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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을 담다 - 역사가 이어주는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
홍순지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11월
평점 :

작가의 일상과 공부 이야기가 시선을 끈다. 각 편의 에피소드는 역사를 담고 있고, 작가는 이를 자신의 이야기와 묶어 하나씩 우리에게 풀어 놓는다. 긴 역사의 부분처럼, 그녀 가족의 역사도 담겨 있다.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게 아닐까.
역사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삶과 죽음이, 말 한마디가 이렇게 오래 회자되며 기억되길 원했을까. 내 아이를 돌아보면 사실 이렇다. 아이는 요즘 사진 찍어 개인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다. 대부분 부모가 원하는 인증의 순간을 본인은 달갑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갑자기 몰입을 방해하며 쳐다보고 표정을 지으라거나, 어색한 어딘가에 멀뚱하니 서서 인증을 요하기 때문일 거다. 아마 아이 스스로 자신을 기록하고 싶은 순간은, 꽤 오랜 뒤에 찾아올 수도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와는 다른 존재이니. 소중한 만큼, 차곡차곡 쌓아가는 순간들은 나의 사심이 담긴 아이의 역사다. 작가와 나의 마음이 닿았다.

이 책은 근대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점도 눈에 띈다. 자연스레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도 많다. 최근 방송에서는 중국 여행을 소개하는 회차가 자주 보인다.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찾는 방송이나, 지금은 쉽게 오르지 못할 백두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뭉클하다. 이 책의 시간들과도 겹쳐 읽힌다. 도산 서원과 안창호, 그리고 부인 이혜련에 대한 이야기는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 하나의 주체적인 인물로 마주하며 읽었다. 십 대에는 유관순을, 이십 대에는 나혜석을 읽었다면 지금은 이혜련이 보인다. 무섭지 않았을까, 어찌 견뎠을까, 마음이 그만큼 클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삶보다는 기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빚진 기분 대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오늘도 우리의 역사를 쌓고 간다. 역사를 사랑하는 따뜻한 홍순지 작가에게도 참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