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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병 - 인생은 내 맘대로 안 됐지만 투병은 내 맘대로
윤지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9월
평점 :
이 책은 '위암 4기'선고를 받은 날부터 기록을 그림과 글로 엮어낸 그림일기다.
처음엔 의아했다. 과연 투병기를 읽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자신도 저자와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궁금할 순 있지만 관련 사이트는 많다. 그런데 굳이 책으로 읽고 싶을까? 하고.
표지도 책 내 그림도 투병기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밝았다.
어떤 주제엔 표지를 이렇게 해야해, 라던가
그림은 이렇게 그려야지, 하는건 없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방식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고정관념까지도 꺠버린 책이다.
아픔에 대한 책일수록 밝아도 상관없다는 걸 알았다.
희화화 하거낙 아닌 척 하며 꾸며내지 않아도 충분히 전하려는 내용을 전달할 수 있고, 공감하며 위로해 줄 수 있음을 알았다.
평범하고 당연한 삶을 살다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 것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저자는 어땠을지 궁금하거나,
보통 아플 거라고 생각하는 나이가 아닌 저자가 선고를 받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딸, 아내로서 가족들과 함께 어떻게 이겨내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이 책에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1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덕분이다.
누구보다 자신의 건강을 챙기셨고, 오랜 세월 동고동락했던 담배도 끊으셨고,
이따금씩 반주를 즐겼던 아버지에게 날아든 대장암 말기 선고.
이건 잘못된 판정이라며 다른 곳에 가보자고 할 세도 없이
아버지의 모습이 이미 늦었음을 알게 해 주었을 때.
난 알았다. 아버지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결국 아버지는 이겨내지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저자는 꼭 완치하기를 바라는 맘으로 읽었다.
사람마다 몸 상태가 다르고, 병 마다 다를 수 있고,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하니까.
더구나 병을 이겨내기 위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은 얼마나 애썼는지
알 수 있기에, 꼭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살아야 할 이유가 많은 사람에겐 살려는 의지가 강하기에
해낼 수 있는 가능성과 희망이 가득하다.
재투병 중이시긴 하지만, 한 번 이겨낸 경험도 있으니까
꼭 툴툴 털고 일어나 기적같은 희망을 보여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병원 시스템에 대한 의문점
왜 병원마다 진단이 다를까?
위암1기로 "예상"된다며 걱정 말라고 수술 날짜를 잡아준 병원
/
내시경만 봤을 때 2기 정도 "예상"된다고 시티 사진을 봐야 안다는 병원
/
내시경만 봐서는 알 수 없다며 대기자가 많으니 두 달 반 정도 기다리라는 병원
대체 왜 이런 걸까?
'아' 다르고 '어' 다른 말
저자가 들었던 말을 보면, 말을 할 때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위로 한다고 던진 말이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
'당연'한 건 없다고
인생이 그렇다.
공짜 없고, 당연한 일 없다.
하지만 일상이 내 것이 아니고 아파봐야 알 게 되는 것 또한 인생. 숨 쉬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님을 알았을 때 느끼는 소중함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소위 머리 닿으면 잠에 든다는 사람들, 얼마나 부러운지 경험했다.
아픈 것과는 다른 경험이지만.
얼마 전 열흘 넘게 유럽여행을 다녀온 후, 자고 싶은 데 잘 수 없어서 힘들었다.
시차적응이라는 것 때문에.
유럽에선 문제가 없었는데(있었는 데 몰랐을지도 모르지만)
돌아오니 너무 괴로웠다. 자야 하는데 잘 수가 없다니.
수면제라도 먹고 싶은 마음이었다.
숨 쉬는 것 못지 않게,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다는 것 또한
당연해 보이지만 당연하지 않고, 중요한 문제라는 거.
저자에게 이렇게 우울한 일들만 있었던 건 아니다.
행복과 불행, 사랑과 이별은 늘 함께 다니는 쌍두마차 같다.
힘든 일이 있으면 즐거운 일도 있는 법.
따뜻한 위로
왜인지 알 수 없는 병원 진단도 있지만, 뜻밖의 위로도 있다.
위로의 말이었겠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듣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말이다.
따뜻한 위로 건낼 줄 아는 이런 분이 있기에 환자들은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는 거 아닐까?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딸을 위해, 김밥 장사를 하시면서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간호했던 엄마
/
무뚝뚝해 보이던 아버지도 딸을 위해 보내준 장문의 문자
/
역시 무뚝뚝해 보이는 말 없는 남편이지만 누구보다 힘이 되는 든든한 버팀목
/
그리고 자기를 꼭 닮은 밀당의 고수 아들까지
가족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뜻밖의 저자와 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1살 된 날
무슨 말이냐면, 저자는 아프고 처음 같이 맞이한 생일에
다시 태어난 날로 한 살 생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난, 2018년 11월 4일로 일을 그만뒀으니, 돌아오는 날이 되면
퇴사한지 1년, 오래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업을 찾으러 나선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래서 그날이 어쩌면 내 삶의 제3의 전성기를
맞는 한 살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하핫.
어째뜬 상황은 다르지만, 힘든 시기인 건 동일하다.
저자도 나도.
아파서 힘들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업을 찾기 위해 힘들던 말이다.
나도 저자와 같이 소소해 보이지만
힘이 되어줄 누군가, 무언가 있음에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훗날 이때를 떠올렸을 때, 아쉬움이나 후회 보다는
잘 한 일이었다고, 잘 견뎌냈다고
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