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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설 밤인사.. 함정임 작가가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소설입니다. 원래 단편이었던 '어떤 여름'이란 소설을 경장편으로 확대시킨 것이죠.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란 사실만으로도 더 이상 소개가 필요없는 분입니다.
170여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도 한몫하겠지만 굉장히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서사이기에 상당히 빠르게 읽힌 소설이었습니다. 당연히 읽는 재미가 있었기에 속독이 가능했겠죠..
로드 무비를 방불케 하는 소위 로드 소설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한국인 여성인 미나, 프랑스인 남성인 장을 두 축으로 윤중이란 한국 남성이 끼어 드는 묘한 3각 관계가 등장하지만 로맨스 소설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물론 미나에 대한 애틋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을 간직한 장의 입장을 본다면 이를 사랑이라고 표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나와 장 둘은 포르부라는 프랑스 남부 도시를 목적으로 열흘 간의 동행을 시작합니다. 그들은 이전에도 우연히 이런 식의 동행 경험이 있었죠.
포르부는 독일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이자 유대인이었던 '발터 벤야민' 이 2차대전 초기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곳입니다. 나찌 독일의 유대인 박해에서 그도 예외일 순 없었고 포르투갈로 탈출하려던 계획이 그 곳에서 막히자 음독자살을 택했죠. 이 소설은 벤야민의 최후 행적을 따르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벤야민의 삶이 비극적으로 끝났듯 장과 마리 둘의 썸 또한 이어질 듯 하다 결코 이어지지 않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합니다.
밤 인사... 그들이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나누게 된 프랑스식 인사이기도 하지만 헤어진 이후 완전한 결별을 뜻하는 인사이기도 합니다.
벤야민 외에도 프루스트, 카뮈 등 많은 고전 작가들이 등장하며 나름 지적인 취향 또한 함께 채워주는 소설이었습니다. 책에 나온 여러 작가들의 주옥 같은 문장만 보더라도 소장 욕구가 솟구치는 소설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