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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감댁 여인들 - 세 자매가 선사하는 따스한 봄바람
이지원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선시대 여인들의 삶은 탈레반 치하 여성들의 삶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귀한 신분이라던 양반네 여인들이 오히려 더 큰 속박을 견뎌야 했죠. 어느 여류 시인은 태어나 보니 조선이고, 여자이고, xxx와 결혼한 것이 자신의 3대 불행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이지원 작가의 신작 '홍대감댁 여인들'은 조선 여인들의 이런 삶을 살짝 비틀어 보다 자유스럽고 주체성 강한 세 명의 여인상을 창출해 낸 작품입니다.
낙향했지만 저명한 가문의 세 딸 예임, 예흔, 예도...
예임은 혼인한지 1년도 안되어 남편을 잃은 청상과부..
예흔은 파혼 후 불가에 귀의한 비구니...
예도는 그런 언니들을 보며 혼인에 대한 환상을 버린 당돌한 여성으로 등장합니다.
이들은 벼슬을 얻은 오빠의 상경을 계기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가풍과 여인에 대한 통제가 적었던 고모부 댁에 잠시 몸을 의탁하게 됩니다. 그리고 각자의 아름다운 삶을 꽃피우기 시작합니다. 이런 소설에서 필연적이라 할 수 있는 '정인' 들 또한 만나게 되죠..
영국 사회의 새로운 상류층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던 젠트리 계급을 주로 소재로 썼던 작가가 '제인 오스틴'입니다. 이지원 작가 또한 제인 오스틴 작품을 애정하는 분이더군요.. 본 소설에서도 꽤나 비슷한 느낌이 물씬 묻어 납니다. 젠트리는 양반가로 대체되었고, 언니들의 길을 응원하다 느닷없이 사랑을 느끼게 되는 예도는 '엠마' 또는 '오만과 편견'의 여주인공과 캐릭터가 꽤나 겹쳐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 보면 이 소설은 제인 오스틴을 향한 오마쥬가 아닐까요..
한없는 속박에 괴로워했을 조선 여인들이 이 소설에서만큼은 조금이나마 자유를 찾은 듯 해서 꽤나 기꺼운 마음으로 읽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자신의 운명은 가문이나 집안의 어른이 아닌 자기 스스로 개척해야 살 맛이 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