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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설계자
경민선 지음 / 북다 / 2024년 6월
평점 :
경민선 작가의 '지옥의 설계자'는 같은 세계관을 가진 전작 '연옥의 수리공'에 이은 후속작입니다. 육신의 죽음까진 어쩔 수 없지만 죽은 이의 정신을 생전 세계와 똑같이 꾸며진 메타버스로 다운로드 받아 사실상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 가능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후 서비스를 공짜로 해주는 업체는 당연히 없기에, 여기에도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평생 일시납이 가능한 부자를 제외하곤 보통 자녀나 후손들이 비용을 계속 대야하는 구조입니다. 당연히 사후 세계에도 빈부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구조이죠..
이런 상황에서 연쇄살인마나 비인간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죽음 이후 이런 안락한 사후 세계로 들어가는 연이어 일이 발생합니다. 이들을 벌하고자 사후 세계의 지옥이 드디어 탄생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주인공 지석은 사후 세계의 지옥을 대찬성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처벌이나 회개도 없이 죽은 중범죄자 들이 죽어서라도 고통 받아야 한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는 입장일 것입니다. 사후 세계 지옥을 설계하고 범죄자를 가두기 시작한 스타트업 사업가 철승은 소위 '인기스타'로 부상하게 되고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지석에게 어느날 한 소녀의 의뢰가 들어오게 되고 지석은 자신의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서버에 구축된 사후 세계란 설정답게 이를 해킹해 잠입한 지석 일행이 지옥에 존재하는 각종 마물들, 그리고 능력치가 뛰어난 '예언자'에 맞서 싸우는 과정이 현란하게 펼쳐집니다. SF물이 가져야 할 재미를 잘 갖춘 소설입니다. 가상 세계 속에 구축된 사후세계, 지옥이란 소재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고, 이를 둘러싼 여러 인물 들의 대립이나 협조 등이 마치 영화 한편을 본다는 느낌까지 줍니다.
현실 사회에서의 빈부 격차, 온갖 해악적인 행위가 사후 세계에서도 똑같이 이어진다는 설정도 흥미를 더합니다. 마무리 또한 꽤나 깔끔하면서도 생각할꺼리를 안겨 주죠. 어찌 보면 절대선이나 절대악이 존재하지 않는 소설이며 독자를 중립적인 시각에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한국형 SF 소설... 이제 전 세계에 내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