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것들 달달북다 6
김지연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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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북다의 달달북다 시리즈가 이제 6권째를 맞았습니다. 60~70페이지 정도의 단편 소설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모험적인 기획인데 4~6권까지는 퀴어물입니다. 취향 확실(?)한 분들은 절대 읽지 않는 분야이죠.

그럼에도 단편 소설의 특성상 상당히 임팩트 있는 작품들이 많았기에 장르 불문하고 읽어 보게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성소수자 들에 대해 어떤 편견이나 혐오 의식이 없는 것도 있구요.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이 사회를 살아가고 사랑을 나누는 존재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 소설은 같은 성적 취향의 파트너를 찾기조차 힘든 소위 깡촌에 사는 성소수자의 이야기입니다. 좁은 지역 사회니만큼 공개적 커밍아웃도 힘들고 기껏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자신의 이상향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죠.

주인공 미수는 레지비언입니다. 어느 날 사마귀를 연상케하는 영경을 만나게 되죠. 생긴게 사마귀가 아니라 뭔가 하는 동작이 사마귀 같은 친구입니다. 그럼에도 미수는 영경에게 빠져 듭니다. 이성애자들이 하는 똑같은 고민도 합니다. 과연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만큼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는 걸까... 등등의 생각이죠..

어느 날 미수는 영경에게 남자 친구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고민이 시작됩니다.


사실 우리가 지금껏 만나온 모든 인연과 이뤄졌다면 최소 수차례 최대 수십 번씩 결혼해야 했을 사람들도 나왔을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 아직 20대 초반인 이들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간 사랑이 있고 다가올 사랑 또한 존재할 것이고 현재 나누고 있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질 것이겠죠..

작가는 성소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사랑을 경험한 적 있는 모든 이들이 겪게 되는 고민과 갈등을 꽤나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단지 주인공들이 속한 지역의 특성상, 그리고 여전히 혐오하는 이들이 남아 있는 상황을 고려해 조금 비밀스럽게 그려냈을 뿐입니다.

역시 사랑이란 감정은 공통적이네요.. 그 누구도 이 세상을 같이 살아가는 누군가를 무조건 혐오하고 비난할 권리는 없습니다.. 계엄령 같은 뻘짓을 하지 않는 이상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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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 유라시아 인문여행 - 대륙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서
이재혁 지음 / 뿌쉬낀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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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라시아.. 보통은 유럽+아시아의 합성어로 알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서구 유럽을 제외한 동구권, 구 소련지역, 중앙아시아 등을 지칭하는 용어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지구상 영토의 1/3 가까이를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이며 수많은 문화와 역사가 명멸했던 곳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와 가깝기도 하거니와 특히 북한과는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지정학적으로도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라시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한국의 교역 상대국 중 꾸준히 5,6위 선을 지키고 있는 중요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쓴 이재혁 작가는 유라시아 방면에 있어 스페셜리스트라고 칭할 수 있는 분입니다. 즉, 이 책에는 북방 유라시아의 정수가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이 지역에 대한 잘알려져 있지 않은 역사, 문화.. 그리고 한반도 등에 미친 영향을 고찰했다면 2부는 저자의 유라시아 곳곳의 여행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여행기라고 해도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라 각 지역의 유적, 역사 등에 대해서도 빼곡하게 채워져 있기에 유라시아에 속한 나라 들 자체를 이해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2부가 이 지역의 현재 상황을 더욱 자세히 분석한 감이 있네요..


아예 몰랐거나 알더라도 극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부분이 많았기에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이 새로운 지식이었습니다. 미국 등과의 동맹 논리에 매몰되어 그간 백안시해오던 지역이 바로 이곳 북방 유라시아입니다. 엄청난 교역량과 교류를 자랑하던 러시아는 어느새 우리에게 악의 축 비슷한 나라로 자리매김 되고 있고 현 대통령은 우리와 별 관계도 없던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변죽을 울리고 있죠.

과연 우리가 그리 쉽게 진영 논리만으로 재단할 수 있는 곳인지 개인적으론 회의감이 듭니다. 여전히 우리에겐 기회의 땅이고 노력 여하에 따라 더욱 큰 국익을 가져올 수 있는 지역이 바로 이 곳입니다.. 개인적으론 인식의 저평을 넓힐 독서 체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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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들
안도 요시아키 지음, 오정화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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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매체는 차고 넘치지만 그 독창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은 그닥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이젠 너무나 흔하게 쓰이는 소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런 점에서 안도 요시아키의 소설 '사라지는 아들'은 타임슬립 외에도 환생, 그리고 범죄 미스터리가 한데 결합되어 꽤나 참신하게 다가온 타임슬립물이었습니다. 주인공 가즈오의 세 차례에 걸친 과거 여행이 주된 내용을 이루지만 다녀올 때마다 현재의 상황이 바뀌고, 조금씩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는 과정이 꽤나 재밌게 그려진 소설입니다.

가즈오의 어린 아들 케이스케는 어느날 자신이 교살되어 살해되었다고 주장하고 아이의 목에 교살 흔적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이유를 캐던 가즈오는 케이스케가 33년 전 살해된 오이카와라는 인물의 환생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별안간 33년 전 과거로 이동하게 된 가즈오.. 거기서 이미 살해된 오이카와를 만나게 됩니다. 남은 날짜는 단 나흘, 그 안에 오이카와를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막상 오이카와를 구하고 현재로 다시 돌아오니 아들 케이스케의 존재가 지워집니다. 오이카와가 죽어 환생한 존재가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죠. 딜레마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오이카와를 살리면 아들이 사라지고, 오이카와가 그냥 죽는 것을 지켜 보기엔 가즈오의 양심이 이를 허락 못합니다.

과연 가즈오의 선택은 무엇이 될까요.. 그리고 어떤 결말로 이어지게 될까요..

추리소설에서 환생, 타임슬립이란 소재가 쓰이는 것은 상당히 드문 케이스일겁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꽤나 잘짜여진 미스터리 소설로 봐야할 듯 합니다. 범인의 실체는 어느 정도 짐작되지만 과연 그가 범인이라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주인공의 현재가 어떻게 바뀔지가 너무나 궁금해지는 작품입니다. 거의 끝자락에 가서야 결과가 나오기에 말미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이죠..

안도 요시아키... 평소 즐겨 읽었던 추리 소설 작가인데 또 한번 해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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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야기 - 정태남의 이탈리아 도시 산책
정태남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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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이야기의 저자 정태남 작가는 건축가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만 30년 가까이 살아왔던 분입니다. 왠만한 이탈리아 사람들보다 더욱 로마라는 도시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고 할 수 있는 분이죠. 건축가로서의 안목 또한 뒷받침 되어 있기에 이 책을 보고 나면 마치 로마란 도시에 다녀온 느낌까지 듭니다.

책은 고대 로마 시대, 그리고 르네상스 및 바로크 시대, 그리고 카톨릭의 중심이 되고 있는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 시대의 건축물과 유적 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단 사진 자료가 너무나 풍성하게 삽입되어 있습니다. 책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단순하게 정면 사진만 촬영한게 아니라 다양한 각도, 내부에서 촬영한 사진들까지 같이 나오기에 실제 로마 여행을 가더라도 이 정도 시각으로 로마를 관찰하긴 어려울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 자료뿐 아니라 각 유적, 건축물이 들어서게 된 역사적, 인물사적 배경 또한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기에 마치 옆에 역사에 정통한 가이드를 두고 탐방을 하는 느낌까지 들죠. 실제 이 책에 나온대로만 로마 여행을 하면 놓칠게 거의 없을 것입니다. 단순한 문화사 서적이 아니라 여행 가이드 북 역할까지도 충분한 책입니다.

사실 로마공화국, 제정 시대의 많은 역사적 유적 들은 기독교 도래 이후 상당 부분이 고의적으로 파괴되고 의도적으로 방치되어졌습니다. 역사의 암흑기를 낳았던 중세 기독교 시대의 암울한 유산이죠. 그럼에도 베드로 대성당이 지어졌기에 그 무지스런 행위를 조금은 만회하고 있는 듯 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세계 최고의 성당으로 꼽히는 바티칸의 베드로 성당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비단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로마를 방문한지 20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몇몇 랜드마크 건축물을 제외하곤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진 상황이죠. 이 책을 보면서 새록새록 살아나는 기억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정말 다시 한번 로마란 도시를 제대로 여행하고 온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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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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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스카리 유바... 일본의 떠오르는 SF 신예 소설가입니다. 요즘 추세에 맞게 인터넷을 통해 작품을 먼저 발표하고 이후 종이 책으로 출간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젠 일본을 대표하는 SF작가로 자리 잡아 나가고 있죠.

이번에 읽게 된 '인간들 이야기'는 그의 다섯번 째 소설로서 모두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편한편이 모두 사이언스 픽션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고 각기 개성이 매우 뚜렷하기에 소위 '읽는 재미'를 갖춘 소설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소설이 SF 장르라기 보다는 그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된 듯 한 느낌입니다.

기후 위기로 다시 빙하기에 접어든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를 그리더니만 어느새 서로를 감시하는 재미가 넘치면서 결국 최악의 독재자를 위하게 되는 시대 또한 그려냅니다.

투명인간이 등장하는가 하면, 지구인이 차린 라멘(일본 소설이라 라멘이 맞습니다) 가게를 찾는 다양한 외계인 들이 등장하고, 어느 날 방 안에 떡하니 들어선 정체모를 바윗돌.... 그리고 과연 외계 생명의 정의를 외계 자체가 아니라 학술 회의에서 찾게 되는 아이러니한 모습 또한 등장하죠..

6편이 너무나 다양한 소재를 갖고 등장하다 보니 무언가 겹치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한편한편이 모두 새롭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은 조지 오웰의 1984를 오마쥬한 '즐거운 초감시 사회' 편이었습니다. 어떤 정보 기관이 아니라 국민 서로서로에게 감시를 맡기다 보니 어느새 남을 훔쳐보는 즐거움에 빠지게 되어 감시 사회가 기꺼이 유지된다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일본 작가를 또 한명 알아가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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