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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회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ㅣ 림 문학상 수상작품집 1
성수진 외 지음 / 열림원 / 2024년 12월
평점 :
림의 웹진과 젊은 작가 소설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거였던 것 같다. 비상식적으로 이상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낭만과 친절이 담겨 있다. 세상이 분명 비정상적인 건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람들이 비정상 취급을 받는다. 그 마음이 좌절되기도 하며 꺾이기도 하고 저 바닥 아래에 처박히기도 한다. 영웅 같은 주인공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련을 견디고 견뎌 튀어 오르겠지만 보통 사람들이라면 다르다. 그들은, 우리는 힘이 없다.
웹진과 네 권의 소설집에 이어 드디어 직접 고르고 고른 문학상으로 이들은 결코 튀어 오르는 것이 '이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견디는 것 또한 이기는 것이라고 곁에 있어준다.
출간 계절을 맞춘 수상작품집은 아니겠지만, 유독 이번 겨울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다섯 명의 작가의 이야기가 2024년의 시린 겨울을 견디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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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갈라지고 앙칼진, 수현의 귓가에 곧장 내리꽂는 고함을.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수현은, 빌라에 사는 다른 사람들은, 지금과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몰랐다.
"연지 씨는 어머니 사인을 창피해한 게 아니었어요. 슬퍼서 찢어 버린 거예요."
"뭐든, 찢어 버린 건 찢어 버린 거죠. 어렸을 때잖아요."
「눈사람들, 눈사람들」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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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많은 교사일수록 아이들 앞에서와 어른들 앞에서 보이는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어느 것이 본래 모습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정말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가 주장하는 자신의 거울상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살고 싶다니, 얼마나 순진한 환상인가 싶었다. 나는 인간에게는 거짓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가릴 거짓.
「포도알만큼의 거짓」이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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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릴 새도 없이 누가 바깥에서 계속 돌리는 회전 뱅뱅이를 탄 것처럼, 많은 일이 한꺼번에,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일어났다.
「우주 순례」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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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독한 년이네."
욕이 절로 나왔지만 그 욕을 듣는 건 영수 자신뿐이었다. 전화를 건 여자에게 한 건지 스스로에게 한 건지 알 수 없는 기분이었다. 휴대전화를 내던진 후 고개를 들자 거울 속의 영수가 멍청하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영수는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엄마가 언니까지 함께 버려줘서.
「얼얼한 밤」이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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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뭍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물비늘 아래에서 하늘을 구경하고 싶은 것 같다. 밑이 더 고요하고 찬란하니까.
「날아갈 수 있습니다」장진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