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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쇼펜하우어 ㅣ 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5년 9월
평점 :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명랑은 또 어떤 삶의 모습일까. 시나 소설은 읽지 않아야 하고, 클래식을 즐길 줄 알며 두 시간쯤은 빠르게 걸어서 매일 불면을 잊어야 한단다. 진실하고 진지한 말은 어찌 되었든 그 속도로 목표에 가닿으니 전전긍긍하지 말 것이며 굳이 호의를 베풀 필요도 없다고 했다. 누군가의 기쁨을 위한 배려, 감동이 없어도 나로서 살면 자연스레 명랑히 깊어질 수 있다고 본다.
실체가 완전무결하면 되므로 굳이 평가나 명성은 중하지 않다고도 한다. 보다 값진 것, 명성을 얻기까지 이룬 것, 그것이 더 중요하므로 남들의 평가에 귀 기울일 필요 없이 그저 묵묵히 고전을 읽으며 내 건강을 챙기고 예술을 즐기는 삶이면 되겠다고. 진정 사고하는 삶은, 나를 위해 사고하는 삶이어야 하고 그저 사상가들이나 남을 위한 사고를 하면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무언가 그럴듯한 것을 얻어 보이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쇼펜하우어는 정리한다.

그렇다면 두 발로 나가 이 세상을 보고 걷듯 하는 다독은 그 보기에 어떠할까. 이는 정보를 모아온 것에 불과하며 엄밀히 말해 일목요연하게 경험한 사람이 아닐 뿐이다. 진정으로 그곳에서 혹은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보고 스스로 사고를 통해 정리해 내지 못한 그냥의 독서야말로 하등의 것이며, 도덕적으로 탁월해질 수 없는 독서이다. 습득한 지식을 반드시 나만의 생각으로 소화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은 독서는 악일뿐. 이 세상의 양서를 찾아 읽는 삶보다 악서를 덜 읽는 것이 유용한다고 쇼펜하우어는 했다.
"진정한 농작물은 땅에 자신의 뒷맛을 남기지 않는 농작물이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잘 즐기고 없앤 뒤 떠나는 삶을 완전무결하다고 했다. 결국은 그 길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모두. 그에 대해 염세주의자라거나 비관주의자라는 평가도 사실은 안 중요하다. 지독하게 현실을 직시했고 잘 살다가는 방법을 정리했을 뿐. 그의 말이 누군가에게 아픔을 준다 하면 그 역시 아픔을 느끼는 자 본인의 사고로 그리 실존하는 것일 테다, 쇼펜하우어의 조언처럼.

명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너 스스로 잘 살기 위해 너로 존재하라는 말은 큰 위로가 된다. 연세 지긋하신 어른들은 하나하나 그만의 신념으로 뭉쳐 현재의 삶을 이루고 있다. 이들 어른들의 지혜는 쉽게 읽히지도 않고 따르기도 쉽지 않다. 아직 사회에 물들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쇼펜하우어가 떠올랐다. 삶의 시작과 끝의 모습들이 참으로 닮아 있다고 느낀다. 가만 내 삶을 돌아보고 그의 조언에 사실 위로를 받으며 책을 읽었다. 그래도 된다고. 세상이 그러하니까, 다들 이러하니 상처받지 말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