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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십 대를 위한 토닥토닥 책 처방전
권희린 지음 / 생각학교 / 2025년 8월
평점 :

episode 1. 과거의 나에게
그때의 나는 잘 몰랐다. 내 가족이 남들 보기에 어떤 정도인지, 그때 내 주변은 다 비슷했다. 크고 보니 조금 다른 걸 알게 됐다. 엄마의 모습도, 아빠의 모습도 조금은 달랐다. 그래서 아쉬움이 컸다. 아이가 태어나니 잘 키우고 싶었다. 나 같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그래서 아이에게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게 하고 싶었고, 몰라서 넘어가는 아쉬운 시간들은 없길 바랐다. 그리고, 너의 뒤엔 내가 있으니 가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페인트>의 제누처럼, 아이가 NC 센터에서 만일 나를 만난다면 어떨까. 아이는 나와 면접을 진행할까. 통제와 감시가 강한 부모를 아이는 선택할까. 하나와 해오름 같은 친구 같은 엄마 아빠가 아닌 나의 모습을 아이가 반길까. 만일 아니라면 과거의 나는 어서 바뀌어야 할 텐데 말이다.

episode 2. 지금의 우리에게
체로키족 할아버지는 키가 매우 컸다. 그분들이 어두운 밤 창밖을 걸으면 나무 같았다. 무섭지 않다. 그저 조용히 따르고 싶은 어른들이다.
작은 나무가 겪은 것처럼 우리가 결정한 일에 실패는 존재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 괴로워할 필요가 없는 거지.
나도 그렇고 아이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우리의 선택을 계속해 나간다. 그로 인해 마음 아플 일도 많고 오랠 것이다. 하지만 해보지 않으면 못 느끼고 가보지 않은 길은 과거의 나처럼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아이와 걸은 길을 뒤돌아 보고 다시금 걸을 힘을 얻는다. 그때 작은 나무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처럼 곁에 있어주고 싶다. 그래서 아이에게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어주려 한다.
episode 3. 미래의 너에게
우리는 요즘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멸종을 바라지 않으면서 기쁜 맘으로 미래를 대비한다. 정말 백 년 후 아이가 여전히 건강하고, 또 화성이라는 미래 도시가 가까워졌다면 그들이 지구의 기억을 잘 전달해 주기를 바란다. 이제 막 시작된 무채색의 "모두 같음"의 세계에서 과거의 지구를, 전쟁을, 기아를 기억 못 하는 이들에게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를 남기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에게 늘 건넸던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고. <기억 전달자>의 조너스가 겪은, 아픔으로 기억되는 블루마블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책 한 권이 줄 수 있는 힘이 이리도 크구나 느꼈다. 고마운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