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진실...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진실을 결코 개들에게 던져줄 수 없습니다... 

공지영 작가의 새로운 작품 도가니.. 국내의 작가분들중 제가 좋아하는 몇명 안되는 작가분들중에 한분이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시대의식을 가지고 현실에서 잘못된 점을 용기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녀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읽어본 작품속에는 솔직함이 느껴짐을 알수 있었습니다. 이 책 역시 이러한 작가의 특징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내내 마음속에서 분노가 일었고 다 읽은 후 한동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잘못한 사람이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답답하고 슬픈 현실에 분노를 느끼기도 했고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실제 일어났던 일을 기초로 해서 쓰여졌다고 하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체적인 틀은 사실이라고 생각하기에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안개가 짙게 내리낀 날 무진시의 자애학원으로 가는 강인호가 등장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업을 하다 실패를 해 내키지는 않지만 가장으로서 책임이 있기에 아내의 권유로 무진에 있는 자애학원 기간제 교사로 임시발령을 받아 가는 중입니다. 안개로 유명한 무진시인데 조용하고 평화로울 것만 같은 그곳은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는 것처럼 엄청난 진실이 감추어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자애학원은 청각장애인 학교인데 이 학교의 교장과 행정실장은 쌍둥이였습니다. 이 둘은 수시로 아이들에게 성폭행을 하는데 이 때문에 죽은 아이가 있기는 하지만 평소 경찰과의 두터운 거래로 모두 평범한 자살로 처리되며 진실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장애인 성폭행 사건을 접수 받은 경찰이나 교육청은 물론이고 재판을 하는 재판장이나 변호사 심지어 검사까지 사건의 진실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자신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해결하고 있을뿐... 엄연히 삼권이 분리되어 있는 나라이지만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모든 곳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좌지우지 하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의에 맞서는 두사람 서유진, 강인호는 절대 끊어지지 않는 권력의 연결고리에 맞서 보지만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책속 강인호의 모습을 보면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특히 가정을 가지고 있는 가장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참으며 살아왔지만 불의를 보면 분노하고 울컥하여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을 믿고 살아가는 가족 때문에 현실과 다시 타협하는 사람... 소설속 이유진처럼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것을 알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금도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