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비

리틀 비 ㅣ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단 하루, 우연히 부딪힌 두 사람의 운명... 2년 뒤, 그들의 궤도는 다시 한 점에서 만난다... 

리틀 비(little bee)... 책 제목이 풍기는 궁금증으로 처음 관심을 가진 책인데 뒷표지의 "그날, 그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는 거였어."라는 문구를 본 순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껴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앤드루가 리틀 비가 그를 만나러 온다는 전화를 받고 나서 갑자기 자살을 해 버렸기 때문에 읽는 도중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새라의 손가락이 잘린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궁금증... 

자신의 원래 이름을 사용할 수 없어 리틀 비라 이름을 지은 난민 수용소에 갇혀 있는 나이지리아 소녀의 푸념 섞인 "흑인 여자 아이가 아니라 1파운드 짜리 영국 동전이라면 좋겠다"는 슬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면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리틀비와 영국 중산층으로 지적인 남편 앤드루, 그리고 어린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잘나가는 잡지 편집장 새라의 이야기 입니다. 이 둘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리틀 비라는 이름과 이 소녀가 하는 푸념 섞인 말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지리아의 평범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리틀 비...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총을 들이대고 설치는 사람들로 인해 마을과 가족을 모두 잃게 되는데 리틀비와 언니는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가 됩니다.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고 묻혀지기 위해서는 이 두사람은 죽어야만 하는데... 언니와 함께 도망치던 리틀 비는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이곳으로 여행을 왔던 새라와 앤드루를 만나게 되고 이들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힘없는 약자들은 권력과 무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세상... 리틀 비와 언니가 총을 들고 쫓아 오는 사람들에 의해 서서히 의식을 잃어갈 즈음 새라는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남편 앤드루는 그렇게 하지 못한 비겁함을 가지고 영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만약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과연 저는 손가락을 자를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확실한 긍정의 답은 하기 힘들더군요... 시간이 흘러 난민 수용소에서 풀려난 리틀비가 나타남으로 인해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상처들이 되살아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앤드루가 자살을 선택한 것은 자신이 구해주지 못한 죄책감이 가장 컸던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새라는 불법체류자로 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는 리틀 비를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새라의 이러한 노력은 소녀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손가락을 잘랐던 해변에서 물거품으로 끝나게 됩니다. "당신들은 우리나라에서 미래를 가져가 버린 대신 당신들이 과거에 쓰던 물건들을 보냈지요. 우리는 씨앗대신 껍질만 있어요." 찰리에게서 영원히 벗지 않겠다던 정의의 상징이기도 했던 베트맨 옷을 벗기며 했던 리틀 비의 목소리가 정말 씁쓸하면서도 슬프게 들리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이지만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슬픈 진실과 불편한 질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문득 얼마전에 읽은 공지영 님의 도가니가 떠오르는군요... 이 책을 원작으로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는데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영향력과 함께 이러한 내용들의 책과 영화들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