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선 - 뱃님 오시는 날
요시무라 아키라 지음, 송영경 옮김 / 북로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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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시무라 아키라는 '파선'을 통해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일본 작가입니다. 고전 작가라 하기엔 그렇지만 주로 쇼와 시대 중반 이후에 활약했던 소설가이다 보니 일본 내 명성에 비해 해외 출간이 늦어진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파선은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일본의 옛 행정구역명인 '번'이 등장하고 '다이묘(영주)'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면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도쿠가와 가문의 에도 막부 시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름 평화의 시기였기에 생산력이 급증하는 시기였지만 이 소설의 지역적 배경이 되는 외딴 섬 어촌 마을엔 전혀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죠..

바다에서 잡히는 정어리, 꽁치, 문어, 오징어 등과 피, 조, 수수 등이 생산물의 전부인 이 마을은 늘상 굶주림에 시달리는 마을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결국 성인이 되면 다른 마을에 계약제 하인으로 팔려가는 신세로 전락하죠.

그들에게 유일한 구원줄은 풍랑에 시달려 부정기적으로 마을까지 떠내려오는 난파선이었습니다. 주로 쌀이 가득히 실린 배가 많았기에 마을을 몇년이나마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마법 같은 사건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난파된 배에 붉은 옷을 입은 시신이 가득차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를 벗겨내 입기 시작한 마을 사람들에겐 크나큰 비극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이 소설은 파선 및 이로 인한 재앙을 주된 소재로 사용하지만 본질적으론 당시를 너무나 어렵게 살아가야 했던 민초들의 삶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교육은 불과하고 불과 예닐곱살 때부터 배를 타고 고기를 잡아야 하는 어린 아이들의 가혹한 노동을 보면 정말 가슴이 쓰립니다. 또한 그런 아이들이 병마에 가장 먼저 희생이 되기 시작합니다.

나름 열심히 집안 일을 돕던 주인공 소년의 일곱살 난 남동생이 끝내 천연두의 후유증으로 장님이 되는 전개는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더군요. 주인공 이사쿠 역시 10대 초반의 소년에 불과합니다. 아버지가 계약직 하인으로 나갔기에 그가 집안의 거의 모든 노동을 맡아 합니다.


당시의 각자 도생 상황에서 마을 주민들의 선택을 악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선악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습니다. 마을주민을 덮친 천연두 또한 이들이 받는 천벌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그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야 했던 상황에서 그들은 선택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너무나 우연히도 재앙을 만났을 뿐입니다.

요시무라 아키라... 이 작가의 소설이 더욱 많이 한국에 소개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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