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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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작가의 소설을 읽는 것은 조금은 특이한 경험입니다. 사실 딱히 생각나는 작가 이름조차 없네요. 이번에 읽게 된 하나 베르부츠 또한 무척 생소한 작가였습니다. 소재 또한 무척 생소한 부분이었는데 결론적으로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우리가 본 것'은 소셜 미디어의 유해 콘텐츠를 검열하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본 170여 페이지의 중편 소설입니다. 딱히 어떤 미디어인지는 나오진 않지만 인도 등에도 검열 기관을 둔 것을 보면 유튜브급 정도는 되는 국제적 업체 같고 이를 대입해서 읽으면 보다 이해가 쉽더군요.


어느 시기 동시에 입사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내용은 꽤나 충격적이면서 또한 이질적입니다. 유해 게시물을 검열하는 일이기에 외설적이거나 폭력적인 영상은 말할 것도 없고, 온갖 혐오를 조장하고 음모론을 펼치는 게시물 또한 이들은 무수히 접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조금씩 무너져 가는 소설 속 인물 들...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상황까지 이들은 몰리게 됩니다. 작중 주인공 케일리는 성소수자(레지비언)이며 처음엔 회사에 잘 적응하는 듯 했습니다. 동료들과 친한 친구가 되고 사내에서 시흐리트라는 이름의 동성 연인까지 사귀게 됩니다. 그러나 무언가 점점 잘못되어 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어느 순간 시흐리트는 나찌가 저지른 홀로코스트조차 부정하는 입장에 서게 되고, 이를 지적하는 케일리에게 일방적 이별을 통보합니다. 그러나 충격적 반전은 그 이후에 이어집니다..


사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업무는 그리 어렵게 보이지 않습니다. 사회적 통념에 벗어나는 게시물을 검토하고 삭제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렇지만 작가는 실제 이 직업군에 속한 이들이 겪는 정신적 붕괴를 실제 사례들로부터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이렇게까지 사람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이 직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케일리나 시흐리트 같지는 않겠죠.

그러나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소개된 이들의 삶이 너무나 힘들고 참혹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 작품이 가진 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네덜란드 작가의 소설에도 관심을 가져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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