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 - 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양자물리학 이야기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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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양자역학 탐험 일지.


고등학생의 나는 확률이 참 우스웠다. 모든 것은 하거나 안 하거나, 되거나 안되거나의 50% 확률인 건데, 여러 조건을 제시하여 그걸 퍼센트로 구하는 게 굉장히 이상했다. 내 머릿속 모든 확률은 50%. 그의 타율이 왜 중요하지? 홈런을 치거나 못 치거나 둘 중 하나 아닌가. 펜스를 넘어가느냐 마느냐 결국은 측정해 보고서야 아는 것.


비가 올 확률을 왜 구하나. 비는 오거나 안 오거나 지... 사실 관측소에서 예보한 것들도 솔직히 안 맞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과학에서는 어쩜 그리 꼬리 달린 풍향계 앞에 서서 사명감을 갖고 공들일까.. 불확실한 건데. 확률을 나만 이해 못 하나 싶어 성인이 된 어느 날, 남편 손을 잡고 하이데거부터 시작해 '있음'에 대한 철학 공부를 시간 내 했는데도 나에겐 철학보다 낯선 게, 확률의 정답이었다.





아이와 과학관에 간다. 양자역학 100주년이라고 양자컴퓨터가 진열되어 있다. 아니 이 반짝이는 샹들리에는 100년 전의 컴퓨터인가? 이게 그렇게 빨라? 어디서 팬이 돌아가는 거야? 큐비트를 쓴다는 거지? 0이기도 1이기도 중간이기도 한 거.


위의 두 사례만 봐도 나의 사고는 수 과학과는 멀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첫 번째 장을 읽으며 양자역학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워 본다. 처음부터 정의가 잘못된 안타까운 경우라 했다. 파동과 입자라는 용어로 정의할 게 아니라 양자보숭이 또는 울트라하이퍼끈적이로 정의했으면 양자역학에 대해 불편한 지금의 우리 시선이 있지 않았을 거라는! 동의한다. 아이들의 상상력 같은 거구나. 끈적이고 구불거리는 콧물 괴물 같은 것. 내 아이가 읽고 있는 책 속의 이거거나 저거의 세계가 양자역학의 모습이다.


이어서 두 번째!!

우리가 알고 있던 게 아닐 수도 있다. 아니, 맞을 수도 있다로도 생각해야지. 그럼 내가 또 확률을 다시 끌어다 생각해 볼 수 있지. 수치의 확률이거나 현실의 확률이거나. 아주 작게 작게 1000단위 너머, 1000단위 너머의 너머, 1000단위 너머의 너머의 너머를 계속 넘어가 보게 되는 아주 작은 세계는 우리 2.5cm 내외의 안구로 보는 세계와는 다른 세계가 펼쳐지므로! 이렇게 이해해 보니 양자역학 2.5프로는 이해가 되는 건가.


세 번째.

그래서 작고 작은 세계에 대한 이해가 양자 역학인 걸까?

저자가 말한, 그리고 추천사를 쓴 커뮤니케이터 궤도의 글로 보면.. 너머 너머 너머의 세계를 보는 눈이 필요한 세계를, 다 똑같이 2개의 눈을 지닌 우리가 보다 보니 그렇단다. 수만 개의 겹눈도 360도 회전 눈도 아닌 우리가 보는 세계가 그들의 세계와 다름을 인정하는 게 양자역학의 세계라고. 잠자리가 아니 파리가 나보다는 양자역학을 쉬이 이해하고 겪는다고 봐야 될지도 모르겠다. 온 세상은 아니 온 우주는 양자역학으로 이루어진 입자이고 파동이고 입자이면서 파동인 건데.




결국 이 책의 모든 상황 마다를 상식으로 이해하는 건 사실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양자역학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 한다고 작가는 반복해서 고양이를 들고 토마토를 들고 이중 슬릿을 그려 그 너머의 벽을 보이고 휘파람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불확실한 세계에 살고 있다. 그게 양자역학의 기본이다. 다시 보니 1925년의 하이젠베르크 덕에 나는 불확실한 수 과학에 대한 나의 이해를 도울 수 있었다. 호이겐스처럼 뉴턴에게 도전장을 내밀지는 못했어도 내가 확률에 계속해서 불확실함을 표현한 것은 양자역학적 사고였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한편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한다. 과학의 고백이라고. 사실 우리(과학)는 정확성만을, 실험을 통한 완벽한 결과를 말하고 있는데 우리(과학)는 사실 아주 조그만 호기심에서 시작되고 그 탐구의 결과가 만들어낸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한 것뿐이라 다시 또 바뀔 거라고 곧. 모든 것은 양자의 세계에서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으니 너희도 이 세계에 와 보라고.





우리는 불확실한 세계에서 양자가 얽혀있고 중첩됨을 인정하는 순간 과학에 위로를 얻게 되고 살아갈 힘을 받는다. 우리는 이 우주에서 깜빡이는 중이다, 그저. 켜지거나 꺼지거나 잠깐 둘 사이가 만나는 찰나를 통과하며.


이 책에서 꼬리를 문 여러 질문을 찾느라 관련 영상도 찾고 생각을 하면서 비로소 나는 양자 역학의 문을 열어볼 수 있었다. 덕분에 과학은 이상할 순 있지만, 틀리지 않다는 고백이 진솔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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