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비율의 인연 - 얼굴이 최고의 스펙
이시다 가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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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인 이시다 가호의 소설 '황금 비율의 인연'.... 연인이 아니고 인연입니다. 작가는 스스로 남녀 간의 애정 문제 따위는 자기가 쓰는 소설의 소재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가족, 우정 같은 소재 역시 작가에겐 금기 사항입니다.. 소설에서 주로 쓰이는 소재 들을 싹 제외하고 과연 어떤 작품을 쓸 수 있을까요?

이시다 가호는 해냈습니다. 주인공 격인 인물의 가족, 연애사 등에 대한 내용은 일체 이 소설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신을 한직으로 내친 회사에 복수하겠다는 30대 인사부 채용 담당 여성 '오노'의 행위와 그 결과만이 등장할 따름입니다.. 자칫 건조하게 느껴지기 쉬운 내용 같지만 이 소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 하나의 반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화공학 설계자로서의 자신의 꿈을 펼치고자 입사한 K엔지니어링에서 오노는 회사의 위신을 실추시킨 내부고발자였다는 이유(사실 얼토당토 않은)로 여성이 하기 쉽다는 인사부 대졸 채용 담당으로 좌천됩니다. 바로 재미있어집니다. 그녀는 회사에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자신의 막대한(?) 채용 권한을 이용하여 금방 그만둘 사람 들을 선별해 뽑기 시작하죠.. 젊은이가 귀해진 현재의 고령화 사회 일본에서 직원들이 금방 관두는 것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합격자를 고르는 기준은 오로지 얼굴, 그것도 황금 비율을 가진 인상을 가진 이들입니다.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가진 이들은 외부 다른 회사에서의 유혹도 많을 것이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넘칠 것이기에 관두는 비율이 높을 것이란 이유에서였죠. 그녀의 바람대로 약 10년에 걸쳐 퇴사자 비율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과연 그녀의 복수가 실현되는 것인지 아니면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져 버린 근래 일본의 풍토를 반영하는 것인지 판단은 독자의 몫입니다..


140 페이지가 채 안되는 분량이기에 이 소설은 장편이라기 보다는 중편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설이 가져야 할 재미와 나름 통쾌한 결말이 넘치도록 존재하는 소설입니다. 직장 문화 및 기업의 채용 방식에 대한 풍자 또한 넘치고, 남녀 차별 이슈에 대해서도 확실히 짚고 넘어갑니다. 다소 빈약하게 느껴지는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미있게 이 소설이 읽히는 이유입니다.

일본 작가의 소설이지만 한국의 현실에 대입해 보더라도 어긋남이 없을 듯 합니다. 그냥 한번에 쭉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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