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 슈퍼 이야기 걷는사람 에세이 21
황종권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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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 슈퍼 이야기>는 켜켜이 쌓아둔 저자의 일기장을 엮은 느낌이다. 1장부터 4장까지, 과거에서 현재로 천천히 걸어오는 저자의 뒷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절망의 주소를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추억들이 방울방울 맺혀 있다.

8090 추억의 과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라떼 한 잔을 마시면서, 여유롭게 과거를 돌아볼 시간이 생긴 셈이다 🍵

사브레의 권력, 자유시간, 영혼의 탕수육, 머리맡 요구르트 두 병, 오징어 로맨티스트 등 목차를 볼 때까지만 해도 허기지던 배. 책을 읽은 후에는 마음과 배, 모두 두둑해지는 추억 소환 에세이다!


저자만의 수식과 단어를 통해 전해듣는 옛 이야기는, 따스함을 품고 있다. ’행과 연을 나누듯 잘 포장된 초콜릿은 고도로 응축한 한 편의 시 같았으며, 부담스럽지 않은 은유의 맛이었다.‘ 초콜릿의 포장지가 예쁘다는 말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니. 그동안 황종권 시인이 행간에 숨겨둔 문장들을 공개한 게 아닐까 싶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음식(먹는 것)에 관한 이야기는 얼마나 큰 포만감을 준다는 걸까. 자칭 미식가로서 음식에 대한 추억을 늘어놓는 저자의 추억 수집 방식이 재밌고 흥미로웠다. 과거의 추억이 오늘날의 우리를 배부르게 만든다. 추억이 주는 포만감은 어떤 음식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글을 쓰면서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시를 사랑하며 쓰는 행위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게 멋졌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배가 아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과거를 움켜쥐고 사랑하는 건, 감수성을 최대로 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시적인 표현이 마음의 방울을 톡톡 터뜨렸다. 앞니로 아폴로를 잘근잘근 씹어 먹던 때가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www.방울슈퍼.kr
여수의 작은 슈퍼집 아들이 시인이 되기까지. 저자의 추억의 공식 주소는 방울 슈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의 어머니이자 방울 슈퍼의 주인의 삶도 궁금해졌다! 또, 내가 다녀간 수많은 슈퍼들이 떠올랐다. 지금 그 자리에는 편의점, 삼겹살 전문점, 파스타 가게가 생겨났다. 카운터에 진열된 형형색색의 불량식품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라떼가 나쁘기만 한 걸까!

책을 읽으면 과거를 떠올리는 저자의 방식에 매료될 게 분명하다.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사람의 일생은 밀도가 높다. 추억과 낭만 그리고 사랑이 넘쳐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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