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것은 피로부터 시작되었다. 피를 팔아 돈을 버는 지독한 현실...

우리와 인접해 있는 두 나라 이지만 일본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주 접하지 못하는 중국소설이기에 지금까지 읽었던 몇권의 중국소설들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추리소설이 주를 이루는 일본소설과는 조금 다르게 중국소설은 인문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읽었던 중국소설들은 중국의 사회 전반적인 모습을 아주 사실적으로 잘 묘사했던 것 같네요... 딩씨 마을의 꿈...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때 꿈이라는 희망의 상징이 되는 단어 때문인지는 몰라도 밝은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이와는 전혀 다르게 아주 어두움이 짙게 깔린 내용이었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표지의 어두운 분위기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행복에 관한 책들을 보면 모든 불행의 시작은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하는데 책 속 이야기 역시 욕심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욕심이라는 것을 컨트롤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자의 이전 책과 함께 이 책 역시 중국에서 판금조치를 받았기에 더욱 궁금함을 갖고 읽었는데 저자와 마찬가지로 왜 그러한 조치가 있었는지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물론 중국은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우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군요... 아마도 이 소설이 중국 농민들이 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 아닌가는 생각이 드는군요. 12살의 어린 소년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인데 이 소년은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자신의 아버지 딩후이로 인해 간접적으로 살해를 당한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시작은 정부정책으로 인한 채혈이었지만 돈에 대한 욕심이 컸던 딩후이는 과대 포장을 하여 마을 사람들에게 채혈을 하도록 했고 나중에는 직접 채혈소를 운영하면서 마을사람들에게 채혈을 강요하게 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할수 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에 돈에 눈이 먼 그는 1회용 주사기와 솜을 사용하지 않고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세사람에게 같은 알콜솜을 사용해 결국 채혈을 한 사람들을 에이즈라는 병에 걸리게 만들어 버립니다.  

 

풍요롭지 못했던 마을사람들은 매혈운동에 동참함으로 인해 피를 판 돈으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누리지만 이것도 잠시 에이즈로 인해 환자와 시체들이 넘쳐나는 정말 생지옥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마을에서 신뢰를 얻고 있었던 소년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들, 즉 딩후이에게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용서를 구하라고 계속해서 설득하지만 그는 용서를 구하기는 커녕 한술 더 떠서 에이즈로 죽은 사람들을 위해 정부에서 지급하는 관까지 가로채서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더욱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 드는데...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딩씨 마을의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사회의 단적인 면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가슴이 아려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악의 대표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딩후이... 하지만 이런 딩후이의 피해자가 되었던 마을 사람들은 극한 상황이 닥쳐오자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 누가 옳고 그르다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데 인간의 모습이 이러하지 않을까는 생각이 들더군요. 옌롄커의 이전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기에 이 책을 통하여 첫만남을 가질 수 있었는데 한권의 책이지만 작가의 특징을 확연히 알 수 있었고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결코 편안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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