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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이 우주입니다 - 안과의사도 모르는 신비한 눈의 과학
이창목 지음 / 히포크라테스 / 2024년 10월
평점 :
안대는 해적의 상징 중 하나이고, 특히 창작물에서는 반맹, 외팔, 외다리인 경우가 많다. 부상을 입더라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력에 특별한 이상이 없더라도 안대를 쓰는 해적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밀짚모자 일당 중 한 명인 조로는 왜 아직까지 안대를 쓰지 않을까?
이유를 추측해 보자.
1. 실제로 실명하지 않았다.
조로처럼 눈에 흉터를 가진 샹크스, 레일리, 후지토라 중 실제로 시각 장애를 가진 건 후지토라 뿐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눈꺼풀까지 흉터를 가진 건 조로를 포함한 샹크스, 레일리고, 후지토라는 한쪽은 아주 살짝 흉터가 있을 뿐 눈꺼풀에는 흉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미호크가 길치인 조로가 답답해서 만든 흉터다.
일리가 있다.
3. 조로의 큰 그림이다.
검사로서의 수행 중 하나로 한 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이다. 사실 세 가지 추측 모두 그럴 것 같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한쪽 눈을 실명하면 법적으로 시각장애에 해당된다. 반대편 눈의 시력이 좋다면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안 실명은 경증에 속한다. 단안 실명인은 시각장애인 중 유일하게 운전면허를 딸 수 있지만, 애초에 조로는 왼쪽 오른쪽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길치이기 때문에 합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한쪽 눈만 보이면 시야가 좁고 거리감 및 입체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므로 검술에 상당한 주의 집중이 필요하다. 따라서 저자가 설명하는 <역사 속 반맹과 시각장애> 파트의 내용을 빌려서 추측하자면 수행 중 하나로 보는 것이 가장 일리 있다.
이 책은 단지 눈의 구조나 우리가 사물을 보는 원리만 설명하지 않는다. 원피스 조로의 반맹에 관해 떠오를 정도로 토막 상식부터 일상생활에 가까운 시력을 나타내는 단위의 이야기까지. 심지어 들어가는 말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가볍게 넘기고 재밌는 부분만 읽어도 좋다고 말한다. 부제로는 '안과 의사도 모르는 신비한 눈의 과학'인데, '과학'에 보다는 '안과 의사도 모르는'에 초점을 두고 읽는다면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겠다. SNS를 떠들썩하게 한 검파흰금 드레스의 비밀부터(나는 원리를 알고도 아직도 검파로 보인다) 유독 한국 사람들, 그중에서 아이들이 안경을 많이 쓰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그 이유까지 흥미로운 사실들 투성이었다. 저자도 안과 의사이지만, 아마 많은 안과 의사도 모르는 사실들일지도 모른다는 두근거림까지 담아냈다.
과학이라는 과목이 유독 싫은 사람이라면 허들이 높을지도 모르는 책이지만, 그 허들을 넘을 필요가 없고 관심만 있다면 그 허들 옆으로 돌아오라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