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황량한 길 위에서 담아낸 미국의 현재, 그리고 고적한 인간의 풍경... 

'동양기행'으로 많이 알려진 후지와라 신야이지만 저는 '황천의 개'를 통하여 처음 만나게 되었고 이 책은 그의 두번째 책입니다. 현대의 유랑자이며 시대의 관찰자라 불리는 후지와라 신야... 처음 후지와라 신야의 글을 읽었을때에는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보통의 다른 여행서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헤메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아메리카 기행으로 두번째 만남을 하고 나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책속에는 그의 깊이있는 많은 고찰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보통의 여행서들은 여행하는 동안 그 나라의 풍경이나 음식 등의 정보나 저자의 감정, 느낌등을 볼 수 있어 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후지와라 신야의 책들은 뭐랄까... 보통의 여행서들이 보지 못하고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들을 꾸미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1980년대에 약 200일 동안 전 국토 2만 마일의 광대한 대륙 아메리카의 미국을 모터홈(미국에서는 캠핑카를 모터홈으로 칭함)으로 여행한 기록입니다. 그때에도 캠핑카가 있었군요... 로스앤젤레스에서 60 마일쯤 남쪽 바다를 따라 이어진 라구노 비치의 호텔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낯선 곳에서 그 누구도 말을 걸어오지 않아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노부인이 중년의 여성과 같이 걸어오다 말을 하고 이 말을 받아 그가 대답함으로서 첫 대화가 시작됩니다. 짧은 대화를 나눈후 그날밤 호텔 로비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이고 그는 미국 가정 속 일면을 들여다 볼수 있게 됩니다. 다민족 국가로 대표되는 미국... 친절하지만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고 선하고 온순하지만 환상에 사로잡힌 미국인들을 만나게 되고 화려하고 쾌활한듯 하지만 고독한, 백인들은 흑인을 흑인들은 황인종을 업신여기는, 자유롭지만 획일함에 익숙한, 빠르지만 정성이 부족한 음식을 먹는 미국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후지와라 신야는 이 책을 통하여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는데 사는 곳은 달라도 우리의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기에 여행 에세이를 자연스럽게 자주 읽게 되는데 아메리카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아직 가보지 못했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읽은점도 있는데 한 순간도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을 잃지 않고 미국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면모를 들여다보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니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았습니다. 앞서 읽었던 황천의 개에는 사진이 실려있지 않았는데 이 책 아메리카 기행에는 저자 후지와라 신야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책 앞쪽에 실려 있는데 거의 20년 전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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