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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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인턴>, <길복순>과 드라마 <퀸메이커>가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여성이 권력을 움켜쥐고 야망을 좇으며 생겨나는 일들. 익숙해서 더 공감되고 재미있고 궁금해지는 세라 본의 장편 소설!

📖 P. 73
내 행동이, 내 연셜이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뜨거워진 나는 뒷줄 평의원석에서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간 모든 학대를―익명의 강간 협박 편지, 트위터에서의 공격, 사이먼 백스터 같은 인간과의 대면, 이런 일들이 플로라와의 관계에 미친 영향까지―당한 것이 결국 가치 있게 되었다.

📖 P. 74
하지만 지금 나는 정말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 P.97
세상을 바로잡기 위한 대화를 나누며 왜 우리가 이 직업을 택했는지 서로에게 상기시켰다.

'엠마'는 가치 있는 일을 좇는 인물이다. 가치는 야망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이렇게 야망 넘치는 사람을 멈추게 만드는 건. 야망을 갖기 전, 가장 소중했던 존재(것)들이다.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딸, 플로라에게 사건이 생긴다. 엠마는 딸의 아픔을 몰라 주었다는 점에서 자책하고. 동시에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까 두려움에 떤다.

영상화를 염두해두고 집필한 소설인지 모르겠지만, 진행되는 속도가 빠르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몰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섬세한 감정 묘사가 '엠마'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수식이 길지 않은 문장과 장면 전환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러한 템포로 책을 읽은 건 오랜만인 것 같다. 뒷내용이 궁금해서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
한 마디로.. 이 소설 너무 재미있다!

일기(기록)으로 된 형식.
2021년 9월 11일부터
12월 8일까지 일어나는 일이 낱낱이 적혀 있다.

그래서 12월 8일에 발겨된 시체는 누구의 것일까.

진짜 이야기는 「레퓨테이션 : 명예」 2권에서 시작된다. 1권에서도 꽤 많은 사건이 벌어지지만 '살인 또는 죽음'에 대해 서사를 쌓아가는 느낌이라 궁금증이 커져갔다. 1권만 보고 멈추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말에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있게 된 '엠마'

공인인 여성들이 얼마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느끼게 된 소설이다. 어느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작품은 다르게 해석되겠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같은 여성인 엠마에게 몰입하게 되었다.

'엠마'는 1인칭 시점, 그 외 인물들은 3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엠마가 느끼는 감정, 감각 모든 것을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을 통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그녀는 갈수록 불안에 휩싸이고 길을 걸을 때마다 자주 뒤를 돌아보고 쫓기는 듯한 감정을, 24시간 내내 느끼면서 지낸다. 몸과 마음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고, 내 숨이 가쁜 느낌이었다.

📖 자만이 몰락을 부른다.
엠마가 과거를 회상하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자만이 몰락을 부른 걸까. 혹은 여성의 자만이 몰락을 부른 걸까. 이 문장에 성별을 붙여도 되는 걸까. 내가 너무 한쪽 눈을 감은 채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여럿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공인으로서 여성의 서사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의 삶을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씁쓸했다. 그리고 작가가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여성의 삶을 관찰한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 한 번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권력, 비밀, 야망, 폭로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잇는 또 다른 반전!
당신은 과연 엠마를 응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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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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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없고 중독성도 없는 완벽한 진통제가 탄생하는 과정에는 ‘경’의 희생이 뒤따른다. 고통을 없애기 위해 NSTRA-14가 만들어졌지만, 그 이면엔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 발생한다. 지속되는 몸과 마음의 통증으로 몸부림치는 경의 옆에는 언제나 ‘현’이 있다.

동시에 고통을 겪지 않은 인간은 신을 거부하고 구원을 모독하는 것이라 주장하는 신흥 종교가 출현한다. 그들은 고통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며 구원을 향해 나아간다. 가난했던 한과 태는 교단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 교단을 믿어야 했던 ’한‘과 교단을 지시로 제약회사를 폭파시킨 '태'.

제약회사가 폭파되면서 ‘경’의 부모는 사망한다. 그렇게 경과 태가 얽히고설킨 고통에 관하여 이야기. 그리고 그 끝엔 고통의 근원을 탐구하고 파헤치는 ‘엽’이 있다.

열두 명의 인물이 긴밀하게 이어져 있는 SF스릴러 장편소설이다. 흡입력 있는 문장에 책을 내려놓기 힘들었다 🧪 고통에 관한 저자의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통찰이 느껴졌다. 끝끝내 흐릿해지는 흉터처럼 과거를 내려놓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마음을 울렸다. 문장의 호흡이 짧아서, 아슬아슬하고 습기 가득한 곳에서 인물들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제발 누구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누가 더 고통스러운 건 저울질하는 건 쓸모없는 일이었다. 소설에 등장한 어느 누구의 고통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언어로 이해가 되었더라도 감각으로 느껴지는 통증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의 것‘이라는 문장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처럼 고통 받는 사람 옆에서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함께 한다는 게 의미 있는 부분이다.


이 소설은 복잡미묘한 인물들의 관계가 매력 포인트다!

[경과 태: 부모의 죽음으로 엮인 남과 여]
결국 고통으로 점철된 경의 삶을 구원해낸 건 '자신'이었다. 위태롭고 이해할 수 없던 '경'과 '태'의 관계는 경의 손에서 끝이 났다. 경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태를 만나, 내면의 혼동을 잠재우고 싶었던 것 같다. '망가졌더라도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사실, 망가진 채 살아가도 괜찮다는 승인을, 같은 경험을 가진 다른 존재를 통해 재확인하고자' 했다. 하지만 경은 그럴수록 괴롭게 된다는 걸 깨닫고 태를 찾아가 직접 관계를 정리한다. 경에게 과거를 놓는다는 건 죽음과 같은 의미였을 것 같다. 자신이 고통 받을 수밖에 없던 이유가 납득이 될 때까지 과거에 머무를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현'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경과 현: 고통의 치유하는 사랑]
몸을 웅크린 채 앓는 경을 끌어안는 '현'. 이 장면은 많은 걸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잊어가는 방식은 모두 제각각이다. 현은 경의 모든 고통과 그것에 대한 방식을 존중해준 사람이다. 그렇게 경은 현을 신뢰하게 되며 그들은 결혼한다. 누군가는 경이 갖고 있는 고통에 비해 삶의 이유(사랑)가 너무 단순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다. 아무렴 흔들리는 나뭇잎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도 삶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각자의 고통을 알 수 없듯이 가치 행복 두려움과 같은 감정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다. 이렇게 인간이 복잡하기 때문에 의미있는 것 같다.

[륜 형사의 망각]
P313) 그러나 지금 자신을 기다리는 배우자를 만나러 가야 했다. 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륜을 기다리고 있다. 형사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생활, 휴식과 사랑과 안정과 감정적 교류와 정서적 충족감의 삶을 륜은 배우자와 함께 몇 년에 걸쳐 주의 깊게 쌓아 올렸고 앞으로도 그렇게 공들여 가꾸엉갈 것이었다. 륜은 전화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걸음을 재촉했다.
륜은 소설에 등장하는 '빛'을 눈 앞에서 놓친다. 당장이라도 서에 달려가 빛에 대해 파헤칠 것 같았는데. 륜은 배우자를 만나러 발걸음을 옮겼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아마 고통을 덜 느끼기 위해서 자동화되는 시스템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지나간 길은 잊고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삶과 행복을 잡으로 가는 륜의 뒷모습이 아른거렸다. 우리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릴 때가 많다. 소중한 걸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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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 - 인생 키워드 쫌 아는 10인의 청년들
김소담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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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비나와 솔, 심바, 숫돌, 견과, 오한빛, 초, 미어캣, 미스페니 그리고 책의 저자인 모모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에세이는 한 사람의 중요한 사건을 간접적으로 듣고 자신에게 대입해 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길을 찾아나선 인생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시간이었다 🐾

여행이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없던 풍경과 낯선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다. 그럴 때마다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고 느껴졌다. 동네 카페에서 <이번 여행지는 사람입니다>를 읽으며 세계가 넓어지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손쉽게 나를 확장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게 맞는 옷을 입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이 도서는 마지막 인터뷰이이자 저자인 모모와 아홉 청년들의 인터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야기 중심에는 이러한 키워드들이 있다. #노동 #공동체 #연결 #지속가능한열정 #페미니즘 #환경 #자유롭고건강한몸 #삶의주도권 #경제력 #나를찾는모험. 각자의 키워드를 찾아나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외롭고 불안정하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내게 가치 있는 일일까? 행복한 일일까?' 그들의 물음표는 상냥하고 주체적이며 자신을 향하고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자 한 사람에게는 불확실함을 이겨낼 확실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방황하고 불확실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나선다.

불확실함을 뛰어넘는 자신의 가치를 찾았기 때문일까. 간단히 텍스트로 정리되어 있지만 그들의 선택에는 저마다의 충돌과 성립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어려우니까 재밌고 도전하고 도달하고 싶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생기 넘치는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 보니, 나는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생겼다.

이들 모두에게 나타난 공통점은 자유와 주체성 그리고 공동체다. 세 개의 단어가 좋게 맞물려, 사회에 관심을 갖고 연대를 이어간다.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진실하게 아끼고 보살핀다! 온전히 자신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공동체와 연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5장 비건댄서인 '초'의 인터뷰를 보고 비건에 대해 다양한 칼럼을 읽고 실천해보고 싶어졌다. 또, 9장 '미스페니'가 보람 있게 돈을 관리하는 모습을 보고 가계부를 작성해보리라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10장 헬프엑스여행작가인 '모모'가 여행에 대한 정의를 읽고 나니, 단어란 개인이 정의할 수 있는 하나의 작은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10명의 도움으로 한 발자국 길을 나설 준비가 된 게 아닐까. 여전히 모호한 세계가 두렵고 겁이 나지만 일단 시작하라!는 그들의 암묵적인 조언 덕에, 얼떨결에 시작해버릴지도 모른다.

💫 책키라웃과 책이라는신화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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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슈퍼 이야기 걷는사람 에세이 21
황종권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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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슈퍼 이야기>는 켜켜이 쌓아둔 저자의 일기장을 엮은 느낌이다. 1장부터 4장까지, 과거에서 현재로 천천히 걸어오는 저자의 뒷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절망의 주소를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추억들이 방울방울 맺혀 있다.

8090 추억의 과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라떼 한 잔을 마시면서, 여유롭게 과거를 돌아볼 시간이 생긴 셈이다 🍵

사브레의 권력, 자유시간, 영혼의 탕수육, 머리맡 요구르트 두 병, 오징어 로맨티스트 등 목차를 볼 때까지만 해도 허기지던 배. 책을 읽은 후에는 마음과 배, 모두 두둑해지는 추억 소환 에세이다!


저자만의 수식과 단어를 통해 전해듣는 옛 이야기는, 따스함을 품고 있다. ’행과 연을 나누듯 잘 포장된 초콜릿은 고도로 응축한 한 편의 시 같았으며, 부담스럽지 않은 은유의 맛이었다.‘ 초콜릿의 포장지가 예쁘다는 말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니. 그동안 황종권 시인이 행간에 숨겨둔 문장들을 공개한 게 아닐까 싶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음식(먹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얼마나 큰 포만감을 준다는 걸까. 자칭 미식가로서 음식에 대한 추억을 늘어놓는 저자의 추억 수집 방식이 재밌고 흥미로웠다. 과거의 추억이 오늘날의 우리를 배부르게 만든다. 추억이 주는 포만감은 어떤 음식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시를 사랑하며 쓰는 행위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게 멋졌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배가 아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과거를 움켜쥐고 사랑하는 건, 감수성을 최대로 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시적인 표현이 마음의 방울을 톡톡 터뜨렸다. 앞니로 아폴로를 잘근잘근 씹어 먹던 때가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www.방울슈퍼.kr
여수의 작은 슈퍼집 아들이 시인이 되기까지. 저자의 추억의 공식 주소는 방울 슈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의 어머니이자 방울 슈퍼의 주인의 삶도 궁금해졌다! 또, 내가 다녀간 수많은 슈퍼들이 떠올랐다. 지금 그 자리에는 편의점, 삼겹살 전문점, 파스타 가게가 생겨났다. 카운터에 진열된 형형색색의 불량식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라떼가 나쁘기만 한 걸까!

책을 읽으면 과거를 떠올리는 저자의 방식에 매료될 게 분명하다.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사람의 일생은 밀도가 높다. 추억과 낭만 그리고 사랑이 넘쳐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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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춤추면서 싸우지
한채윤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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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내가 나여도 안전한 공간’에서 살 수 있길 바라게 되는 책이다. 저자는 LGBT 잡지인 <버디> 창간부터 한국성소수자인권센터, 비온뒤무지개재단을 설립했으머,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을 도맡았다. 그 안에서 많은 사건이 일련적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현재 ‘성소수자의 나이 듦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큐라이프센터를 띄웠’다. 성소수자 인권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저자 한채윤의 무지갯빛 생을 소개한다. 또, 사랑과 연대의 귀중함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자주 등장한다.

한 마디로 사랑이 가득한 성소수자 에세이다.

저자는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해 다양항 편견과 혐오에 대해 말한다. 나는 책을 읽다가 자주 울컥했고 반성했다. (물론 유머러스한 저자 덕분에 웃을 때가 많았다) 또한 페미니즘이 언급된 부분에서는 깊은 연대를 느꼈다. 나는 여성인권에 대해 얘기할 때 감정만 앞서는 사람이다. 파이터와 울보 기질이 함께 발휘되곤 한다. ‘분노를 뒤로하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건 어렵죠. 그래도 괜찮아요. 이렇게 함께 하잖아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성소수자로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저자 한채윤의 세상은 힘든만틈 아름답다. 흘린 땀과 눈물이 무지개가 되어 나타나는 것 같았다.

저자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에게도 다정함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의 꽉 닫힌 마음에 정중하게 노크를 하고 들어간다. 활활 타오르는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혼자서 불을 진압하는 건 무리일 테니 힘을 합쳐 보는 건 어떨까. 적어도 부채질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수자는 '문화나 신체적 차이 때문에 사회의 주류문화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나 집단'을 의미한다. 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소수자가 되는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전적 정의에 정확하게 부합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소수자였던 순간을 떠올려 보자. 성소수자들이 매일 이와 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책의 목차만 봐도 소장 욕구가 생겨난다. 직설적이지만 부드러운 문장들은 저자 한채윤을 닮아 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열 손가락이 부족했다. 그중에서도 무지개색으로 표시한 목차들이 마음에서 오랫동안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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