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학교는 한적하다.

월요일이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우리는 내일인 토요일부터 집단상담을 하기로 결정했다.

시중은 집단상담 때문에 학과 동아리 사무실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창수, 성식, 경희, 정우 그리고 집단에서 같이 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다 모여 한명씩 소개와 인사를 나눈다.

영희, 상명, 인주, 효선, 유진이가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우리 기존 친구들도 돌아가며 소개를 한다. 그렇게 우린 통성명을 하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집단상담 장소와 시간에 대해 시중은 이야기를 한다.

자 내일부터 3일간 있을 윤 교수님과의 집단상담 장소는 윤 교수님 자택에서 하게 됐어.

그리고 시간은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야. 윤 교수님 댁은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근처 개량 한옥 주택이시래. 또 교수님이 우리 모두 교수님 댁에서 3일간 숙박을 하라고 말씀하셨어.

시중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애들은 와 소리를 질러댄다.

우리는 학교에 들어와 윤 교수님 댁을 처음 가보는 거고 서울이 아닌 산정호수 근처라 하여 더욱 마음이 들뜬다. 마치 초등학교 때 아무 생각 없이 소풍간다는 것 자체만으로 즐거워했던 동심의 세계라 할까?

우리는 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유진이가 이야기를 했다.

저기 우리 집에 12인승 스타렉스가 있는데 그거 타고 가면 될 것 같은데?

그럼 운전은 누가하지? 정우가 말을 했다.

유진이가 운전도 내가 할게! 웃는다.

오우! 유진 멋있는데!

혹시 너네 부르주아 아냐! 성식이 깔깔 웃어댄다.

얘들도 같이 웃어댄다.

유진이도 뭐~ 눈을 올렸다 내리며 같이 웃는다.

그래 그럼 내일 아침 7시까지 종각역에서 모이기로하자.

시중이 말을 한다.

아이들이 그래 좋아! 

동아리 사무실에서 나와 우리 10명은 어김없이 촌뜨기 집에 들러 모처럼 10명이란 사람이 한 마음이 되어 군대에 막 입대를 남겨 둔 새파란 훈련병들처럼 내일부터 있을 집단상담에 대한 이야기와 각오를 나누며 새벽 1시나 돼서야 우리는 헤어졌다.

 

그 다음 날 우리는 종각에서 만나 유진이의 차에 모두 몸을 싫어 교수님 댁으로 향한다.

우리는 교수님 댁에 다 와갈 때 쯤 시중이 전화를 했다.

교수님 저희 한 20분이면 도착할 것 같아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교수님의 목소리는 강의 할 때 목소리보다도 맑게 들린다.

, 그럼 내가 나가 있지 라는 교수님의 말과 함께 나는 전화를 끊었다.

우리는 유진이의 차에 실려 교수님 집 대문 앞에 정차를 했다.

교수님은 아침인데도 단정한 차림으로 우리를 맞아 주신다.

그래 어서들 와. 다들 이른 아침부터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

창수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교수님 댁을 보며 와~ 교수님 죽입니다요. 탄성을 지른다.

아이들 모두도 주변을 둘러보며 시골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아침 공기의 고적함을 가슴 속 깊이 들이마시며 손을 벌려 기지개를 한없이 펴댄다.

'자 들어가자'

우리를 개량 한옥 대문을 지나 대청마루를 지나 안방으로 인도 하신다.

 

우리는 대문에서 처음 대하는 사모님에게 인사를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교수님은 차를 들고 들어오시는 사모님에게서 찻상을 받으며 어서 한 잔씩 마시지라며 우리에게 3일간 있을 집단에 대해서 주의 사항을 일러 주신다.

자 오늘부터 3일간 집단을 할 터인데 이 기간 동안은 서로가 대화하는 것을 가급적 삼가하고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또 내가 이따 집단 할 때 말하겠지만 3일 동안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비밀 보장의 원칙에 의하여 여기서 알고 여기서 끝내길 바란다.

너희들은 앞으로 각자의 상담인 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오늘 나와 같이 하는 집단상담 뿐 아니라 다른 집단 리더들에게 받아 보길 원한다. 또 개인상담도 될 수 있으면 많이 받아보길 바란다.

네 교수님!

자 그럼 여자들 방과 남자들 방을 지정해 놨으니 가서 짐 풀고 10분 후에 사랑채로 모이기로 하자. 아침은 모두 먹고 왔지?

네.

우리는 각자 방으로 들어가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사랑채로 모였다.

사랑채는 안방 바로 건너 방으로 방은 넓고 깨끗한 벽지와 단아한 찻상이 놓여 있었다.

교수님은 찻상을 밖으로 내보내며 사모님께 이것 좀 치워줘요문을 닫는다.

우리는 방석을 깔고 빙 둘러 앉았다.

교수님은 우리에게 페이퍼 한 장씩을 돌리신다.

자 이것은 여기에서 있는 일들은 여기에서 끝낸다는 비밀보장의 서약서이다. 모두 읽어보고 밑에 이름 쓰고 싸인 해서 주기 바란다.

이 중에 집단 처음인 사람 있나?

영희와 인주가 손을 들었다.

그래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우리 과 학생들이니까 처음이라도 이론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자기를 알릴 수 있는 닉네임 하나씩 만들도록 하고 그 이름에 대한 각자 간단한 소개를 하면서 시작하기로 하자.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서로가 눈치를 보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경희가 처음 입을 뗀다.

'제가 먼저 할게요'  말을 한다. 나는 화초라고 해요.

화초는 어디서든 생명력이 강해 꿋꿋이 살아남는다는 뜻에서 화초로 했어요. 화초는 말을 맺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유진이가 또 입을 뗀다. 나는 지평선이라고 해요.

끝없는 파란 바다에 지평선을 따라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붙여 봤어요.

성식이가 말을 한다. 나는 샘물이라고 해요.

언제나 내 안에서 맑게 솟아나는 깨끗한 물이 되고 싶어요.

영희가 말을 받아 나는 새라고 해요.

새처럼 자유로이 날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에서 새라고 해요.

창수가 나는 용암이라고 해요.

내 안에 끌어 오르는 모든 것을 재거하고 싶어서요.

효선이가 입을 뗀다. 나는 가시라고 해요.

내 안에 가시를 뽑아 버렸으면 좋겠어서 지어봤어요.

인주가 말을 받는다. 나는 시궁창이라고 해요.

내가 너무 깨끗지 못한 것 같아서요.

상명이도 이어 말을 받는다. 나는 벌레라고 해요.

내 안에 벌레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정우도 말을 받는다. 나는 숲이라고 붙여 봤어요.

아름다운 숲에 있고 싶어서요.

마지막으로 시중이 친구들의 얼굴을 살피며 말을 한다.

나는 부랑아라고 해요.

나란 존재는 세상 어느 곳에서도 부자연스러워 보이거든요. 그래서 세상과 불일치하며 살아가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에서 부랑아라고 붙여 봤어요.

우리의 소개가 다 끝나고 윤 교수가 말을 한다.

그럼 내 소개를 해야겠군. 나는 마음이라고 불러요.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어서요.

이렇게 우리 모두는 첫 집단 안으로 우리의 모든 것을 풀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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