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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 ㅣ 내일의 고전
김갑용 지음 / 소전서가 / 2024년 6월
평점 :
코비드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꾼 일대 대사건이었습니다. 그간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살아왔던 삶의 근간이 흔들리는걸 모두가 느꼈을 것입니다. 안그래도 현대 사회 들어 심화된 타인에 대한 배척, 소외가 일상적으로 일어났고 백신이나 정부 대책을 둘러싸고 여러 계층의 밑바닥을 확인하기도 했죠. 김갑용 작가의 장편 소설 냉담은 팬데믹 시기를 배경으로 인간이 겪는 소외, 제목 그대로 사회의 '냉담'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서사를 이루는 많은 부분이 작가가 실제 코비드19 시기를 살아가면서 겪었던 일화, 삶의 궤적에서 가져오고 있습니다.
소설은 1,2부로 나뉘는데 같은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다른 분위기로 전개됩니다. 1부가 리얼리즘 그 자체라면 2부는 마술적 사실주의에 가깝게 꽤나 몽환적인 스타일로 전개됩니다. 물론 '공동체로부터 떨어져 나간 한 개인'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은 분명 존재합니다.
소외되어 있는 주인공이지만 한 사회에 속한 처지인만큼 주변 여러 사람 들과 어쩔 수 없는 관계 맺음에 직면합니다. 연인이라 할 수 있는 그녀를 비롯하여 친척, 가족, 친구, 상사, 직장 동료, 심지어 교수까지 그의 팬데믹 삶에 끼어드는 인물들은 은근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그가 생각하는 딱 그 정도만큼만 그들 또한 그를 생각하고 배려합니다. 팬데믹 상황이 아니라해도 그 정도의 인간 관계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을 비롯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소위 '아래 계급'은 스스로를 의지하기 보다는 그녀로 지칭되는 도서관 중앙의 나무를 의지하고 숭상하기까지 합니다. 목숨까지 바치는 이도 생겨나죠.. 이 또한 추상적 객체를 자신과 동일시하고 타인과는 차별화하려는 대표적인 소외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죠.
과연 우리의 지금의 삶과 타인과 맺게 되는 관계는 어떠한 것일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