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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쉬는 숨 - 공기, 물, 햇빛이 우리를 아프게 할 때
데브라 헨드릭슨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3월
평점 :

내 아이는 사시사철 비염에 시달린다. 요즘 아이들 대부분이 알레르기성 질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하여, 그러려니 여기는 터이지만 사실 지켜보는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어려서는 그 작은 콧구멍이 막혀 있는지도 모른 채 아이가 우유 먹기를 거부하는 이유를 알지 못했고,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는 이틀이 멀다 하고 아이가 분수 토를 하는 까닭이 궁금했다. 이제는 안다. 그때 내 아기는 음식을 넘기며 숨을 쉴 수 없었던 것이다.
책 속에 이런 글귀도 나온다. 아이들의 폐는 매우 다르다고 우리와. 사실 뻗어나가는 뇌의 시냅스 이야기쯤은 알고 있어도 폐포가 성장해 나간다, 세포의 수가 많아진다, 필요한 만큼 가지를 뻗는다는 사실은 몰랐다. 작고 여린 아이가 겪는 다양한 자극들이 내가 살던 그 시절의 환경이 아니라는 건 지금까지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고, 앞으로를 걱정하던 나였다.
세 아이의 엄마로 환경학을 공부하고 뒤늦게 소아과에서 근무하는 저자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기후와 환경으로 보고 있다. 병원을 찾은 어린 소녀의 눈물에서, 채 몇 개월이 되지 않은 나이에 호스를 꽂고 누워 있는 아기들에게 그녀는 외출을 삼가라 말한다. 뛰어놀아야 튼튼해지고 면역이 생길 이 아이들에게 본인 입으로 아이러니한 말들을 하고 만다. 매 장마다 그녀가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 그리고 그 범위가 광대해지는 것 역시, 기간이 오래 걸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기후와 환경의 문제라고 말이다. 이를 외면한 위 세대들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가 짙다. 그들을 부정하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가 아이의 부모도 그리고 담당의도 쉽지 않은 것이다.

기후 위기를 인식한 첫 세대이자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인 우리
모든 것은 찰나라고 그녀는 힘주어 말한다. 세 아이를 돌보기 위해 시작한 일의 고단함 때문에 아이들에게 가는 길, 그녀는 목숨을 잃을뻔한다. 그곳은 죽음으로 악명 높은 도너패스였고 그녀는 며칠 뒤 자신을 살린 가드레일을 마주한다. 찰나의 순간 새파란 호수의 물, 아니 그녀의 숨을 빼앗았을지 모르는 공간. 자연의 형태가 그대로 새겨진 우리의 몸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기 위해 내쉬는 숨에 대해 그녀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행성의 멸망을 피해 이곳 지구로 왔던 슈퍼맨의 이야기로 시작하며 아이들의 영웅이 되어주기를 역설한다. 지금까지 해왔다면, 다시금 희망의 숨을 쉴 수 있게 돕자고. 살기 위해 숨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고 말이다.
우리의 과학은 우리의 종말을 기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이상을 해낼 것이다.

너에게 매일 맑은 하늘을 보여줄 수 있다면 엄마는 못할 게 없단다.
한 번 더 침묵의 봄이 아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