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아래 버스는 서고…
210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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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10, 이열로 읽어야 하는 작가는 시인으로 활동하다 종이책으로 첫 출간한 소설이 바로 이 작품입니다. 본격적으로 '감각주의' 소설을 표방했죠.. 굳이 설명이 필요한 '주의'란 생각이 들진 않습니다. 이를 내세운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이미 접해봤기 때문이죠.

'끌림'에 대한 이야기를 어느 부부의 불륜 행각을 통해 조명한 소설입니다. 어찌 보면 현실에도 만연해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서와 세영은 두 아이를 둔 중년에 접어든 부부입니다. 서로에 대한 애정도 깊고 가정을 지켜야겠다는 의지도 강한 편이지만 아서는 출장 중 만난 중개소 여사장과 밤을 보내고 세영 또한 친구의 손에 끌려 불륜 모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사실 여기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이들의 불륜은 심화됩니다. 아서는 한참 연하인 예나와 사랑에 빠지고 세영 또한 예전 아파트에서 알던 여성의 남동생과 결국 선을 넘게 됩니다.

감각주의를 표방한 소설답게 성애 장면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묘사되고, 단순히 욕정이 아닌 이를 통해 자신의 빈구석을 채우고자 하는 이들 부부의 열망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시인으로서의 작가의 특성 상 이러한 불륜과 성애 묘사가 크게 거슬리게 그려지진 않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런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학교 시험에서 아이의 부정 행위를 계기로 이들은 지방으로 이사를 결심하고 불륜 또한 마무리 됩니다. 소설 속 표현대로 그들은 정거장에 선 버스를 탔을 뿐이고 버스가 종점에 도착하자 내렸을 뿐입니다. 그들의 삶과 가정은 아마도 지속되겠죠...

그들뿐 아니라 그들 주변의 이야기 또한 꽤나 현실적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아닌 실화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좀체 찾을 수 없었던 성향의 소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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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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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오스틴.. 사실 처음 접하게 된 작가입니다. 청춘의 불안과 우울을 주로 소재로 삼는 작가라 소개되어 있는데 종교, 퀴어까지 결합된 내용이라 하니 과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조금 우려되더군요..

그렇지만 꽤나 멋지게 디자인 된 표지가 그 우려를 많이 희석시켜 주었고 몇 페이지 읽고나선 바로 이 소설에 빠져 들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길다는 강박에 가까운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만사에 걱정이 앞서는 인물입니다. 성적 취향이 퀴어, 소위 레지비언인데 참으로 우연하게도 동성애자를 죄악시하는 기독교 성당에 취업하게 되었구요..


알콜중독에 빠진 남동생 일라이에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부모, 퀴어인줄 모르고 접근하는 남성 주세페, 그녀의 동성 애인까지 그녀는 그들을 어찌 다뤄야 할지 도무지 종잡질 못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소설 제목처럼 모든 불행이 그녀 때문에 벌어지는 일 같이 느껴지죠.. 그럼에도 그녀를 향한 비난은 독자 입장에서 절대 불가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작가의 정말 유머스런 문체가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죠..


그녀의 모습을 한심히 여기기보단 계속 응원하고 무언가 돌파구가 생기길 기원하며 페이지 턴을 하게 됩니다. 길다는 그런 존재이니까요..

소재와 캐릭터가 주는 무거운 느낌과 달리 너무나 경쾌하게 진행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일단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운 책입니다.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가져가게 되는 소설이라니....


정도의 차이야 있을 수 있지만 누구나 길다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길다란 캐릭터는 현실의 우리 주변에도 분명 존재하고 있을것이구요..


바로 주변에도 권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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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러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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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기원 작가의 디스토피아 3부작... 드디어 리사이클러를 통해 대단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3부작임에도 세 권을 모두 짧은 시간 내에 만나게 되었네요. 당연히 쥐독, 사사기 등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리사이클러는 '전기련'이 장악한 뉴소울시티가 배경인 것은 같지만 시기는 저항 운동이 본격화되는 '쥐독' 세계관과 일치합니다. 사사기는 전기련의 착취와 탄압이 본격화 되기 이전인 AI 시대를 그려냈었죠..

지금의 119처럼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를 담당하는 '비상대응특수팀'... 이 조직에 속한 30대 청년 '동운'과 그의 리사이클러인 '기한'이 이 소설의 주인공 격에 속합니다. 리사이클러는 갓 죽은 인간의 신체를 활용해 한마디로 '생체형 로봇'으로 재탄생 시킨 일종의 도구입니다.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뇌 기능 등은 정지되어 AI 칩의 조종을 받고 있죠.

수명은 대략 3년입니다.


역시나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SF 디스토피아를 다룬 작품이 재미 없기가 오히려 힘든 법이죠..

1구역에 속한 상위 계급은 영생을 얻고 모든 부를 독점해 가면서 살아가는데 비해 2구역에 속한 이들은 끝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저임금에 착취 당하는 상태입니다. 반항은 고객서비스팀이란 이름으로 치장한 진압군의 강력한 탄압에 직면하게 되죠. 저항과 진압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의 뒷처리는 모두 비상대응반과 동운의 몫입니다. 이들의 강행군을 뒷받침해주는 리사이클러들이 딸려 있지 않다면 목숨까지도 위험한 상황이죠.. 더군다나 동운은 췌장암까지 앓고 있고 말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몸처럼 움직여야 할 인간과 리사이클러... 그런데 동운은 자신의 리사이클러 기한에게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결국 자신의 참혹했던 과거 행위와 연결된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의 운명 또한 비극을 예견합니다.

쥐독, 사사기와 비교한다면 결말이 너무나 허망한건 비슷하지만 더욱 슬프게 느껴집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득권 층만이 우대받는 상황이 이 소설 속에서도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최악의 미래 또한 우리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마침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대선 과정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상황에서 읽게 되니 더욱 실감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3부작 완결... 작가님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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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영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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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장다혜 작가.. 그녀의 작품 중 '탄금-금을 삼키다'라는 소설은 영상화가 완료되어 넷플릭스에서 인기작으로 떠올랐습니다. 방송을 탄다는 것은 이미 성공한 작가임을 인증함과 동시에 재미를 확실히 갖춘 소설을 내왔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란 것이죠.

탁영.. 누군가에게 그림자를 맡기는 것, 즉 죽음을 의미합니다. 조선 시대 가상의 시기가 배경인 역사극이며, 각종 독과 약재 등이 등장하는 메디컬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 역시 주인공은 양반의 신분이면서도 금박장 기술을 지닌 '희제'란 18세 여성입니다. 그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백섬, 장헌, 칼두령 등 비슷한 나잇대의 세 명의 남성 들도 주요 배역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희제는 그 중 한 사람만을 사랑하게 되고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어려서 오라버니를 잃고 부친까지 잃게 된 그녀에게 삶의 의미를 새로 부여한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들은 고난을 딛고 결국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고전 소설의 전형적 클리셰를 따르는 소설도 결코 아닙니다. 생각치도 못했던 슬픈 결말이 이어지고 이를 야기한 인물에 대한 철저한 응징, 복수가 이어집니다. 조선 시대가 배경이지만 어찌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하는 소설이라고 해야겠네요.

일단 참으로 막강한 페이지 터너입니다. 이야기가 어찌 전개될지 끝까지 호기심을 자극하고, 예상했던 흐름을 가볍게 뒤집습니다. 들었다 놨다 하는 작가의 필력이 한편으론 얄미울 정도입니다.


평소 드라마를 잘보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넷플릭스를 뒤져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가급적이면 원작 소설도 구해 읽어 봐야겠습니다. 이리도 재밌게 읽은 탁영을 제치고 영상화가 먼저 된 작품이니만큼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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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과잉 사회 - 성비 불균형이 불러온 폭력과 분노의 사회
마라 비슨달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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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미라 비슨달의 저서 '남성 과잉 사회'는 우리도 익히 들어왔고 알고 있던 '태아 성감별'에 따른 낙태 및 이로 인해 야기된 성비 불균형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이미 알고 있던 문제라고 하기엔 이 책에서 제기하는 문제점 들은 너무나 심각하고 또한 거대합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1억6천만 명 가량 태어났어야 할 여야 들이 사라졌습니다. 미국 전체 여성 인구와 맞먹는 숫자이죠. 저자는 처음부터 이 수치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강한 충격을 부과합니다.

단순히 숫치로만 성비 불균형을 대했을 때는 그러려니 했던 문제였는데 숫치를 구성하는 주요 배경 및 풍부한 사례들을 들고오니 이 사안이 얼마나 현 인류 사회에 큰 재앙인지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중국, 인도,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인 베트남, 캄보디아 등도 사례로 등장하지만 한국 역시 저자가 주요 예시로 드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의외로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남자 아이들이 커서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을 때 결혼할 신부를 찾기 힘든 세상에 마주칩니다. 이는 성매매, 약탈혼, 매매혼 등의 문제로 즉각 연결되며 결혼 포기자의 증가는 급격한 인구 감소, 노령화와 맞물려 사회 전반이 위협 받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죠..

대를 잇고 가업을 승계한다는 명목으로 골라서 낳은 아들이 결국 결혼도 못하고 대가 끊어지게 되는 상황을 아시아의 부모들은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까지 겪게 될 상황입니다..


이렇게까지 아들만을 선호하는 문제는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고 딸이더라도 아들 못지 않게 높은 위치에 오르거나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남녀 차별에 따른 성비 불균형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가부장적 체제를 선호하고 페미니즘에 대해 고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전까진 낙태가 성비 불균형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이었다면 이젠 유전자 조작에 따라 성비가 인위적으로 조율되는 세상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인류의 미래... 우리 스스로가 망치고 있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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