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카페에서 책 읽고 싶어 - 책 읽는 할머니의 명랑한 독서 노트
심혜경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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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한 나는 절대적인 약자다. 책은 영원히 갑이요, 나는 을이다. 책에게는 내가 필요 없을지 몰라도 내겐 책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 사는 다른 사람이 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므로 도저히 책과 멀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종이책 세 권을 가방 속에 넣어 두지 않고서는 외출할 수 없었던 나날들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_심혜경, ≪나이 들어도 카페에서 책 읽고 싶어≫(오아시스, 2026년, 251쪽)





어릴 때 우리 집에는 위인전과 백과사전, 자연관찰 책이 있었다. 아마도 집에 찾아오는 책 판매원의 영업에 엄마가 큰돈 들여 책장 하나를 마련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 책들은 거의 십여 년 간 우리 자매의 손길을 받지 못했고, 난 그저 학급문고에 놓인 너덜너덜한 십수 권의 책 정도만 보다가 초등학교 시기를 보냈다. 세계명작이나 전래동화 등도 사실 제대로 갖춰 읽지 못했다.


사춘기쯤 되어서는 하이틴 소설과 근처 만화 방에서 읽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만화책을 빌려보는 재미에 새벽까지 이불 뒤집어쓰고 불을 밝혔던 기억도 있다. 몰래 숨어서 보고 혼났던 기억이 남은 걸 보면, 그 당시에도 읽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그리고 더 커서는 집에 있는 부모님의 소설들을 몇 권 읽은 것 같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역시 부모님 책장을 몰래 찾아 읽었던 기억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거의 책이라는 걸 읽지 않았다. 그렇게 내 어린 시절의 책 읽기는 읽어야 하는 것을 읽지 않거나, 읽지 말아야 하는 것들만 숨어 읽은 기억이 다이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다. 입학은 인문학부였으나 세부전공으로 국어국문학과를 택한 것은 내가 문학소녀여서가 아니라, 역사학이나 일본학 등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국문학이 낫다고 생각해 전공으로 결정한 것뿐이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어 고전시가와 현대시, 현대 소설 등을 배운다. 대단한 문학 소년, 소녀들을 여럿 보아서 당연히 기가 죽어 4년을 보냈다. 4년 여간 매 시험을 앞두고 달달 외운 것이 전부라 졸업하고 보니 열심히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고, 김애란을 알게 되고, 김훈 작가의 소설을 찾아 읽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한편, 아이를 낳거든 해야 할 단 하나는 집에 책을 깔아두는 것이라던 교육학 인터넷 강사님의 말을 가슴에 담아 두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온 집에는 그림책이 쌓인다. 그렇게 10년이 또 흘렀다. 우리 집에는 아이 책이 1만 권쯤 된다. 그 사이에 나는 어린 시절 내가 읽지 못하고 넘어온 시간의 책들을 함께 읽었다. 비로소 내 속의 어린아이가 책의 재미에 흠뻑 빠져 감동하고 지혜로워지고 있는 중이다.





나는 꿈꾼다. 한 권 한 권 모으고 있는 우리 부부의 책들이 언젠가 우리의 노후를 외롭지 않게 해줄 것을. 오히려 모아만 두고 읽지 않은 책들이 있어 다행인가도 싶다. 책 쟁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지난 10년간 참 행복했다. 물론 아이는 묻는다. 오늘도 집에 새 책이 등장하면, "집에 책이 없어서 그래?"라며 핀잔을 섞어서. 무심코 그 말 던지고 있는 아이를 보면, 늘 바닥에 책을 깔고 읽고 있는 그 조그만 등이 있다. 가만 보니, 내가 태어나 아이에게 넘치게 해준 건 저게 다였구나 싶다.




이 책 제목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쿵할 수밖에.

나도 그래요,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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