한건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몸이 멀쩡해도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동물과 같은 존재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올바르고 현명한 자아 즉 정신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상담을 하는데 있어서 상담을 몸으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상담 전문가가 앉아서 상담을 하는 거잖아요. 물론 저는 언어가 좀 어눌하긴 하지만요. 그렇지만 못 알아들을 언어는 아니거든요. 저는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못한다 다 치부하지 말고 이런 걸 알아 줬으면 하는 바람 이예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몸만 보지요. 이런 것 때문에 답답하다는 이야기여요.

새의 말을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녀요.

제 장애를 인정하지만 저는 장애인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여요. 또 저는 제가 못하는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거든요. 살아가는데 있어 몸으로 힘을 쓰며 살아가는 세상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거의 머리를 쓰며 살아가는 세상이 아닌가요?

모두 부랑아의 말에 눈만 꾸뻑인다.

마음이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넨다. 그래서 닉네임이 부랑아인가요?

네 부랑아라는 것은 처음에도 말했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돈다는 뜻에서 제 자신을 표현해 본 것도 있지만 저의 인생을 자유로이 떠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에 방랑의 의미로 부랑아로 표현해 본거여요.

그렇지만 그렇게 살아가려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마음이의 말이 이어졌다.

네 하지만 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장애인이기 때문에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무너질 것 같거든요.

모두 부랑아를 안쓰럽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마음이도 고개만 미세하게 끄덕이며 눈을 감는다.

마음이가 이윽고 말문을 연다.

부랑아는 단순히 자신의 몸에 대한 물음이 아니라 자신 자체의 삶에 대한 물음에 고민하는 것 같아요. 내가 볼 때 부랑아는 대단한 사람이라 느껴요. 자신의 삶에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도전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알고 있어요. 장애인이면 대개 조용히 어디에 있는 듯 없는 듯 하며 살아가는 것 같은데 말이지요. 부랑아는 더 열심히 알려고 하고 적극적인 마인드가 있다는 것을 알아봤지요.

그런데 부랑아! 내가 생각할 때 삶은 다 누구나 아픔이 있잖아요. 지금껏 집단 원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느꼈잖아요. 사람들의 시선과 의식을 개개인이 바꿀 수 없지만 부랑아가 말한 것처럼 하나하나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삶을 임하면 어떨까요? 부랑아가 늘 아름다운 것처럼 아름답게 도전하며 대처하며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모두 공감한다는 듯 깊은 숨을 내쉬며 고개만 끄덕인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이날 저녁은 교수님이 마지막 밤이라 마당에 있는 가마솥에다 손수 별미의 밥을 안치시고 장작불을 지펴서 삼겹살 파티를 준비하고 계신다.

여자 아이들은 사모님을 도와 반찬들을 밖에 차려놓은 상에 나르고 있다.

남자 아이들은 교수님을 도와 고기를 이리저리 뒤치며 구워가고 있다.

오늘 따라 깊어가는 초 겨울밤 별들이 더 또렷하게 우리를 비춰주고 있다.

모두 장작불에 빙 둘러 서서 막걸리 잔에 잔을 채우고 교수님이 말씀하신다.

자 모두 집단 하느라 수고들 했다. 내일이 마지막 시간인데 안 한사람 있나?

경희가 빠끔히 손을 들며 저요 한다.

그래 경희 안했지! 내일 오전 시간이 있으니까 잘 활용해 보도록!

네 교수님! 경희가 미소 지으며 밝게 대답을 한다.

! 이 밤에는 앞으로의 우리들의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건배하자.  

교수님의 건배 제안에 모두 잔을 들어 건배를 외치며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술을 술술 넘기며 좋아 한다. 짙은 밤하늘에 총총히 떠있는 별들을 신기한 듯 보며 흥에 겨운 노래들을 한 가락씩 뽑으며 풀벌레 우는 밤을 우리는 노래 부르며 마음껏 즐긴다. 또 귀뚜라미 노래 소리에 쏟아지는 별과 달의 친구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 삼일 째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이날 좀 늦게 주섬주섬 일어나 세수를 하고 9시까지 방에 모여 앉았다.

자 오늘은 마지막 날이다.

12시까지 한다. 화초만 안했는데 알아서 하기 바란다. 11시쯤 그동안 삼일동안 느낌이나 소감 등을 각자 짧게 말하며 마무리 하겠다.

화초가 마음이의 말이 끝나자 말을 잇는다.

저는 삼일동안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모두 같은 생각이겠지만 내가 모르는 다양한 삶들이 있다는 것을 경험 했어요. 그리구 어제 부랑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너무 가슴이 먹먹했어요.

그렇다 화초는 부랑아와 입학하면서부터 알게 됐다. 누구보다 신실한 우정을 느끼며 클래스메이트로 각별히 생각하고 있다.

화초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저도 제 삶에 특별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정상적인 부모님 슬하에서 공부하며 제가 공부하고 싶은 상담심리를 공부하고 있어요. 화초라고 한 것은 상담을 공부해서 몸과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위해 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들에 꿋꿋이 죽지도 않고 생존해 있는 화조가 되고 싶은 마음에 붙여 봤어요.

화초는 이야기하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다.

모두 화초의 이야기를 들으며 집단에서의 우리의 미지의 이야기들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 같다.

초겨울 고요하고 아늑한 시골 아침 굴뚝에 새파란 하늘로 김이 몽글몽글 올라오듯 모두 소리 없는 웃음을 짓고 있다.

그렇게 화초는 마지막 오전 시간을 산뜻하게 마무리 하고 있었다.

우리는 상담심리를 대학에 들어와 배우며 학과 교수님인 윤 교수에게는 처음으로 집단상담을 받으며 아름다운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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