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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법칙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5
러셀 뱅크스 지음, 안명희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자신만의 삶의 법칙을 찾아 거리로 뛰쳐나간 한 소년을 통한 현대 사회의 숨은 폭력과 위선...
거리의 법칙... 제목을 본 순간 남자들의 세계를 다룬 어느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읽어보니 조금은 다른 성격의 성장 소설이었습니다. 민음사의 세계 문학 전집도 그렇지만 모던 클래식 역시 관심가는 도서들이 많아 꾸준히 읽고 있는데 우연히 호밀밭의 파수꾼과 허클베리핀의 뒤를 잇는 작품이라는 문구를 보게 되어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러셀 뱅크스는 저에게는 아주 생소한 이름인데 저자의 소개를 보니 1940년 미국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작가가 되기 전까지 많은 직업을 가졌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그의 작품속에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구요... 이야기는 열네살 소년 채피가 조금씩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사실 평범한 생활과 성장이 아니기에 여러 각도에서 그의 행동을 생각해 보고 나라면 어땠을까 저 자신이 채피가 되어 감정 이입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인 모순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데 이 부분을 느낄때마다 안타까웠고 채피의 행동을 보면서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가더군요.
아버지가 다섯살때 집을 떠난 이후 여덟 살 부터 양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채피... 하지만 양아버지는 술에 취해 채피의 방에 몰래 들어와 성추행을 하게 됩니다. 채피는 엄마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학교는 물론 집에서도 말을 듣지 않는 문제아로 생활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는 이런 그의 문제점을 알고 해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면서도 참 안타깝더군요... 그래도 채피에게 가장 가까운 엄마인데...
마리화나를 사기 위해 돈이 필요한 채피는 집안의 값나가는 물건을 찾다가 우연히 엄마의 옷장에서 옛날 주화를 발견하게 되고 조금씩 훔치다가 결국은 걸려 집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후 로스 로저스와 함께 폭주족들과 함께 생활하다 폭주족들이 훔친 물건에 손을 대게 되고 일이 커지자 러스의 차를 훔쳐 도망치고 본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문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숨어살던 별장을 나와 거리로 나오게 됩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스스로 자르고 있는 책의 표지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후 자메이카에서 마약 중계상을 하다 친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지만 이상한 아버지를 보고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되는데...
사건의 연속으로 조금은 많은 분량이지만 지루한 감은 없었고 읽고 나니 묵직한 무언가가 가슴속에 느껴졌습니다. 이야기의 큰 틀은 한 소년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아동학대 문제, 인종갈등, 알코올 중독과 마약, 이혼으로 인한 가족파괴 그리고 청소년 문제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평소 지나치기 쉬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 역시 한번쯤 읽어볼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