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 우리말로 노래하는 식물도감
최종규.숲노래 지음, 사름벼리 그림 / 세나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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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꾸러미로 나누려고 하는 글은 '시'이기도 '동시'이기도 할 테지만, 그저 '노래'입니다.


'푸나무'라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입에서 반복해 본다. 초록의 계절이 저물어 가는 때라 풀과 나무의 푸르름이 아쉽다, 그리고 푸나무로 이들을 기억할 계절이 온다. 작가 최종규 님은 우리 삶터를 가만 돌아보며 예쁜 우리 말로 이들을 기억해 낸다. 자신이 심은 작은 씨앗들을 우리에게 전달하며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보자고도 말한다. 그저 작은 노래일 뿐이니 내키는 대로 따라 부르라고. 돌멩이, 꽃씨, 구름, 빛살이 가득한 곳에서 숲살림을 하신다 하니 또 마냥 그리기만 해도 어린 나와 어린 내 아이에게 그리운 것들 천지이다.






여름이 저물려니 길쭉하게 대가 오르고, 올망졸망 조그만 망울이 맺는가 싶더니 불꽃 닮은 모습으로 터지는 빨강 꽃 '무릇'입니다. 가을빛을 알록달록 북돋아 주지요.



이제 곧 빨강의 계절이다. 주황의 계절이고, 노랑의 계절일 테다. 나무가 열정을 보이는 계절, 내내 햇빛을 가리고 비도 막아 주었으니 이제 우리도 예쁨을 뽐내겠다 하면 우리도 그들의 배려에 감사하고, 박수 치며 감상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조용히 익어가는 모습 앞에 오히려 더욱 큰 소리로 아름답다 말해주며 꽃 되지 못한 나무의 울긋불긋함을 감상하자. 들판의 살살이꽃과 무릇이 펼쳐주는 길도 함께 보면서. 그 곁에 어른아이가 되어 있어주자.





작가의 까만 손글씨 정겹게 풀꽃노래 네 편이 담겨 있다. 시든 풀, 이름없는, 봄까지꽃 그리고 밑동. 우듬지에서는 새가, 사이사이에는 벌나비가, 곁에는 어른아이가, 그리고 밑동에 머무는 풀벌레들의 노래. 나무는 사계절을 보내고서야 우리에게 무언가 나누는 것이 아니고, 그 계절마다 내내 곁에서 모두의 집이 되어 주었다. 커다랗게 팔 벌려 시간을 품고 함께 있어 온, 어린 시절 우리의 우주였던 풀꽃나무.


아이는 2학기에 동시 수업을 한다. 시를 쓸 테고, 아마 글감 찾으러 운동장과 학교 정원을 산책할 거다. 아이들은 나무로 만든 연필과 나무로 만든 종이를 들고, 다시 나무 앞에 선다. 그들의 숨결 곁에서 가만 숨 쉬는 많은 생명과 빛을 느끼며 잡아 쥔 손에 힘을 줄 거다. 이때 쓸 아주 예쁜 우리 말 하나를 덕분에 아이와 나누어야겠다.





수박


큰슈룹 잔슈룹 꽃슈룹

비내리는 길에

사람들 손마다 춤추는

비가림 슈룹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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