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김주현 지음, 최미란 그림 / 만만한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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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선생과 제자 황상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다.





작가 김주현은 정민 선생님의 책을 읽고 이 에피소드를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로 이들을 살려내 세상의 빛을 보였다. 그림작가 최미란은 어리석고 어리숙한 목소리에 동화되어 이 책에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졌다고 한다. 모두, 마음이 시킨 일이었다.


다산 선생이 자녀에게 보낸 편지글은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아이들에게 익숙하다. 그리고 그분이 참여한 다양한 화성의 건축물 역시 지금까지 매우 자랑스러운 과학기술의 기적이다. 이 분이 말년을 보낸 강진 또한 우리에게는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로 익히 알려져 있다. 전후를 제외하고 그곳에서 제자와 나눈 마음을 엮은 책이라니 문장 하나하나, 목이 멘다.


내가 공부를 하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것을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도 선생님처럼 내 아이들에게 꼭 간직하며 살기를 바라는 글자를 뽑아 적어 줄 수 있고,

내 아이의 행복을 비는 마음을 글로 적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 같은 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마음, 그리고 내 삶에서 길러 낸 글자들을 전해 주기를 바라며 일구는 삶. 결국 이 한 문장을 건져내기 위해 내내 마음이 북받쳤나 보다. 내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내가 감히 다산의 마음으로, 내 아이를 산석으로 바라보고 만다.





어제 우연히 치자나무의 향기를 맡았다. 코끝에 매달린 향기를 잊지 못하며 집 안에 들여놓고 싶어졌다. 다산과 헤어진 산석은 특히 이 계절에 더욱이 선생을 그리워하는 편지를 써보낸다. 고단한 하루에 책상이라도 가만가만 쓰다듬어보라는 다산 선생의 조언 앞에서는 쪼르르 무릎 꿇고 앉아 산석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


<커다란 경청>에 이어 김주현 작가의 책을 다시 만났다.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투성이다.




산석을 닮은 너에게


그렇게 너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나는 아직 공부가 부족해. 너는 빠르게 자랄 테고 어느새 우리 곁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 텐데 아직 나는 내 삶에서 길러낸 것이 적어, 아니 없는 것 같아. 하나라도 더, 조금 더 깊이 있게 너와 지혜를 나누고 싶은데 현실은 네 앞의 돌덩이들을 치워주느라 허리 펼 새 없이 땅만 봐, 마음이 조급해서. 다치지 말라고, 가볍게 뛰어넘으라고.

그런데 준아. 아주 나중에 네가 지금의 우리를 기억해 준다면 열심이었던 모습만은 남겠지. 어찌 보면 너만큼 솔직하지 못한 자세로 노력하던 우리의 뒷모습을 눈치챌 날도 있을 거야, 애쓰고 있구나 알게 되겠지. 감추려 해도 되지 않았을 테니.

......

꿈처럼 봄처럼 꽃처럼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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