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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죄조직의 시나리오 작가다
린팅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만의 인기작가 린팅이... 사실 한국에선 생소한 작가이고 개인적으로도 처음 접해본 소설가입니다. 그렇지만 이 소설 하나만 읽었을 뿐인데 왜 그런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바로 알겠더군요.
미스터리적인 요소와 판타지 요소가 적절하게 잘 분배되어 있는 소설입니다. 어느 날 어머니와 약혼자를 불시에 뺑소니 교통사고로 잃은 허징청은 미스터리한 조직 다크펀의 시나리오 작가로 발탁됩니다. 그가 병원 행정직으로 일하면서도 인터넷에 꾸준히 소설을 올리는 작가 지망생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다크펀은 현재의 삶에 좌절하고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찾게 해주는 비밀 조직입니다. 그들이 바라는 인물의 삶을 대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죠. 그 과정에 불법적인 조력도 함께 행해지기에 엄밀히 말하면 범죄 조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는데 각 파트마다 다리가 불구가 된 의사 부인, 자신에 이어 아들까지 따돌림에 시달리는 초등학교 교사, 한때는 촉망 받았지만 현재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밑바닥으로 추락한 연극 배우가 각각 파트의 중심 서사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들은 과연 새로운 인생을 살며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다소 뻔한 결론일 수 있겠지만 그들 모두 현재까지 살아 왔던 자신의 삶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를 알게 되는 과정 또한 다크펀이 늘 개입하게 되죠. 그리고 놀라운 반전이 소설 후반부를 장식합니다.
잘나가는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이 남에게 보여지는만큼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그들 또한 남모르는 번민과 애로가 가득 찬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성공한 삶을 대신 살아가는 것이 멋져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여태껏 쌓아왔던 자신의 삶 자체가 부정되는 것이 되겠죠... 소설적 재미도 뛰어났던 작품이지만 어느 정도 교훈까지 안겨주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