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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름 일본 소설을 꽤 읽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시메노 나기'는 처음 접하게 되는 작가입니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그래픽디자이너 및 건축사를 본업으로 가진 작가네요.
이 소설은 여성 3대에 걸쳐 이어져온 현재는 끽다 전문 카페로 운영되는 체리 블라썸이라 불리우는 장소가 배경입니다. 외할머니 대에선 호텔, 어머니 대에는 레스토랑이었으니 업종은 계속 변경되었지만 이름만은 수십 년 이상 같은 이름을 써 왔죠...
특이하게도 이 소설의 진 주인공은 수령 100년이 넘은 산벚나무입니다. 소설 속 나레이션을 담당하고 있으며 3대에 걸친 여성 들의 활약을 직접 지켜본 나무이죠. 이 장소의 이름 또한 체리 블라썸.. 즉 벚꽃에서 따 왔습니다.
물론 소설을 풀어가는 시점은 현재이다 보니 내용은 3대 카페 주인장인 30대 여성 '히오'의 일상이 주로 펼쳐집니다. 본격 힐링 소설을 표방하는 소설답게 드라마틱한 서사가 전개되진 않지만 읽는 내내 편안한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차와 어울리는 화과자가 계절별로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어째 다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감칠 나는 묘사가 일품이더군요..
히오는 여러 거래처, 다양한 손님들과 접하면서 조금씩 자기 성장을 이뤄 갑니다. 어쩔 수 없이 물려 받은 장소가 아니라 스스로가 앞장서 조금씩 카페를 인간미 넘치는 곳으로 바꾸어 나가죠.. 이 곳을 찾는 손님들 또한 자신만의 힐링을 이뤄냅니다.. 수명이 다 한 듯 보이던 벚꽃 나무조차 주변의 정성스런 돌봄 속에서 내년에 활짝 피워낼 꽃망울을 잉태해내고 이 벚나무의 존재 자체가 그녀들 3대가 지켜온 이 장소의 존재 이유였음이 밝혀집니다..
최근엔 한국에서도 인기지만 일본인들의 벚꽃 사랑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별납니다. 벚꽃이 피는 계절은 일본인들에겐 하나의 생활이자 사상이며, 그들이 따르고자 하는 국민성 그 자체로 치환될 수 있죠.. 이 나무를 배경으로 여성 3대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낸 이 소설이 왜 30만부 이상 팔렸는지 읽다 보니 금새 이해가 됩니다.
체리블라썸.... 우리 곁에도 하나쯤 있어 주었으면 하는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