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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평점 :
데라치 하루나, 일본의 중견 작가로서 쓰는 작품마다 '읽는 디톡스'라는 평을 듣고 따뜻한 시각으로 서사를 풀어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작가의 작품 두 편을 연속으로 읽게 되었는데 출장 길, 약 5시간의 비행 시간을 이용해 두 권 모두 읽을 정도로 뛰어난 집중력을 갖게 만든 소설 들이었습니다.
물을 수놓다...는 누나가 결혼식에 입을 웨딩드레스를 직접 만들고자 시도하는 고교 1년생 기요스미의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펼쳐집니다. 그렇지만 각 단락의 화자는 기요스미 뿐 아니라 그의 누나, 엄마, 할머니, 심지어 아버지를 대신해 후견인 노릇을 하는 구로다 씨까지 다양합니다. 그러하기에 다양한 시선에서 기요스미를 둘러싼 '이 집 안'의 이야기를 읽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겠지만 일본에서조차도 남학생이 수를 놓는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그리 일반적이진 않은 듯 합니다. 하필 소설 속 주인공 격인 기요스미의 취미가 그러합니다. 당연히 친구도 없고 할머니를 제외한 가족들로부터도 살짝 별종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기요스미가 하나뿐인 누나의 결혼식을 맞아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고 이 소박한(?) 소재는 각 화자 들의 과거 이력 등이 밝혀지며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소재로 변신합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 상 대학 진학 등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할머니, 자신의 기준만을 내세우는 엄마,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일체 없어 보이는 이혼하고 집을 나간 아빠, 어릴적 트라우마로 드레스 등 화려한 옷을 입기를 거부하는 누나 등등 기요스미를 둘러싼 가족 구성원 들에겐 무언가의 결함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러한 각자의 사정이 하나씩 해결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서사를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을 표하게 됩니다.
역시나 결말은 억지 감동 없이도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오고 누적된 힐링이 느껴집니다. 데뷔해서 활동 기간이 그닥 길지는 않았지만 꽤 다작을 남긴 작가이기에 다른 작품 들 또한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일단 손에 잡으면 끝을 보게 만드는 작가라고도 평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