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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소유 - 법정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혼탁으로 물든 세계를 구제하는 조촐한 답, 법정 스님 이야기...
법정 스님... 워낙 잘 알려지신 분이고 스님의 책도 몇권 읽었기에 스님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저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너무 잘 알려진 인물이나 사물은 자신이 잘 모르고 있음에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되는데 법정 스님 역시 그랬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법정 스님의 입적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오는 스님에 관련된 책들을 볼때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그만큼 스님의 삶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책 소설 무소유는 스님에게 법명과 계를 내려받은 재가제자인 저자가 법정 스님의 출가전 소년시절에서 부터 입적하기까지의 일대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형식 빌려왔지만 법정 스님의 살아 생전의 삶과 철학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편의 인간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법정 스님의 책에서도 볼 수 있었던 내용들이 등장하기도 해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고 평소 거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는 사생활과 출가까지의 과정 그리고 입적하실 때까지의 생활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스님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었던 석가탄신일에 법정 스님의에 관한 이야기를 우연히 TV를 통하여 보게 되었는데 법정스님의 생전의 모습을 영상으로 다시 만나고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알 수 있어 관심있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책 속의 내용이란 남의 것이다. 술이 아니라 술 찌꺼기다. 니 것을 가져야 한다. 니 것을 채우는 데는 참선이 제일이다." - 78 page. 책을 손에 놓치 못한채 있던 행자 법정을 두고 효봉스님이 하셨던 말씀인데 법(法)의 정수리(頂)에 서라는 의미로 법명을 지어 주셨던 효봉스님에게서 법정스님은 참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본질적으로 내 소유란 없다. 어떤 인연으로 해서 내게로 왔다가 그 인연이 다하면 가버린다. 나의 실체도 없는데 그 밖에 내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한동안 내가 맡아 가지고 있을 뿐이다. - 146 page. 무소유 라는 것은 전혀 아무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뜻이 아닌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삶에 꼭 필요한 것을 취하라는 뜻인데 인간의 모든 불행은 욕심에서부터 시작되기에 행복을 위해서도 꼭 마음속에 담아두고 실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자 이름은 지어둔 게 있어. ’빠삐용 의자’야.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 건 인생을 낭비한 죄였거든. 이 의자에 앉아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는 거야." - 책속에서
불일암을 짓고 남은 판자 토막들로 만들어 법정스님이 명상을 하기도 했고 손님들이 앉아 쉬어가라고 했던 표지의 빠삐용 의자가 눈에 띄는데 이 의자를 보면서 스님이 하셨던 말씀은 삶에 대한 철학과 자세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명상하며 살았던 것처럼 자연을 벗삼아 청정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고 또 그렇게 살았던 스님... 종교적인 이념을 떠나 모든 사람들의 스승으로 사셨던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전혀 알지 못했던 스님의 생활을 볼 수 있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생활 속에서 쉽게 화를 내고 욕심을 부리고는 했던 것들을 스님의 삶과 가르침으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스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의 삶 속에서 노력은 해야 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