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 솔티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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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우리가 환상이나 허상, 조금 더 가까이 보면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대하기 쉬운 일을 빠짐없이 챙긴다.
과거로 넘어가 현재로 이어줄 선을 끌어다준다. 그 선이 우리에게 어렵지만은 않다. 이웃집 할머니부터 AI까지 다채롭다. 미리 준비해둔 현재의 선에 연결하고, 두 선이 맞닿은 지점에 또 하나를 연결한다. 미래를 향해 열어둔다. 멀리서 보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는 회로일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친절하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라며 독자를 이끈다.
유독 떠난 이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듬고 준비가 되면 독자들 곁에 데리고 온다. 떠났지만 함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우리’가 되는 건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한 마음이 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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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에 맞춰 시의적절한 정례 행사를 하면서 옛 습관을 이어가는 지극히 평균적인 일상이. 애써 벗어나고 싶었던 한국 풍경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도망친 곳에서 이전과 같은 평균값을 마주하니 허탈하기까지 했다.

꺼져가는 걸 보면서도 타오르는 중이라고 여기는 건 일본식 허무 같았다. 그럼 타오르는 걸 보면서 어차피 꺼질 거라고 확신하는 건 한국식 냉소일까?
「오메라시로 돌아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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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때때로 변하는 불확정적인 말들이 사방을 떠돌았다. 권력을 가진 사람의 즉흥적인 기분이 그럴듯한 이름을 얻었다. 그런 말 속에서 세상은 허술해 보이기만 했다.
「시대 지체자와 시대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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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품앗이로 자랐다. 배고픈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건네어지며 먹은 것 이상으로 쑥쑥 자랐다. 나는 배고픈 자들이 빚어낸 선의의 총합이었다.

고향이 어디든 우리는 떠나온 존재였다. 언제든, 결국엔 떠나야 했다. 그리하여 또 다른 삶을 이어 붙여야 했다.
「스위트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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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내 팔자인 거야.

못 죽으면 다 천운인가? 살아남았으면 거기가 다 천국이야?
「순애보 준코, 산업위안부 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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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나의 퇴행을 아쉬워했지만 나는 나에게 좀더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게 내겐 성장이었다.
「타고난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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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퇴출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모두가 이야기 밖으로 벗어나려 하고 있었다. 직접 만든 이야기 속 주인공에 빙의해, 각자의 해방으로 향하려 했다.
「브라이덜 하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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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나 119를 불러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표현은 어디까지나 은유였는데 현실이 소설의 은유를 허락하지 않아 슬프고 끔찍하다. 다시는 이런 세력에게 막대한 권력을 부여해선 안 된다.
「작가의 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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