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찬의 위로 기독교 고전 4
쇠얀 키르케고르 지음, 윤덕영.이창우 옮김 / 카리스아카데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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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하여 성찬식을 행하거나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

이 책은 그동안 못누렸던 성찬식을 사모하게 해준다.

제목 자체가 코로나 시대에 메시지를 준다.


책내용은 성찬에 대한 교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원수를 사랑하는 사랑으로 날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용납하심과 사랑하심을 통하여

위로받고 세상속에서 성찬대가 따라다니고

삶속에서 성찬의 위로를 누리며 사는 그리스도인의 진면목을 드러내준다.


값을 수 없었던 10억원의 빚이 탕감받았다는 선언을 들었을 때 그 기쁨이 얼마나 큰가.

매순간 그 기쁨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감동을 주는 키르케고르의 강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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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만남 - 김용관 목사 수상집
김용관 지음 / 솔과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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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김용관 목사님, 지난 번에 출판하신다는 책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책을 읽고 글들이 살아 움직이고 제 마음에서 역사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연과 사람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독서와 글쓰기 실력에 놀라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목양일념이고 하나님사랑 이웃사랑에서 나온 생생한 체험들이었습니다. 놀란 토끼 눈의 자매님, 잊을 수 없는 만남(하진풍 장로님) 이야기;  야성의 필요성, 어두움과 태풍같은 인간의 고난의 유익 등이 구구절절 위로가 됩니다. 친절하고 알아듣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는 그 배려를 배우고 싶습니다. 마치 주님이 앞에서 이야기해주듯이 친철하고 쉽고 자상하게 풀어주는 인생이야기, 목회이야기에 울고 웃게 됩니다.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책을 읽고 쉽게 전달도 잘 못하는 저 자신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농촌에서 '지렁이 약'을 만들어 주고 농촌의 남녀노소를 돌보시던 목사님에게서 주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고개가 죽여지게 됩니다. 귀한 책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목회하면서 옆에 두고 읽으며 선배님의 주님사랑, 이웃사랑, 나눔의 실천을 본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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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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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다. 문학과 영화에 대한 탁월한 에세이이다. 비엔나와 그리스 여행에서 만난 한 여인과의 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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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 : 신앙의 개념 기독교 사상가 키르케고르
메럴드 웨스트팔 지음, 이명곤 옮김 / 홍성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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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독교 세계에 기독교 새로 소개하기

키르케고르는 파토스를 철학의 주제로 부각시킨 현대 철학의 선구자이다진리는 앎이 아니라 삶이며지식이 아니라 양식이다철학의 주제를 로고스에서 파토스로 전환시켰다당시에 철학은 위기를 맞았고 형이상학은 종언을 고했다철학이 삶을 해석하고 풍요롭게 하는데 더 이상 도움을 주지 못했다철학은 사변적 논리체계로 흘렀다. “논리의 체계는 있어도 실존의 체계는 있을 수 없다는 키르케고르의 말이 실존주의의 시작이었다.

삶은 앎보다 앞선다삶은 이론보다 더 크다키르케고르는 루터파 신학자로서 믿음과 행함은혜와 삶의 문제를 주제로 다룬다칭의의 구원은 신앙의 출발점이지 종착역이 아니다루터와는 달리 키르케고르는 성경가운데 야고보서를 가장 사랑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다(야고보서 2장 18).' 지식은 교만하게 한다(고린도전서 8장 1). 기독교 실존주의는 예수를 믿음의 대상으로 보는데 머물지 않고따름의 대상으로 삼는다본회퍼가 키르케고르 사상을 이어받아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고난의 길과 정의의 길을 선택했다기독교의 핵심은 그리스도인이 되면서 고난과 자기부인을 겪는 것인데명목상의 기독교에서는 고난과 자기부인이 필요치 않는다오히려 기독교인이 됨으로써 고난이 없다고 말하는 번영의 신학은 하나님의 은혜를 값싸게 만드는 것이다.

키르케고르의 모든 저술은 참된 인간이 되고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는 길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웨스트팔이 들어가는 말에서 밝히고 있듯이키르케고르는 처음부터 기독교적 관점을 가진 사상가이다초기에 심미적 작품을 썼다가 후기에 종교적인 저술을 쓴 것이 아니다저자로서 나의 관점에서 키르케고르가 분명히 밝혔다. "나는 처음부터 종교적 작가였고내 모든 저술은 기독교와 관련이 있다." 키르케고르는 '현대철학의 선구자' '실존주의의 아버지''기독교 사상가'이다이 책은 기독교 사상가의 관점에서 키르케고르는 조망한다.

최근 출판계는 그를 그리스도교 사상가라는 관점에서 조명하기 시작했다. 2018년에 홍성사에서 키르케고르신앙의 합리성(토니 킴 저)키르케고르신앙의 개념을 출간했고샘솟는 기쁨사에서 스스로 판단하라(2017),자기 시험을 위하여(2018), 고난의 복음(예정)을 출간하였거나 출간할 예정이다키르케고르를 난해하게 생각한다그러나 그의 그리스교의 본질에 대한 직접적 표현들은 무릎을 치게 한다쉽고 감동적이며 영감을 불어넣어준다.

이 책의 저자 메럴드 웨스트팔은 현재 79세로 예일대와 뉴욕의 포드햄대의 교수를 지냈다그가 74세에키르케고르신앙의 개념을 썼다원숙한 키르케고르 원로학자로서 키르케고르의 사상의 핵심을 조망해 주었다키르케고르신앙의 합리성에서 젊은 학자 토니 킴은 키르케고르의 철학의 부스러기에 나타난 이성과 신앙의 문제를 다루었는데웨스트팔은 신앙의 합리성에서 키르케고르의 가명 저자 3명이 쓴 5권의 유명하고 많이 읽히는 저술들을 '믿음'이라는 관점에서 꿰뚫어서 조망하고 있다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섯 권의 저술은 공포와 전율(1843), 철학의 부스러기(1844)와 철학의 부스러기의 결론적 비학문적 후서(1846),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병(1849)과 그리스도교 훈련(1843)이다키르케고르의 작품들을 심도 있으면서도 믿음이라는 하나의 관점으로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지니고 있는 탁월성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고 꿰어야 보배'라고 말이 절로 떠오른다.

 

요하네스 데 실렌티오믿음의 본질을 파악한 비기독교인

공포와 전율(1843)은 창세기 22장과 히브리서 11장에 나타난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이삭을 모리아산에서 번제로 바치는 내용을 다루면서믿음의 본질을 규명하고 있다딸을 죽인 입다와 신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서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 그리스의 아가멤논 왕의 경우와 아브라함의 경우가 어떻게 다른 지를 제시하였다공포와 전율도덕과 종교의 본질적 차이를 논증한다아브라함의 순종에서 볼 수 있듯이믿음은 결코 편안하게 하니라 끊임없는 내적인 싸움이다믿음의 길을 가는 사람은 결코 지루하거나 무료하지 않다왜냐하면 믿음은 평생의 과업이지 결코 이 땅에서 완성되는 속성이 아니기 때문이다만일 믿음생활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거나 진리에 대한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면그 사람은 아직도 믿음에 들어선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성령의 불씨가 없는 것이다키르케고르는 진리에 대한 사랑과 희열과 경탄(wonder)을 강조한다문제는 객관적인 정보완성된 교리에 머물러서는 이러한 희열과 경탄이 있을 수 없다.

공포와 전율에 나타난 믿음의 본질에 대하여 다섯 가지를 저자는 말한다믿음은 평생의 과업이다믿음은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전적 신뢰이다믿음은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완전한 순종이다믿음은 이성의 목적론적 중지이다믿음은 최고의 정열이다아브라함이 이삭을 바치는 사건을 보라믿음은 결코 냉랭하고 차분한 감정이 아니라진리를 위하여 자기를 부인(self-denial)하고 자기를 체념(resignation)하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선택하는 끊임없는 이중운동이다믿음의 본질은 역동적이다믿음은 하나님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헌신과 정열이며 결단이다믿음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요하네스 클리마쿠스비기독교인이 이면서 기독교의 본질을 간파한 젊고 논쟁적인 철학도

요하네스 클리마쿠스는철학의 부스러기(1844)와 철학의 부스러기의 결론적 비학문적 후서(1846, 역자 이명곤은 결론적 해설이라고 표기함)에서 '진리는 주체성이다!'라는 주제를 인식론과 형이상학의 방법으로 다루었다주체성은 주관주의와 다르다주관주의는 객관성을 무시하는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입장을 취한다소피스트의 궤변철학이 여기에 해당한다그러나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주체성은 인격주의에 가깝다하나님은 지식의 대상이 아니라 진리의 주체이시다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는 것은 객관적 정보를 배우고 머리로 이해하는 정도로는 안 되고믿음의 주체적 결단을 통하여 내 생애를 전부 바치는 헌신이며 신뢰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사상이다.

요하네스 클리마쿠스는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경구를 사용하여 철학자들을 비판한다. '문제는 지식이 아니라 삶이야이 바보들아!'라고 외친다소크라테스의 철학이 내면성의 종교성을 가지고 있다면기독교는 계시성의 종교성을 가지고 있다하나님과 인간은 절대적으로 다르다절대 역대 역설인 예수의 성육신 사건을 믿음으로 받아들이든지실족(offense)하든지 모든 인간은 갈림길에서 선택해야만 한다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쇠파리'이었듯이키르케고르는 덴마크의 명목상의 국가 기독교를 괴롭히는 '코펜하겐의 쇠파리'를 자처했다.

요하네스 클리마쿠스는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상기설(recollection theory)이나 산파술로 대변되는 이성과 계시에 대한 믿음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논증했다철학과 믿음은 환원불가능한 차이점이 있다고 주장한다이는 일체의 범신론(동일철학)을 배제하고절대 역설(성육신)의 계시(차이철학)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이다키르케고르는 성육신을 기독교의 본질을 바라보는 핵심으로 삼고 있다요하네스 클리마쿠스의 두 작품에서 말하는 믿음의 본질을 다섯 가지로 소개한다믿음은 계시의 수용이다믿음은 죄를 넘어서는 행복한 정열이다믿음은 객관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열정적 수용이다믿음은 도약과 분투이다믿음은 이성에 대항하는 파토스적 노력이다.

 

안티 클리마쿠스높은 영적 수준을 가진 이상적인 기독교인.

앞의 두 저자가 간접적이면서 철학적인 방법으로 기독교의 진리가 무엇인지를 논증했다면안티 클리마쿠스는 직접적으로 수준 높은 기독교를 제시하고 있다죽음에 이르는 병(1849)과 그리스도교 훈련(1850)는 가장 직접적으로 믿음의 본질을 말한다키르케고르는 외과의사의 방식으로 기독교의 본질을 밝힌다단순히 약을 먹고 파스만 붙이는 식이 아니라그 당시의 기독교는 수술이 필요했다.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절망은 복음이다왜냐하면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기도 하지만하나님을 믿음을 통하여 영생으로 인도하는 길이 된다이것이 절망의 변증법이다절망은 단순히 우울이나 낙담과는 다르다절망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죽는다고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은 지독한 병이다이 절망의 치유는 믿음밖에 없다따라서 믿음의 반대는 의심이 아니라 절망이다죽음에 이르는 병 하나님을 '자아를 확립하는 힘'이라고 표현한다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을 때인간은 자기 자신과 바른 관계를 맺고타인과도 바른 관계를 맺게 된다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지만키르케고르는 "나는 믿는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한다절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믿어야 한다. "너는 죄의 사함을 믿어야 한다." "너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통해서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믿어야 한다."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말하는 믿음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훈련에서 말하는 믿음은 그리스도와 동시성을 이루는 것이다오직 믿음을 통해서만 그리스도와 동시성을 이룬다역사적 정보로 그리스도와 동시성을 이루는 것이 결코 아니다절대 역설인 성육신의 계시를 믿음으로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때 예수 그리스도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믿는 자와 동시대성을 이룬다예수님 당시의 사람도 믿지 않으면 예수님을 모르는 것이고, 2000년 후의 우리라도 예수님을 믿는다면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동시대성을 이루는 것이다. "모든 시대모든 사람은 예수에 대하여 똑같은 거리에 있다." "동시대성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그리스도인이 아니다." 이 말은 '동시대성'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마태복음 11장 6절을 다루면서그리스도는 우리를 영광의 자리로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비천함의 자리로 초대하신다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예수님의 초대는 안락한 생활로의 초대가 아니다진리를 따르고 좁은 길로 가는 초대이다예수님을 믿으면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외국인과 나그네로 살아가는 불편한 삶이 시작된다예수님께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다고 말씀하셨다키르케고르는 십자가의 신학고난의 복음이 기독교의 본질로 본다번영의 신학성공의 신학영광의 신학은 고난을 왜곡하고 현세적이 차원에 머무르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십자가의 신학의 모토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말하지만번영의 신학은 "불가능은 없다"라고 신념처럼 외치게 한다그리스도교 훈련에서 실족의 가능성전투하는 교회 등이 중요한 주제이다.


나오는 말

키르케고르의 대가답게 메럴드 웨스트팔은 그의 말년에 키르케고르의 다섯 권의 책을 통하여 기독교의 믿음의 본질을 규명하며 믿음의 역동성과 믿음의 정열을 우리에게 선물로 전해주고 있다이 책이 설교와 신앙서적처럼 은혜가 되는 서적은 아니다어렵고 난해한 것이 사실이다기독교를 어렵게 만드는 게 키르케고르의 목적이다왜냐하면 제도적 기독교가 하나님의 믿음과 은혜를 너무나도 값싸고 천박한 것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그가 기독교를 어렵게 만든 것은 철학자들을 향한 하나의 위트요 유머이다신앙의 세계가 철학의 세계보다 탁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한편 철학자들에게 인식론과 형이상학이라는 철학적 방법으로 철학적으로 유창하게 기독교를 설파함으로써 철학자들을 놀라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실존주의라고 해서 키르케고르가 기독교의 객관적 역사성을 부인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키르케고르가 기독교 사상의 핵심인 성육신이다. 성육신의 계시적 사건은 시간과 공간속에 일어난 역사적 객관적 사건임을 주목해야만 한다. 성육신 사건은 역사적이면서도 영원적이며객관적이면서도 주체적인 믿음의 결단을 통해서 이해해야 하는 신비이다. 왜 키르케고르는 요하네스 실렌티오와 요하네스 클리마쿠스라는 비기독교인을 통하여 기독교의 믿음의 본질을 말했을까? 원래 자기 모습은 잘 못보기 때문이다. 명목상의 기독교인에게 비기독교인이 말하는 기독교를 들음으로써 값싼 믿음을 버리고 참된 믿음의 정열을 가지도록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이다. 왜 완전하고 수준 높은 이상적인 기독교인 안티 클리마쿠스를 통하여 기독교를 말하게 했을까? 그 이유는 완전한 기독교인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기독교인인 가명의 저자를 통하여 물타지 않은 기독교의 본질을 가감없이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끝으로 어렵고 난해한 쟁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번역해주신 이명곤 선생님의 노고에도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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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고르, 나로 존재하는 용기 - 진실한 삶을 위한 실존주의적 처방
고든 마리노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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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선물

사역을 마친 일요일 저녁뜻밖의 선물이 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나에게 책 선물을 보내올 만한 곳을 두 곳 정도 꼽아보았다. '누가 보냈을까?' 생각하며 포장지를 뜯었다선물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최근에 '실존주의'를 정리하려고 원서로 구입하려던 책 실존주의자의 생존 지침서The Existentialist's Survival Guide가 번역되어 내 손에 들어오다니너무나도 놀랍고 기뻤다한국어판 제목은 이 책의 주인공 쇠렌 키르케고르(1813-1855)를 내세운 키르케고르나로 존재하는 용기이다.

 

실존실존주의란?

이 책의 차례를 이루는 일곱 가지 주제들은 누구에게나 공감이 되는 것들이면서 실존주의의 핵심 사상을 담고 있다불안우울과 절망죽음진정성authenticity, 신앙도덕성사랑이 중 한두 개는 누구나 한번쯤 깊이 빠지거나 천착해봤을 것이다실존주의에 관한 기존의 책들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의 특징은 실존주의의 등장 배경과 미국에서의 흐름을 잘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실존주의의 주된 특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실존주의는 개인성(individuality)을 강조하며 실존주의자들은 삶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관심을 기울인다실존주의자들을 하나로 묶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학문적 철학에 대한 반감이다실존주의자들은 개념을 소개하는 이론을 벗어나서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자신의 통찰을 이야기나 묘사 형식으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그래서 소설가나 시인 등 작가로 활동한 이들이 많다니체카뮈사르트르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 등이 그렇다.

 

“'실존'이란 개념은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이론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피하려는 구체적인 실존을 뜻한다.” _24

 

또한 이 책은 필자와 인연이 있는 저자인 고든 마리노의 반(회고록이기도 하다저자가 만난 키르케고르를 통해 저자의 생각과 삶을그 의미를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키르케고르 연구서라는 이미지를 빼고서도 키르케고르 사상을 풍성하게 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고든 마리노와의 인연

2008년 8필자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만 3년을 살다가 아내와 아들과 딸을 데리고 미네소타주로 떠났다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이틀을 머물고사우스다코타주에서 친구도 만나며 일주일 정도 운전해서 미네소타주 노스필드에 도착했다키르케고르 연구학자 자격으로 세인트올라프 칼리지의 키르케고르 도서관에서 연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세인트올라프 칼리지는 미국의 10대 명문 대학(college)이며 미국에서 유일하게 키르케고르 도서관이 있는 곳이다고든 마리노는 키르케고르 저술과 연구 자료들만 모아놓은 그 도서관의 관장이었다몇 번인가 인사를 했고한두 번은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나는 도서관의 연구실 하나를 배정받았고일주일 내내 24시간 아무 때나 도서관을 드나들 수 있는 마스터키를 받았다새벽이고 자정이고 내가 원하는 때에연구실에서 홀로 밤을 지새우며 연구할 수 있었다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은퇴를 몇 년 앞둔 친절한 사서 신시아 룬드(Cynthia Lund)는 연구 자료를 찾는 데 도움을 주었고나를 '키르케고르 학자'(Kierkegaard Scholar)라고 불러주었다너무나도 생경하고 과분한 호칭이었다특별한 관심과 격려를 받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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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장 고든 마리노, 그가 책을 낸 것이다그에게 이런 옛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고함소리가 그치지 않았던 불행하고 긴장된 가정환경에서 자랐고술과 마약에 취해 절망적인 젊은 시절을 보내기도 했으며권투선수 출신으로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스파링 파트너를 한 경력도 있다핵주먹 타이슨은 키르케고르 애호가이고저자는 권투로 타이슨을 만나서 서로 친구가 되었다. 이 책의 33쪽부터 44쪽까지저자가 우연히 키르케고르를 만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데다음 일화만 봐도 정말 다혈질에 대책 없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그의 첫 번째 부인은 뉴욕에서 만난 니키라는 여인이었는데그녀를 처음 본 순간 고든 마리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와 꼭 결혼할 거야.” 그들은 실제로 2년 후에 결혼했지만니키는 심한 마약중독자였다대학을 졸업하고도 무엇을 할지 아무 생각이 없던 그는 온갖 직업을 전전하다가 역시 별 목적의식 없이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한다그러나 첫 수업이 안겨준 열패감에 수업이 끝나고 바로 자퇴서를 내고 말았다겨우 펼쳐진 밝은 미래를 제 발로 차버렸다고 생각한 니키는 그를 떠났다운동선수 출신이고철학과 대학원에 왔지만 절망의 시간들이 더 많았던 그가 대학원 첫 수업에서 느낀 불안과 절망이 책에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명석한 사람들과 공부할 때 누구나 비슷하게 느끼는 점이라고 생각해 인용해본다.

 

대학원생으로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 들어서던 첫날나는 유치원생처럼 초조하고 불안했다굵직한 은목걸이도 없었고소매가 없는 티셔츠를 입지도 않았다점잖은 카키색 바지를 입었고옥스퍼드 셔츠의 주머니에는 볼펜이 꽂혀 있었다그렇게 반듯한 모습으로 캠퍼스에 들어섰다첫 수업은 인식론그러니까 지식론 강의였다다른 1년차 대학원생들은 한결같이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강의가 시작되고 15분이 지나지 않아학생들은 난해한 문헌들을 언급하며 끼어들었고이런저런 주장을 거침없이 내뱉었다시계의 큰바늘이 정신없이 돌아갔고나는 대학원 강의실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는 엉터리 학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째깍거리기 시작했다그렇게 아찔한 두 시간이 지난 후나는 멍한 상태로 캠퍼스를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그러고는 충동적으로 학적과를 찾아가 자퇴서를 제출하며완벽하게 준비해서 곧 다시 돌아오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_40

 

내가 만났던 고든 마리노가 이런 사람이었구나정말 절망을 경험한 사람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사람책상머리에서 철학을 연구한 사람이 아니라철학과는 거리가 먼 방탕아마약중독자운동선수였구나어쩐지내가 그를 만났을 때도 '학자'풍은 아니었다피상적으로 알았던 저자에 대하여 책 덕분에 진면모를 알 수 있었다오랜만에 고든 마리노에게 이메일 편지로 인사를 전해야겠다.

 

실존주의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적 메시지는 고통이 인간을 파멸시키거나 바위처럼 몰인정한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영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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