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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평점 :
최하나 작가의 장편 소설 '반짝반짝 샛별야학'은 꽤나 따스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소설입니다. 야학 하면 이젠 한물 간 교육 수단이 되어버렸지만 70-80년 대에는 노인들 뿐 아니라 어린 나이에 생계에 뛰어 들어야 했던 노동자 들에게 배움의 단비를 제공해 주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많은 대학생 들이 무급 야학 교사로 지원했고, 그러한 행동이 사회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여겼던 시절도 있으니까요.
이 소설은 바로 지금의 21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들은 평균 나이 65세의 할머니들이구요. 그분들이 한참 교육의 현장에 있어야 할 나잇대에 우리의 현실은 다소 비참했었죠. 어린 나이임에도 산업화의 현장이나 가사 노동 보조의 장으로 내몰려야 했던 분들입니다. 당연히 배움에 대한 갈망이 여전히 남아 있는 세대이죠. 이 소설은 중학교 1년 과정부터 시작하는 60대 할머니 들의 이야기입니다.
내용은 이들이 배우는 야학이 중심이지만 여느 세상 사는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 줍니다. 늘 교실에 분란을 일으키는 중간 보스격인 빌런(나중엔 선한 역으로 바뀝니다)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최종 보스격인 진짜 빌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녀의 등장과 함께 위기를 맞게 된 샛별 야학... 자신의 배움터를 잃지 않으려고 하는 행자 할머니 등의 활약이 클라이막스를 장식합니다.
작가가 야학 세대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생동감 있게 야학의 풍경이나 어르신 들의 심리와 행위를 잘 묘사해 준 덕에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특히나 건물주의 횡포에 맞서 할머니 들이 단합하는 과정은 꽤나 감동스럽게 그려집니다. 자식들을 위해선 전혀 아끼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을 위해서는 한푼도 쓰기를 주저하는 그 연령 대의 어르신 들이지만 뒤늦은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자존감을 찾고자 하는 모습 또한 인상 깊었구요.
그런 열의와 노력이 함께 있기에 이 분들이 고등학교 교육 과정까지 진입하는 것도 능히 머릿 속에 그려지더군요. 비록 소설 속 인물 들이지만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어지는 분들이었습니다.