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직업 - 세 편의 에세이와 일곱 편의 단편소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정미현 옮김 / 이소노미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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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성에게 방이 필요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그녀에게는 방이 있었던가를 떠올린다. 최소한의 필요에 대한 이야기, 이는 다시 말하면 기본값을 말한다. 많은 이가 그녀에게 요청한다. 글을 써달라고,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앞에 나와 무언가를 일깨워 달라고. 그녀는 되묻는다, 그렇다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그 장면이 마음속에 고이 남았습니다.


깨진 유리조각은 최근들어 세공의 의미로, 리사이클의 의미로, 예술적 의미로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중요한 건, 누구도 각 행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파도에 부서지는 돌들 사이, 하얗게 바짝이는 모래 사이, 그도 아니면 물이 빠져나간 축축한 바닷가 어디에서나 우리는 그것들을 만난다. 자연스러운 것들 사이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이들을 보면, 한, 두번 눈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서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정녕 보석이 아니라니.






우리 생각이란 게 얼마나 쉽게 새로운 대상으로 우르르 몰려 가는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들려줘야 하는 이야기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순간, 우리는 입을 다물게 된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누구도 듣는 이 없게 유령이 되는 게 낫지 싶다. 내가 기억하는 곳, 나의 장소에 자유롭게 걷듯 날듯 닿아 우리끼리 속삭이며 깔깔 웃는 것이다. 부담없이 우리는 즐거울 것이다. 마음껏 내뱉을 수 있다. 우리의 추억을, 또 그 때의 행복을.




여기서 제일 아름다운 여자야!



편집자가 책을 디자인할 때의 마음을 떠올려 보았다. 무난하면서도 편하고, 또 질리지 않으면서 멋이 느껴지는 특유의 무언가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변치 않은 명품의 가치 같기도. 작은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이른 여름의 날씨에, 입김이 나오는 스케이트장에서 빠져 읽는다. 소설을 읽으면 예상치 못한 그녀의 멋드러짐이, 수필을 읽으면서는 티나지 않은 그녀만의 마음이 읽힌다.


그래, 나는 단순한 사람 축에 들어. 뭐 구닥다리일 수도 있지만 당당하게 인정해. 나 같은 인류를 사랑한다고.




작게 모인 글들을 읽고 나니 비로소 그녀가 바닥에 남긴 갈색 얼룩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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