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역습

제국의 역습
허수정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7월

한반도와 일본의 역사를 통째로 바꿔버린 극비 프로젝트와 항왜 첩보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읽은 책들을 정리해 보면 소설분야의 책들이 가장 많은데 그만큼 소설이 쉽고 재미있어 읽기 편한 이유도 있겠지만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자연스럽게 소설을 가장 많이 읽게 되는데 미스터리와 역사팩션을 가장 좋아합니다. 역사팩션을 보통의 다른 소설과는 달리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쓰여진 내용이라 더욱 흥미진진하고 몰입이 잘 되더군요... 조선왕조실록 선조 30년에 "일본이 두려워하는 점은 항복한 왜인들이다. 그 수가 이미 만명에 이르는데 이 왜인들은 반드시 일본의 용병술을 털어놓을 것이다." 라는 하나의 기록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해 이 한권의 역사팩션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는데 작가의 상상력에 놀랐습니다. 수백년 간의 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축적된 신무기와 군사력으로 조선침략이 순조로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순신 장군의 활약과 조선수군의 강력한 힘에 점차 패전의 분위기가 휩싸일 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만약 이 죽음에 조선에 투항한 항왜가 개입되어 있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이 암살이라면? 저자는 이러한 생각의 전환을 통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다 합니다. 

작년 이맘때 쯤 허수정님의 전작인 왕의 밀사를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 제국의 역습과 조금 연결되어 있는 부분도 있어 반가운 마음도 들었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작에서 조선통신사가 연류된 살인사건을 해결하여 조선의 위기를 구하기도 한 역관 박명준... 이 사건을 통하여 인연을 맺게 된 일본의 막부 쇼군의 동생인 마쓰오 바쇼가 찾아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마쓰오 바쇼가 박명준을 찾아온 이유는 오사카의 백병조 저택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오야붕의 양녀인 미야코 뿐이었는데 큰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빠른 시간에 사건이 종결된것에 의문을 갖게 되고 명준에게 이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서 입니다. 박명준은 마쓰오 바쇼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고 미야코가 품에 안고 있던 책 한권을 받게 되는데 이 책은 판금금서로 결말 부분이 찢겨나간 풍속소설 이었습니다. 유일한 생존자인 미야코가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꺼리자 박명준은 풍속소설을 단서로 사건을 추적해 나가면서 책 속에 숨겨져 있던 엄청난 비민들을 하나하나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과 연관된 사건 속 인물들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전편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박명준의 예리하고 뛰어난 관찰력과 분석력이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습니다.  

조금 미약한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역시 우리의 역사가 관련된 소설이라 그런지 몰입해서 순식간에 읽어 버렸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박명준의 질무에 대하여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미야코라는 인물에 대해 의문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역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니 이해가 되더군요...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속에 잘 짜여진 이야기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과 흥미진진한 박진감을 맛보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