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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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는 없습니다... 잊었던 나를 찾아 떠나는 따뜻한 여행의 기록...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책 제목을 보고 있으면 지금까지 나 자신을 너무 놓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자신의 자아를 찾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지는 것에 더욱 신경쓰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면서 남들의 이야기는 쉽게 하는 사람들... 자신을 잊고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모습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기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정 종교나 가치관의 색이 너무 강하지만 않으면 장르에 상관없이 모든 분야의 책을 읽기는 하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처음 읽게 된 정채봉님의 작품... 어린시절의 맑고 순수했던 때로 돌아간듯한 느낌과 가슴이 따뜻해 지는 것이 정말 좋아 정채봉님의 팬이 된 것은 물론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벌써 몇년 전에 돌아가신 정채봉님의 새로운 책이 나와서 놀래기도 했는데 정채봉님이 남긴 글을 8년만에 엮어 만든 선집이었습니다. 정채봉님의 딸인 정리태 작가가 자아 찾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라는 주제에 맞춰 작품을 선별하여 한권의 책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정채봉님은 전남 순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 마저 일본으로 건너 간후 병든 할아버지와 어린 남매를 키워주신 할머니와 함께 어린시절을 보냅니다.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버림 받다시피 했기에 군대시절 일본에서 온 아버지의 면회를 거절하는데 훗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일본에서 배다른 형제가 찾아왔을 때에는 서로 끌어 안고 울음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책속 이야기에는 정채봉님의 어린시절과 힘들었던 시절이 많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가슴이 찡하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저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수명 중 30년은 원래 사람의 것이기 때문에 금방 지나가고 그 뒤 12년은 당나귀의 것이기 때문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고 한다. 그 다음 18년은 개의 것이어서 마냥 뛰어다녀야 하고 때로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지내는 처지이고 그 다음 20년은 원숭이의 것이라서 머리가 둔해져 바보짓을 저지르고 웃음거리로 생을 마감한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생을 정말 재미있고 사실적으로 표현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호승 작가의 말에 의하면 채송화의 채에 봉숭아의 봉자가 어울린다는 정채봉님...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았던 정채봉님... 병마와 싸우면서까지 글을 쓰는 열정을 가졌던 정채봉님... 이러한 정채봉님의 삶을 알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보통 2페이지 정도의 짧은 우화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지만 정말 긴 여운을 남기는 글이었습니다. 잊어버리고 살았던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고 나 자신의 소중함과 잊어버린 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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