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600년의 기억
정명림 지음, 장선환 그림, 이지수 기획 / 해와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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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4년, 새 도읍으로 옮기다.

1392, 1492, 1592년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기억한다. 한 연예인이 텔레비전에 나와 눈을 빛내며 이 이야기를 했을 때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게 갰던 느낌도 생생하다. 아마 그 이후로, 나는 책을 좀 더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그간의 내 무지성 필기와 시험공부는 남긴 게 하나도 없지만, 벌써 10년도 지난 이 기억은 생생하니 씁쓸하고 참 그렇다.

숫자는 또한, 영원히 사람들을 궁금하게도 하고 호기심도 풀어 주는 대상으로 존재할 거다. 왕이 승하한 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절차를 치르는 과정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묏자리 선정부터 그 간 시신이 된 왕이 부패하지 않기 위해 덮는 옷가지의 개수, 정해진 그 자리까지 한양에서 옮기는 긴 장례의 날들.






광화문의 이야기를 1394년부터 2022년까지 정성껏 그린 그림과 함께 읽어주는 그림책이다. 그렇다. 내가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가만 들여다보니 책이 읽어주는 느낌이 생생하다.


임금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


이게 광화문의 뜻이었구나. 아이랑 그 앞을 지나면서도 쉬운 글자이고 워낙에 대한민국의 상징이 된 문이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마도 내가 이 광화문의 역사를 배운 시간은 광화문과 조선총독부가 함께 있던 시간이고, 이후 그곳은 꽤 오래 공사 중이었을 거다.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테니 내 길지 않은 역사는 600년 광화문의 시간을 알기는 부족했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다.


붉은 하늘 그림 만으로도 참 마음이 아프다. 아이랑 역사 체험한다고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터만 남은 유적지와 아직 발굴 계획도 없어 출입 금지 표시로 방치된 곳들이 많다. 그 시간에 켜켜이 쌓인 건 우리의 아픈 역사들이다. 그래도 기록으로 남았으니 다행인 건지, 이마저 영원히 나라를 빼앗기고 잊힌 다른 민족들에 비하면 감사한 건지 싶다. 이렇게 임금님의 얼굴이던 광화문은 잊혀 간다.

다시 세워진 광화문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면서 경북궁부터 하나씩 무너져 가고, 일본 총독부의 건물을 가린다는 의미로 일본에 의해 강제로 자리를 빼앗긴다. 그리고 한국 전쟁 때, 폭탄이 날아와 몸체만 남고 만다.





올가을에는 아이와 창덕궁 전각과 후원을 꼭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가는 김에 서울성곽 둘레길도 걸을 거다. 이 책을 꼭 품고 광화문 광장에서 사진도 남길 것이다. 광화문의 600년 속에 담긴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손잡고 꼭 나누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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